분석

靑 인사참사 반복, 눈치보기 때문인가 능력이 없는 건가

[레이더P] 시스템 실패와 사람 실패 겹친 결과

기사입력 2017-09-13 16:42:51| 최종수정 2017-09-13 17:32:24
문재인 정부가 출범 4개월이 지나서도 내각 구성 조차 마무리 못하고 있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사 실패'를 지나 '인사 참사'라고 부를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3일 국회 산업자원중기위회회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의 청문경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로써 박성진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섯번째로 자진사퇴하는 고위 공직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장병완 위원장이 13일 오후 열린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을 의결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보고서는 여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속에 의결됐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장병완 위원장이 13일 오후 열린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을 의결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보고서는 여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속에 의결됐다.[사진=연합뉴스]
박 후보자 인사 검증 논란은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등 앞선 5번의 자진사퇴보다 보다 더 심각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청문위원들의 동의 조차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청문위원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청와대에 '부적격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민주당 청문위원 중에는 김경수·홍익표·박재호 의원 등 친문 핵심들이 포함돼 있다.

박성진 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도 여당 산자중기위원회 위원들의 불만이 더 컸다. 한 소속 의원은 "벤처 경험이 있는 비 관료출신을 찾다가 30번째 가까이의 박 후보자까지 갔는데, 그렇게 사람이 없다면 인사 컨셉을 바꿨어야 했다"며 "인선 과정에서 여당 상임위 위원들과 상의를 한번도 거친 적이 없었는데, 막상 문제가 생기니 어떻게든 통과시켜달라는 태도 때문에 여당 의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인사 실패를 인정하고 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여당 의원들에게 청문회 통과를 압박했다는 얘기다.

전임 이명박 정부 때나 박근혜 정부때와 다를 바가 없다. 인사검증 실패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참여정부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시스템의 실패와 사람의 실패가 동시에 겹친 결과라고 평가한다.

◆대통령과 가까우면 검증 무뎌지나

청와대는 지난 6월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체계적인 인사 검증에 돌입했다. 인사추천위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청와대 수석과 부처 수장 등이 참여하는 검증·논의기구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인사수석실에서는 추천을 맡고 민정수석실에서는 검증을 맡는다. 인사수석실에서 후보자를 추천하면 민정수석실이 검증을 마친 뒤 인사추천위원회 토론을 거쳐 대통령에게 단수 혹은 복수로 추천 인사를 보고하고 대통령이 최총 결정하는 수순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사시스템을 통해 검증하는 강도 자체가 '사람'에 따라, 특히 '그 사람'이 대통령과 가까운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것이 청와대 안팎의 평가다. 낙마 인사 중 유독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많다는 점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이고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오랫동안 문 대통령의 자문 교수로 활동했다. 조대엽 후보자의 경우 검증 과정에서 음주운전 사실이 확인됐으나 이 문제를 내부 논의에서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근무했다. 황우석 사태 연루 책임이 임명과정에서 문제가 될 것으로 대부분 예상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박 전 본부장 임명을 원한다는 것을 인사추천위원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못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민주당 A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처럼 인사권자라도 검증 결과는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며 "후보 추천, 검증, 선정 등 인사추천위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들이 '노(No)'라고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청와대 내부에서 '노(No)'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덧붙였다.

◆靑검증·상황파악능력 자체가 문제일 수도

실무적으로 청와대의 검증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박성진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자의 문제로 제기되는 '창조과학 신봉'이나 '뉴라이트 역사관' 같은 것은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확인 가능한 것인데 청와대는 이 조차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검증 능력뿐 아니라 판단 능력도 문제다. 박 후보자는 진화론을 부인하는 창조과학회 활동과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인해 과학계와 진보진영 내부에서 사퇴요구가 나왔을 때 청와대는 "중기벤처장관 업무능력과 관계없는 사안"이라고 밀어붙였다. 민주당의 다른 의원은 "높은 지지율을 믿고 밀어붙이면 여론도 잠잠해질 것으로 오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엔 청와대 비서관도 적극적으로 국정 운영에 의견을 개진했는데, 현 정부에는 상황을 잘 모르는 교수 출신들이 들어와 비서관에게 하달만하니 상황 파악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새정권이 들어선지 4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실무진들의 손발도 맞지 않고 무엇보다 현안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국·조현옥 책임론 대두

박성진 후보자 논란 속에 조현옥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인사라인 문책론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11일 박기영 전 본부장 사퇴를 시작으로 약 한달 새 3명이 집중적으로 낙마하면서 청와대 인사검증의 핵심인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이다. 청와대 측은 부인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조현옥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을 질책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이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결과를 '부적격'으로 결론낸 것은 사실상 청와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애초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박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의 진짜 타깃은 박 후보자가 아닌 청와대로 보인다"며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여세를 모아 청와대 인사라인 문책론에 불을 지피면서 정국주도권을 되찾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 후보자를 추천한 것은 물론 박기영 전 본부장 인선에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도 문책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 보좌관과 박 후보자는 포스텍(전 포항공대) 1기 동문이다.

야권 입장에선 청와대 인사라인 문책론을 문 대통령이 수용하든, 수용하지 않든 공세의 고삐를 쥘 수 있다. 조현옥 수석이나 조국 수석이 책임을 질 경우 청와대가 인사난맥을 인정한 셈이 되고, 수용하지 않으면 여론을 무시하는 청와대의 일방적 독주라는 프레임을 씌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청와대가 당장 문책론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참모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문 대통령이 조현옥·조국 수석을 질책했다는 보도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환경이 어렵지만 인사 제도 개선하는데 최선을 다해달라는 당부가 전부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인사수석실 산하에 인사자문회의를 설치하고,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협의해 인사원칙과 검증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기철 기자 / 오수현 기자 / 김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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