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정치읽기] 진짜 민심은 그게 아니다

[레이더P] 적폐청산 중요하지만 안보·경제불안 해결 급선무

기사입력 2017-10-09 16:42:37| 최종수정 2017-10-09 22:39:38
추석 연휴 막바지인 8일 오전 서울역에서 고향을 다녀온 귀경객들이 역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추석 연휴 막바지인 8일 오전 서울역에서 고향을 다녀온 귀경객들이 역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거의 모든 소식과 생각이 디지털 기호로 바뀌어 빛의 속도로 퍼지고 섞이는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추석 민심'이란 아날로그식 여론은 여전히 정치권의 관심사다. 평소 전화나 SNS로 접촉해온 친척·지인들이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며 생각을 주고받고 때로는 목소리 높여 논쟁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추석은 열흘이라는 긴 휴일이라서 만나는 사람도 많고, 나누는 이야기도 많았다.

연휴가 끝나자 여야는 예의 추석 민심 평가를 내놓았다. 서울 여의도를 떠나 고향과 지역구 등에서 확인한 민심을 정리해서 내놓은 거다. 그런데 내놓은 본새를 보면 마치 서로 다른 나라를 탐색하고 온 듯하다. 여당이 전한 민심은 적폐 청산에 대한 호응,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 등으로 정리된다. 반면 야당이 전한 민심은 정부와 대통령이 안보에 무능해서 불안하다, 전 정부에 대한 정치 보복에 불만이 높다 등이다. 한쪽은 호응과 기대가 민심이라고, 다른 쪽은 불안과 불만이 민심이라고 전했다.

진짜 민심은 어떨까. 연휴 동안 기자가 만난 다양한 직업과 고향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정리해보면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행보만큼은 호평이 많았다. '쇼'라고 폄하하는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나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 위로한 것 등이 대표적이었다. 또 국민들과 편하게 악수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 등 소탈한 행보로 대통령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반면 안보에 대해선 불안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많았다. 툭하면 도발을 일삼는 북한 김정은과 오락가락하며 미치광이 전략으로 대북 문제를 다루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서 문재인정부가 그다지 미덥지 못하다는 인식을 내비치는 의견들이다. "무슨 대책을 갖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외교 참모들이 서로 다른 말을 하니 불안하다" 등으로, 문재인정부가 강해 보이지도 능력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경제도 주요 관심사였는데, 역시 불안이 다수였다. 대졸이 곧 백수라는 등식은 굳건했고, 최저임금 수준을 겨우 벌어가는 자영업자의 어려움도 달라진 게 없다. 그저 취직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청년, 공기업 직원만큼만 벌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가게 주인들이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으면 불안이 덜하겠지만 그마저도 가물가물하다.

적폐 청산·정치 보복을 말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드물었고, 큰 관심사도 아니었다. "법대로 처벌할 건 하면 된다"였다. 도대체 정치인들은 어디에서 누구에게 민심을 듣고 온 것인가. 혹시 지지자들만 만나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온 건 아닌가. 민심을 잘못 파악하면 정치가 헛다리 짚기가 된다. 내년에 선거가 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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