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통합` vs `자강`…기로에 선 바른정당, 필요한 명분은

[레이더P] 한국당과 통합 vs 캐스팅보터 위상

기사입력 2017-10-10 18:12:01| 최종수정 2017-10-10 18:12:55
'위기의 정당' 바른정당의 진로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유승민 후보의 선전 이후 '바른 보수'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이혜훈 전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과 대표선수 중 하나인 남경필 경기지사의 아들 마약 논란으로 악재가 겹쳤다.

더구나 내부에선 유승민계와 김무성계의 갈등이 '자강파'와 '통합파'로 나뉘어 끊이지 않고 있다. 바른정당의 진로를 결정할 '자강'과 '통합'의 조건 혹은 명분은 무엇일까.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사진=윤범기기자]이미지 확대
▲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사진=윤범기기자]




◆'자강'…다당제 가능한 선거제도 개편

10일 오후 국회 제2소회의실에선 '선거제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이란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주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양당의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과 유승민 의원까지 양당의 대표 선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2개 정당이 같은 주제로 토론회를 연 것은 국회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모두 '선거법 개정'에 당의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지난 대선 이후 첫 만남을 가졌다.

유 의원은 축사에서 "안철수 대표님을 대선 이후 처음 뵈었는데 오랜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니 반갑다"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두 사람은 시종일관 옆자리에 앉아 미소와 눈빛을 교환했고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의 발제도 나란히 앉아 함께 경청했다.

두 사람 모두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소중한 다당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제대로 바꿔 국민의 민심을 그대로 의석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 역시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 생각을 하고 있다니 반갑고, 자유한국당도 동참을 해준다면 선거제도를 제대로 개혁할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즉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다당제가 가능한 제도가 정착된다면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함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자강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리는 대목이다.

문제는 양당이 '바람직한 선거제도'의 내용에 동의할지다. 유 의원은 축사에서 "제 지역구는 대구지만 저는 오랫동안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한 지역에서 2~3명의 당선자를 내는 중대선거구제를 대안으로 생각해왔다"며 선거제도 개편의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중대선거구제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강 교수도 "중대선거구제는 파벌정치, 부정부패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비례대표 숫자를 늘려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를 일치시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좀 더 바람직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통합'…'친박 청산' 수위가 관건

바른정당 내 통합파의 수장은 김무성 의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통합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주호영 원내대표였다. 주 대표는 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역을 돌아보니 80∼90%에 가까운 분들이 보수정당이 빨리 통합을 해서 단일대오를 갖춰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의원과 당원들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보수가 통합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대종을 이루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석 민심'을 명분 삼아 통합 논의의 물꼬를 튼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자강파'의 대표 격인 유 의원도 '통합론'을 마냥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유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보수 통합은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며 "명분 있는 통합이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 명분으로 알려진 '친박 청산'에 대해선 좀 더 복잡한 설명이 뒤따랐다.

유 의원은 "한국당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철저하게 이용해 표를 얻었다"며 "이제 와서 출당한다는 것은 통합 조건도 안 될뿐더러 정치 도의로도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 것. 단순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조치만으로는 두 보수정당이 다시 합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며 선을 그은 것이다.

대신 유 의원은 통합의 명분으로 '유의미한 정책 변화'를 내걸었다. 그는 "보수 통합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정·평등·정의 같은 이념을 받아들이는 보수의 진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당이 정책과 입법에서 국민이 고통스러워하는 문제에 대해 변화하면 통합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경제정책상의 '좌클릭'을 통합의 명분으로 제시한 것이다.

한국당의 당내 사정은 박 전 대통령의 출당도 친박 의원들의 반발로 사실상 버거운 상황. 여기서 유 의원이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정책 변화를 동반한 '친박 청산'을 명분으로 제시한다면 사실상 통합은 어려워질 거란 분석도 나온다.

결국 통합과 자강 사이에서 바른정당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국민의당·바른정당의 선거법 개정 논의와 한국당의 친박 청산 수위에 따라 11월 전당대회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윤범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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