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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쳐서 20석 만들기 공동교섭단체…묘수인가 꼼수인가

[레이더P] 돈·힘 생기지만 ‘민심 뜻 임의변경` 비판도

  • 김수형 기자
  • 입력 : 2018-03-12 17:40:29   수정 : 2018-03-13 16: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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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심상정 전 대표 등 모든 의원이 11일 저녁 여의도 한 식당에서 모여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자는 민주평화당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어떤 절차를 밟을지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심상정 전 대표 등 모든 의원이 11일 저녁 여의도 한 식당에서 모여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자는 민주평화당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어떤 절차를 밟을지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1일 정의당은 부산했다. 공동교섭단체를 위한 의원총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민주평화당은 정의당에 공동교섭단체를 제안했고,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 의원 6명은 오후 6시 여의도 모처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머리를 맞댔다. 4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 구성 관련 의총을 열었으며 일부 이견이 있었으나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민평-정의 공동교섭단체 눈앞에

노회찬 원내대표는 12일 상무위원회에서 이를 공식화했다. 노 원내대표는 "정의당이 더 강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때이며, 그 방법의 하나로 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 추진을 결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촛불광장에 서는 심정으로 내린 결단이다. 당원들도 고뇌 어린 진심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같은 시각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정의당이 전날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앞으로 정의당 내부 의사결정 절차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정의당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17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당내 논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2인 삼각 달리기에서 양당은 한쪽 발을 묶기 시작했다.

국민의당에서 결별한 민주평화당은 교섭단체 구성이라는 큰 꿈을 안고 시작했지만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며 14석으로 출발했다. 정당이 국고보조금이라는 돈과 국회 협상력이라는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20석이 필요하다. 1988년 13대 국회부터 정한 숫자다. 우리나라 정당의 원내 교섭단체 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까다로운 20석으로, 꾸준히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논의돼 오고 있지만 진척은 없다. 결국 국회법을 개정하지 못하면 20석 정당이 돼야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다.

민주평화당은 지난 5일 '6·13 지방선거 필승'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워크숍에서 조배숙 대표는 "교섭단체가 아닐 경우에는 국회에서 원활하게 의정 활동을 할 수 없다"며 교섭단체 구성에 대한 필요성을 피력했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원내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며 "최종적으로 뜻을 모아 그 의견을 갖고 정의당과 정식 협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평화당과 의정활동을 함께하는 장정숙, 이상돈, 박주현 바른미래당 의원 세력을 더하면 17석의 표 행사가 가능하지만, 국회법에서는 당 간판을 달고 있는 의원을 기본으로 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 과정에서 탈당한 손금주, 이용호 의원도 무소속을 택했다. 이들이 민주평화당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공동교섭단체를 꾸리는 과정에서 합류한다면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무소속 2석 등 최대 22석을 거느릴 수 있고 민주평화당과 의정활동을 함께하는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3석을 포함하면 표 권한은 최대 25석이다. 과반에 29석이 부족한 민주당이 공동교섭단체와 보조를 맞출 경우 여당으로서는 후반기 국정 운영에 커다란 힘이 된다. 그만큼 공동교섭단체의 교섭력도 커진다.

◆두번의 전례…1년여 만에 붕괴

공동교섭단체의 사례는 많지 않다. 우리 정치사에 양당제 역사가 길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엮이다 보니 공동교섭단체의 결말은 좋지 않았다.

공동교섭단체는 '의원 꿔주기'를 통한 자유민주연합 교섭단체 구성이 대표적이다. 1997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DJP연합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고, 김종필 전 총리와의 협조는 잘 진행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1999년 집권 2년 차를 맞아 내각제 개헌 문제로 양당의 공조는 깨졌다.

16대 총선에서 양당은 독자 공천을 하며 한나라당에 밀렸고, 자민련은 기존 50석에서 충청권 중심의 17석의 소수 정당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연정은 유지되며 2000년 말 민주당 소속 송석찬 의원 등 4명은 자민련에 입당했고, 자민련은 '의원 꿔주기'를 통해 교섭단체를 꾸렸다. 송 전 의원은 당시 "여당으로 한 마리 연어가 되어 돌아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한나라당이 제출한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에 자민련이 동조했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연정은 붕괴됐다. 그리고 자민련에 갔던 의원 4명이 복귀하면서 자민련의 공동교섭단체 구성도 막을 내렸다. 그 뒤 자민련은 17대 총선에서 4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고, 결국 한나라당과 합당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이회창 총재를 구심점으로 한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을 중심으로 18석을 획득했다. 2007년 대선에 출마했던 문국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창조한국당은 18대 총선에서 지역구 1석과 비례대표 2석 등 3석을 확보했다. 18대 국회 개원을 앞둔 5월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라는 공동교섭단체를 꾸리기로 합의했다. 덧셈으로는 21석이지만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유원일 의원이 이질적인 정체성을 이유로 공동교섭단체에 가입하지 않아 20석의 단체가 됐다.

이듬해인 2009년 심대평 의원이 자유선진당을 탈당하면서 선진과 창조의 모임에도 탈퇴하며 공동교섭단체는 붕괴됐다. 선진과 창조의 모임은 '원내정책연대'라는 큰 포부를 안고 출발했지만 이질적 정체성이 발목을 잡았다. 보수의 가치를 모토로 한 자유선진당, 반면 진보를 기반으로 한 창조한국당의 태생상 극단에 있는 당의 결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념적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현실적 방안 vs 국민 의사 배치

앞으로 탄생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는 진보라는 이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선진과 창조의 모임과는 다르다. 또한 '의원 꿔주기'식의 인위적인 공동교섭단체의 틀에서도 벗어났다.

일단 소수 정당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과 공생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후반기 국정 운영에 있어서 민주당은 공동교섭단체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크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워크숍의 '민주평화당 정체성과 방향' 발제문에서 "정의당만 가능하다면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통해 공생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지지했다.

반면 김경진 민주평화당 상임선거대책 위원장은 한 라디오와 인터뷰하면서 "하나의 정당으로 20석이 안 되면 비교섭단체로 의정 활동을 하면 되지 굳이 인위적인 공동교섭단체를 만들어야 하는지 탐탁지 않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 원내교섭단체가 안 된 것도 국민이 심판한 것"이라며 "정당의 이해관계에 의해 국민의 의사를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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