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팩트체커] 나경원 "단일팀·공동입장, IOC 헌장 위배"

[레이더P] 단일팀 구성에는 관대한 해석…국가 간 쟁점엔 엄격

기사입력 2018-01-23 14:20:21| 최종수정 2018-01-24 18:07:06
Q: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지도부에 "남북 단일팀 구성 및 한반도기 공동 입장으로 올림픽 헌장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사진=연합뉴스]
나 의원은 "북한이 1936년 (나치의) 베를린 올림픽을 연상시킬 만큼 이번 올림픽을 체제 선전장으로 활용하려 한다. 이는 올림픽 헌장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 공동 입장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우려를 반영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여자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을 위해 최종 엔트리를 확대하는 것은 올림픽 헌장의 취지인 '공정한 경쟁'에 배치되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주장처럼 남북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 공동 입장이 IOC헌장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 것인가요? 과거의 사례는 어땠나요?



A: 북한이 노골적으로 체제를 찬양하고 선전하는 내용을 담지 않는 한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 공동 입장은 IOC헌장에 위배될 소지가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IOC헌장에 나온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크게 3곳에서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있습니다.

IOC헌장의 올림픽 이념 기본 원칙에는 '올림픽 헌장에 명시된 권리 및 자유는 인종, 피부색, 성별, 성적지향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 의견, 민족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 신분 등 어떠한 종류의 차별 없이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IOC헌장 44조 4항에는 정치적인 이유로 배제되는 선수가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위원회(NOC)는 국내경기연맹이 제안한 참가선수 명단의 타당성을 조사하고 인종적, 종교적, 정치적 이유 또는 기타 형태의 차별로 배제된 선수가 없도록 한다'는 것입니다(NOCs must investigate the validity of the entries proposed by the national federations and ensure that no one has been excluded for racial, religious or political reasons or by reason of other forms of discrimination).

다만 50조 2항을 보면 '올림픽 장소 및 기타 구역에서 어떠한 형태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혹은 인종적 선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습니다(No kind of demonstration or political, religious or racial propaganda is permitted in any Olympic sites, venues or other areas). 종교적·정치적 선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금하고 있는 것입니다.

헌장에 나와 있는 '정치적 이유로 배제되는 선수가 없도록 한다'는 조항을 북한 선수까지 포괄적으로 적용해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에 참석했던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23일 오전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수속을 밟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주재로 지난 20일(현지시간) 열린 이번 회의에는 장 위원과 김일국 북한 체육상 겸 민족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 북측 대표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대한올림픽위원회(한국), 남북한 고위급 정부 대표, 남북 양측 IOC 위원 등이 참석해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남북 단일팀 출전에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에 참석했던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23일 오전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수속을 밟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주재로 지난 20일(현지시간) 열린 이번 회의에는 장 위원과 김일국 북한 체육상 겸 민족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 북측 대표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대한올림픽위원회(한국), 남북한 고위급 정부 대표, 남북 양측 IOC 위원 등이 참석해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남북 단일팀 출전에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IOC는 남북 단일팀 구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초 북한 선수 엔트리 확대와 와일드카드 획득에 있어 진통이 예상됐지만 큰 문제없이 진행됐습니다. IOC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과 협의해 남북 단일팀의 엔트리를 23명에서 12명 늘어난 35명으로 늘려주기까지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IOC, 남북한 올림픽위원회(NOC) 등은 북한이 총 5개 동계 종목 및 46명 규모의 선수단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고 남북한 선수단이 개회식에 공동 입장하며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한다고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IOC가 남북 단일팀 구성에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한 셈입니다.

IOC는 과거 냉전시대부터 동일 민족 간 단일팀 구성을 적극 독려해온 바 있습니다. 1962년 모스크바에서의 IOC 총회에서는 동독과 서독처럼 남북이 단일팀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남북은 이듬해인 1963년 1월 로잔에서 1964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한 남북 단일팀 구성 문제를 의논하기도 했습니다. 로잔에서 체육회담까지 진행됐지만 남북은 따로 출전했습니다. 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이 결성된 것은 이번 평창올림픽이 처음이지만 그간 꾸준히 시도가 있었고 IOC 역시 이를 적극 지원해온 셈입니다.

다만 IOC는 국가 간 정치쟁점화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박종우 선수의 경우 동메달결정전에서 일본을 꺾은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관중으로부터 받아 세레머니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세레머니 직후 박종우 선수는 시상식에도 참여하지 못했고 IOC로부터 메달도 빼앗길 처지에 놓였습니다. 결국 그는 메달 박탈 위기는 벗어났지만 A매치 2경기 출전정지라는 징계를 받아야 했습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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