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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읽기] ‘꼰대`는 보수도 진보도 가리지 않고 깃든다

[레이더P] 자기 경험만 믿고 상대 배려없는 강요

  • 이상훈 기자
  • 입력 : 2018-01-29 16:47:45   수정 : 2018-04-30 16: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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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는 단순한 의미로 기성세대를 뜻한다. 약간 복잡한 정의는 '자기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의 사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요하는 사람'쯤이다. 어쨌거나 둘 다 부정적인 의미다. 통상 꼰대는 보수와 좀 가깝다고 여겨졌다. 보수적인 아버지, 보수적인 선생님, 보수적인 직장 선배, 보수적인 정치인 등을 거론할 때 등장하는 표현이 꼰대다. 보수의 부정적 속성 중 하나로 치부된 셈이다.

# 요즘 여권 사람들의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다. 언제나 반겨줄 것만 같던 여론, 특히 2030세대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탓이다. 뜻하지 않게도 정책 때문이다. 보통은 정책이 여론을 자극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문재인정부는 가상화폐 시장을 손보겠다고 호기롭게 나섰다가 '정부가 웬 오지랖'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을 놓고선 '북한마저 갑질이냐'란 불만을 들어야 했다. 유치원·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를 외쳤다가 '그럼 비싼 영어학원에 보내라는 거냐'란 한탄에 직면했다. 어디에서 꼬인 것이었을까.

# 문재인정부와 맥이 닿아 있는 노무현정부는 신용카드 사태를 겪었다. 무분별한 카드 발급과 사용, 돌려막기로 숱한 청춘이 신용불량에 빠졌고 나라 경제에 큰 부담을 줬다. 문재인정부는 이런 경험을 일반화해서 가상화폐를 위험한 존재로 봤고 그래서 손보기에 나서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선택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다. 특히 2030은 말이다. 문재인정부는 이걸 놓쳤다.

온갖 종류의 갑질이 불거졌고 지탄을 받아왔다. 배려하지 않는 행동, 기회를 빼앗는 모습, 양해도 구하지 않는 뻔뻔함에 여론은 민감했고 분노했다. 불공정에는 치를 떤다. 박근혜정부 몰락의 결정타가 정유라의 대입 갑질이란 이야기는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정부는 과거 단일팀의 달콤한 기억을 되살렸고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늘 그랬듯이 환영받으리라고 예상하면서. 하지만 여론은 화를 냈다. 왜 우리 선수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느냐, 그들의 기회가 침해되는 것 아니냐, 북한 선수는 무슨 자격인데 오는 거냐고 물었다. 문재인정부는 당황했다.

거의 모든 학부모가 자녀의 질 높은 영어교육을 원한다. 월 100만원을 훌쩍 넘는 영어유치원에는 못 보내도 지금 다니는 유치원·어린이집에서 하는 영어놀이에 조금이나마 안도를 한다. 문재인정부는 이런 사정을 배려하지 않고 '학습 부담을 줄인다' '선행학습을 막는다'며 영어교육 금지를 덜컥 내놓았다. 여유 없는 학부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그러고 보니 꼰대는 보수인지 진보인지와는 별 상관이 없는 듯하다. 세상은 변하는데 자기 경험을 일반화 혹은 절대화해서 믿음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순간 꼰대가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배려가 사라지고 강요만 남는다. '혹시 나도 부지불식간에 꼰대질을 하지 않았나' 하고 돌아본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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