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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읽기] 사회부총리·교육부, 존재 이유 증명해야

[레이더P] 예측가능성과 책임지는 자세

  • 이상훈 기자
  • 입력 : 2018-04-13 16:17:16   수정 : 2018-04-30 16: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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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가능성과 책임지는 자세 : 수준 높은 국정, 격이 있는 정치는 무엇일까. 기자 일을 하면서 지켜본 경험에 비춰 보면 두 가지는 꼭 있어야 할 것 같다. 하나는 예측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책임지는 자세다. 나랏일이 예측 가능하면 사람들은 거기에 맞춰 움직이고 계획한다. 정치인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그가 하는 다른 일에도 신뢰가 간다.

국정과 정치가 다룰 것 중에 까다로운 게 교육, 그 가운데서도 대입이다. 오죽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까지 가게 된 건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비리 탓이라는 이야기가 나올까. 그런 대입 정책이 갈지자다. 백년대계는커녕 십년소계를 바라는 것도 어렵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2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주형기자]이미지 확대
▲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2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주형기자]
‘이송안'이란 묘한 이름 :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장관이 이끄는 교육부가 11일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했다. '이송안'이란 묘한 이름을 붙여 국가교육회의에서 8월까지 결정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안이라도 결정되면 받아들인다고 했다. 대입 자체가 예측 불가능에 빠졌다.

교육부가 딱 한 가지는 예측 가능성을 보였다. 바로 2022학년도부터, 즉 현재의 중학 3학년부터 새 제도를 적용한다는 점. 그러데 왜 중3부터일까. 어떤 철학이 있을까. 딱 하나 이유는 대입 3년 예고제다. 최소한 3년 전에는 입시정책 방향을 정해 준비할 기간을 주겠다는 의도에서 마련된 제도다. 김 부총리와 교육부가 정한 2022학년도 적용은 여기에 근거를 뒀다.



왜 중3부터인가? : 그런데 좀 개운하지 않다. 그동안 이 제도에 따라 3년 앞서 발표됐던 대입 제도들은 보통 미세 조정 혹은 세부적인 변경을 담은 것들이었다. 큰 틀은 유지한 채 약간의 변화를 준 정도였다. 필수 과목을 지정하거나 일부 과목을 등급제로 하는 등이다.

그러나 이번에 교육부가 추진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수시와 정시가 통합될 수도 있고, 수능이 절대평가가 될 수도 있으며, 꽁공 숨겼던 원점수가 공개될 수도 있는 등 입시 판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3년 앞서 발표했으니 문제없다는 생각인 건데, 이런 큰 변화 앞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과연 3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할지 의문이 든다. 이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에 대비하는 그들이다.



차라리 예고기간은 6년으로 : 더구나 2022학년도부터 고교 학점제가 실시된다. 3년 뒤인 2025학년도 대입 제도가 다시 크게 바뀔 공산이 크다. 차라리 교육부가 대입 예고기간을 3년에서 5~6년으로 늘리는 것을 추진했더라면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 노력한다는 평가라도 받지 않았을까. 멀리 보는 교육부라고 말이다.



번지수 틀린 위탁 : 책임지는 자세에서도 김 부총리와 교육부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큰 폭의 손질을 하면서 결정은 다른 곳에 맡겼다. 국가교육회의는 대통령 직속이다. 위원은 21명인데, 몇몇 장관과 청와대 직원, 교육감, 대학교수, 교육전문가 등으로 이뤄졌다. 하는 일은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교육회의 공론화 과정을 강조했다. 아마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이 교육회의 역할에 포함된 것을 의식한 듯하다. 하지만 교육비전을 제시하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려는 의견 수렴이지 대입제도 따위를 정하라는 걸까. 한마디로 교육부가 못 하겠으니 대신 해달라고 부탁할 곳이 아니다.

결정하는 자리에 앉아 왜 자꾸 공론을 찾고, 국민 의견을 찾는가. 국민의 생각을 묻는 방법은 국민투표다. 헌법(72조와 130조)엔 언제 국민 의견을 물을지 나열하고 있다.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과 헌법 개정일 때다. 대입제도는 번지수가 아니다.



왜 존재하는가 : 가뜩이나 장관들이 청와대 비서만도 못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교육부는 왜 존재하는지를 묻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자신이 없고 책임지기 싫으면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 김 부총리와 교육부는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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