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치일반

北 비핵화 일괄타결後 단계별 보상

[레이더P] 백악관이 내놓은 트럼프모델

  • 이진명 기자
  • 입력 : 2018-05-17 18:06:51   수정 : 2018-05-21 14: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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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회동에 볼턴(오른쪽)이 세라 샌더스 대변인과 나란히 배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16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회동에 볼턴(오른쪽)이 세라 샌더스 대변인과 나란히 배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16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해법과 관련해 "리비아식 모델을 추구한 적이 없다. 우리가 적용하는 것은 트럼프 모델"이라고 언급하면서 '트럼프 모델'의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北실정 맞춘 절충안에 힘실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리비아식 해법'에 강력 반발하며 미·북정상회담 무산까지 거론하자 일단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있지만, 비핵화 해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와중에 도출된 절충안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리비아식 해법을 주장해온 '강경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방식과 이에 반발하는 북한식 해법을 절충한 '비둘기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식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초 볼턴 보좌관과 함께 강경파로 분류된 인물이었으나 두 차례 방북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그리고 미·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타협안을 내놓고 있다. 리비아식 해법을 주장해온 볼턴 보좌관조차도 지난달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2003~2004년 리비아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북한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北 요구 단계별 이행 압축 진행
비핵화 해법을 놓고 그간 미국이 주장해온 방식은 '선(先)비핵화, 후(後)제재 해제'라는 일괄 타결 방식이다. 리비아에 적용됐던 방식이어서 '리비아식'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은 비핵화 조치마다 일정한 보상이 따르는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주장해왔다. 김 제1부상이 리비아식 해법에 반발한 것은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관철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이를 절충한 것이 비핵화 목표와 방향에 대해서는 일괄 타결하되 단계별 이행과 보상 조치를 압축적으로 진행하자는 방안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구체적인 내용도 외신에 나오고 있다. 북한이 6개월 내에 핵무기 일부를 해외로 반출하면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 내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신문은 17일 미국 정부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 핵 관련 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를 반년 안에 해외로 옮길 것을 요구했으며 북한이 이를 수용하면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 같은 논의는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의 지난 9일 회담에서 논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美北회담 제3의 길 가나
비핵화 대상을 놓고도 미·북 간에 간극이 작지 않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핵탄두와 ICBM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까지도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김 제1부상은 16일 담화에서 생화학무기 폐기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며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우선 6개월 이내에 ICBM과 핵탄두를 미국으로 이전하고 생화학무기와 WMD 폐기 또는 이전은 추가 협상을 통해 처리 방안을 모색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ICBM과 핵탄두 이전을 완료함으로써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생화학무기와 WMD는 2년 정도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처리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美 비핵화 이견 커질지 주목
비핵화 목표에서는 미국도 한 치의 양보 없이 '완전한 비핵화(CVID)'를 강조했다. 비핵화 방식과 보상 내용, 비핵화 기간 등은 타협할 수 있어도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절대 흔들릴 수 없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우리는 성공적인 회담이 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회담 목표에서는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핵무기 등을 테네시 오크리지로 신속하게 가져올 수 있지만, 핵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미·북정상회담은 매우 짧게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과거 정부들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점점 더 많은 보상 혜택을 요구하는 동안 북한과 끝없는 대화에 빠져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익은 북한이 미국으로 핵무기를 발사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보다 북핵이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볼턴 보좌관의 발언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워싱턴/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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