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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북한] 北의료…"차는 있는데 기름 없는 꼴"

[레이더P] 탈북 이혜경 약사가 전하는 북한 의료상황

  • 김정범 기자
  • 입력 : 2018-07-05 15:53:17   수정 : 2018-07-09 09: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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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의 [레알북한]은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 진출한 탈북민들과 북한 '고수'들이 가감없이 전하는 생생한 북한 이야기다. 첫번째 순서는 북한출신 이혜경 약사다.

지난 3일 만난 이혜경 약사(53)는 '1호 남북한 약사'다. 명함에도 그렇게 소개하고 있다. 그는 북한에서 함흥약학대학교를 졸업하고 남한에서도 또 한번 약대(삼육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1년 북한을 넘어 남한에 정착했다.북한에서는 12년간 약제사로 일했다. 약학고시에도 합격해 현재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 중이다.

이 씨는 인터뷰에서 "북한은 사회주의 시스템이라 시골 곳곳까지 병원이 다 들어가 있다"면서 "다만 기름이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의약품, 의료기구와 설비 부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9년 WHO 자료에 의하면 의료인력이 남한의 1.9배 수준"이라며 "주간·특설·통신 등 다양한 교육 시스템을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체계며 교육 내용도 남한과 별반 다를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하 주요 발언과 영상.



1호 南北 약사 이혜경
▶함경북도 소재 병원에서 약제사로 12년 간 근무하다 한국에 와서 다시 약대(삼육대)를 졸업하고 경기도에서 작은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유일하게 남과북 두 곳에서 약학대학을 졸업했다.

▶2005년에 한국 대학(삼육대)에 편입해 다시 공부했다. 이는 북한 교육을 인정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현재 박사학위 논문을 모체로 책을 집필 중이다. 출판사 막바지 작업 중인데 이달 중으로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의료 인력 양성, 북한의 보건의료 시스템과 변화에 대해서 다뤘다.

1만명 당 의사 33명…남한보다 많아
▶북한에는 여기(남한)보다 정교하게 시골까지 보건의료 기관이 들어서 있다. 남한은 오히려 시골에 의료진들이 부족하고 시골 주민들이 보건의료 서비스에서 거리감이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시스템이라 시골 곳곳까지 병원이 다 들어가 있다. 단, 차로 비유하자면 기름이 없는 것이다. 차체는 있는데 기름이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의약품, 의료기구와 설비 부족 때문인 것이지 인력도 잘 돼 있다. 교수진들도 풍부하고 질과 양에서 교육이 떨어지지 않는다.

▶기간으로 보면 남한 약학대학은 현재 6년 과정이고 북한은 5년 6개월~6년 과정으로 보면 된다.

▶북측의 병원은 5호(옴병원), 49호(정신병원) 등 숫자로 명명한다. 가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령(법) 49호에 의해서 정신질환 환자들은 가옥에서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관리한다고 내린다고 하면 49호 병원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북한에서는 성분명이 곧 약품명이다. 남측은 성분명으로는 약을 알 수 없다. 가령 생리식염수라고 하면 한 종류만 있다. 남측은 제약사에 따라 명칭이 가지각색이다. 성분은 같은데 이름이 제각각이라 헛갈릴 수밖에 없는데 통일이 되도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다.

▶큰 제약회사로는 순천제약공장, 신의주마이신제약공장, 흥남제약공장 같이 규모가 큰 곳들이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약품을 중앙약품상사로 집결된다. 도에서 군으로 내리 공급되고 각 군 단위별로 제약회사가 있다. 거기에서는 주로 약초를 가공해서 고려약(한약)을 생산하고 장려한다. 고려약은 의약품의 부족으로부터 시작됐다. 양약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장려하게 된 것이다.



도(道)마다 의대·간호학교…한의학은 ‘고려의학'
▶북한에서도 인체를 다루는 직업이니 의사·약사를 신성하게 여긴다. 북한에서도 의료인 교육에 엄청 힘을 넣었다. 여기는 의대라고 하면 1년에 한번 졸업해 한 사이클만 나가는데 북한은 1년에 두 번이나 세 번씩 인력을 배출한다. 교육형식이 다양화다. 주간·특설·통신교육을 통해 의료인력을 양성한다. 지난 2009년 WHO 자료에 의하면 의료인력이 남한의 1.9배 수준이었다(자료에 따르면 인구 1만명 당 의사 수는 북한이 33명 남한이 17명이다).

▶북한은 남한과 달리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이 없다. 다만 6학년 과정 때 6개월은 전공실습을 나간다. 현장에서 6개월 동안 살면서 실습을 한다. 박사 논문은 남측과 북측 의대와 약대 교과목 분석을 했는데 대동소이하다.

▶각 도마다 의학대학이 있고 의학전문대학원, 간호원학교가 있다.

▶원래 한의학은 동의학(한의학), 동약학(한약학)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난 1994년도께 김일성 주석이 '동'자는 의미가 막연하다고 해서 고려시기를 특정하기 시작했다. 고려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한의학을 고려의학으로 개칭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 그러다 보니 동의학과가 고려의학과가 됐고 동의약(한약)이 고려약으로 바꾸게 됐다. 한의학부가 아니라 고려의학부라고 부른다.

▶북한의 의학교육은 러시아를 벤치마킹했다. 러시아는 독일을 벤치마킹했다. 의학의 최고 원조가 독일 아닌가. 북한은 독일 것을 벤치마킹 했으니 더 나을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을 벤치마킹 했는데 그러다 보니 원조보다 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다만 현대화 기기·설비에서 떨어진 것이지 원조를 배웠다는 자부심이 있다.



한의학이 1차 진료 담당
▶약국을 하면서 보니까 남한 아이들은 과잉진료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북한은 약이 없어서 죽었지만 여기는 너무 많아서 문제다. 단순 감기에도 해열제가 몇가지가 들어가고 약국만 하더라도 해열제가 상당히 많다. 과용도 문제다. 약이 마냥 좋은게 아닌데 북한에서는 오히려 내성에 의해서 강인해지는데 여기는 화학약제에 의해서 신체가 약해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북한에 있을 때 UN약은 많이 들어왔다. 남측 약품은 상표를 다 떼어버리고 암피실린 항생제를 개봉한 상태에서 가져왔다. 그게 남조선 약이라더라 얘기가 돌기도 했다. 물자 공급할 때도 (포장지 등을 넣은) 마대자루를 쌓아놓고 불태우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약품 받을 사람들 용기를 직접 가져오라고 해서 공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조선 약이라는 것을 다 알게 된다. 병원에서 남조선에서 온 약만 집어 먹기도 했다. 북한 사람들도 남한이 발전한 것을 다 알고 있으니까.

▶남측에서는 양의사와 한의사 간 영역 때문에 갈등도 불거지기도 하지 않나. 북측에서는 약품이 부족하다 보니 한방치료를 먼저 하도록 한다. 북측에서는 병원에 가서 적당한 약이 없으면 한방치료를 받고 나온다. 1차 치료다. 그런 면에서는 통일이 되면 양·한방을 배합하는게 결국 환자에게 좋은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논의가 필요가 있다.

첫째도 둘째도 급한 건 항생제
▶현재 북한은 내전 국가 상황과 흡사하다. 자금이 없으면 굶어죽고 병들어 죽는 것이 북한의 현 상황이다. 염증성 질환 등을 치료하는 항생제가 첫째로 중요하다. 결핵은 유엔이나 한국에서도 약이 들어가고 있다. 항생제가 가장 필요하다. 환경오염이 심해지면서 신체가 병드는데 거기에 대한 치료약은 항생제 밖에 없다. 첫째로 둘째로 필요한 것은 항생제다.

▶장마당에서 웬만한 의약품을 다 구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사실상 부작용 등은 거의 방치 할 수밖에 없다. 감기 걸렸으면 감기약 사먹고 배탈 났으면 배탈 약을 사먹는 식이다.

▶1급 대학 의료 교원도 월급이 4000~5000원(북한돈) 정도다. 시장가격으로 따지면 쌀 1㎏ 가격도 안되는 수준이다.

[김정범 기자/영상=유대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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