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국당 "국정 실패 정치적 책임져라" 朴·친박에 탈당권고

[레이더P] 친박계 반발로 당 내홍.

기사입력 2017-09-13 16:28:49| 최종수정 2017-09-13 16:58:06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1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3차 혁신안 발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탈당을 권유하는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호영기자]이미지 확대
▲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1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3차 혁신안 발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탈당을 권유하는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호영기자]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권고했다. 무너진 보수 정당 재건과 당 개혁을 위한 최대 고비로 여겨졌던 인적쇄신안의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징계의 적절성과 실현 여부를 놓고 한국당 내홍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의 20대 국회 총선 공천 실패부터 대선 패배까지 국정운영 실패의 정치적 책임을 물어 박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며 "자진 탈당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출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류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과 더불어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 핵심 의원에 대해서도 "계파 전횡으로부터 비롯된 국정 실패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며 자진 탈당을 권고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 후 검찰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은 현재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로 이번 혁신위의 징계안은 사실상 제명을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 안을 받아들여 탈당 권유 처분을 내릴 경우 박 전 대통령은 통지일로부터 10일 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윤리위원회 의결로 곧바로 출당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당 개혁의 '뇌관'으로 지목돼왔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 여부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본궤도에 오름에 따라 한국당이 추진 중인 보수 대통합과 지방선거 전략에도 상당 부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대통합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박 전 대통령과 단절해 바른정당과 통합하기 위한 명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 의원은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의 축출을 보수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줄곧 주장해온 바 있다. 혁신위의 제안대로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의원들이 한국당을 떠나면 자연스레 보수 통합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류 위원장은 이날 탈당파 복당 문제에 대해서도 "통렬한 반성을 전제로 대승적 차원에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며 "복당하는 의원들도 희생과 헌신의 자세로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당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박계가 순순히 이러한 징계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만큼 당 차원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 지도부 역시 이러한 반발을 예상한 듯 인적 청산 절차의 속도 조절을 예고하며 수습에 나섰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혁신위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혁신위는 종국적인 집행기관이 아니고 당에 쇄신안을 권고하는 기관"이라며 "혁신위의 권고안을 토대로 당의 의견을 모아 집행 여부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이 예고된 10월 중순 전후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위가 강도 높은 인적쇄신안을 내놓자 친박계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혁신위 발표 전에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이러한 징계 분위기를 감지한 친박계와 홍 대표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탈당을 권유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서  친박계 김태흠 의원이 발언하는 동안  홍준표 대표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탈당을 권유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서 친박계 김태흠 의원이 발언하는 동안 홍준표 대표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태흠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대여 투쟁을 하는 시점에는 박 전 대통령이나 다른 의원의 탈당을 권유하는 논의를 중단시켜야 한다"며 "당내 화합이 우선이라면서 갈등을 유발하는 모순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회의 도중 "왜 잘 굴러가는 당을 둘로 나누려 하느냐"며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한 것과 달리 탈당 권유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말을 아낀 채 사태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일일이 대응하기보단 재판에 집중하겠단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 관계자는 "아직 공식 통보를 받은 게 없고 절차도 많이 남았다"며 "현 상태에서 공식 대응할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최 의원 측은 "법원 판단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당의 발전과 정치적 도리를 위해 합당하다고 간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이라며 "징계를 받고 복권까지 된 마당에 탈당 요구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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