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반쪽의 새 대북제재안, 그나마도 중국에 달렸다

[레이더P] 유엔 안보리 만장일치로 통과

기사입력 2017-09-12 17:43:06| 최종수정 2017-09-12 18:18:57
11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의 내용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북 제재의 칼자루를 중국에 넘겼다"고 답해도 무방하다.

과거의 제재와 차별화되는 이번 결의의 핵심은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이 연 400만배럴로 동결되고, 정유제품 수출은 현재의 절반에 못 미치는 200만배럴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섬유 제품 수출을 차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북한에 원유와 석유 제품을 공급하고, 북한산 섬유 제품 대부분을 수입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북한의 대외무역 의존도는 지난해 92.5%로 3년 연속 90% 이상을 기록했다. 따라서 이번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성패는 중국의 이행 여부에 거의 모든 것이 달린 셈이 됐다.

안보리 회의에서 유엔주재 류제이(劉結一, 왼쪽) 중국대사가 매튜 라이크로프트 영국대사와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안보리 회의에서 유엔주재 류제이(劉結一, 왼쪽) 중국대사가 매튜 라이크로프트 영국대사와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특히 북한을 반드시 변화시켜야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워싱턴포스트(WP)의 정치평론가 애덤 테일러는 이날 '왜 대북 제재가 작동하지 않았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제재가 효과 없었던 이유 중 첫 번째로 제재가 미약했던 데다 제재를 사실상 책임진 중국의 의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안보리 결의에 대북 원유 수출의 상한선을 명시했지만 수치 자체는 무의미하다. 중국 정부가 제시하는 통계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데다 과거에 무역 및 세관 당국이 품목을 다르게 기재하는 방식으로 대북 제재를 회피해 왔다는 의혹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대북 원유 및 유류 공급량에 대해 지난 2014년부터 그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단둥과 신의주 사이에 놓인 송유관을 통해 연간 50만t의 원유를 북한에 무상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중 국경지대에서 횡행하는 밀무역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단속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이번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는 미국이 지난 6일(현지시간) 안보리 이사국들에 제시했던 초안에서 상당폭 후퇴한 것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소집된 지난 4일(현지시간)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국제사회가 떠올린 건 결국 '전면적인 원유 금수 조치'였다. 북한군과 경제의 마지막 '생명줄'로 여겨지는 원유를 끊어내야 북한의 태도가 변할 것이라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실제로 제재안을 주도한 미국은 대북 원유 수출 금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제재, 북한 선박의 공해상 강제 검색 등 초강경 신규 제재를 담은 초안을 공개해 '끝장 제재안'이란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미국의 과감한 행보는 여기까지였다. 결국엔 중국의 높은 벽에 또 한번 가로막힌 것이다.

미국이 초안을 회람시킬 당시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아프리카연합본부 방문차 에티오피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때부터 이미 외교가에선 "중국과의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초안이라 이대로 통과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게다가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대사는 기자들에게 "11일 표결은 다소 시기상조"라면서 버티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5일 중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 한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제재로는 북한 지도부의 행동을 바꾸지 못한다"며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는 서방사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던 대북제재 논의는 류제이 중국대사가 지난 주말 뉴욕에 복귀하면서 본격 재개됐지만 미국에는 고충의 연속이었다. 중국이 '섬유·의류 제품 수출 금지' 외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국과 평행선을 달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고 지난 주말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다.

유엔 안팎에선 표결 목표시한인 11일 전날까지도 안보리 회의 소집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불안감이 고조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표결 전날 밤까지 중국, 러시아 유엔대사와 여러 차례 비공개 회동을 한 끝에 수정 결의안을 간신히 도출할 수 있었다. 그만큼 중국의 태클은 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 미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대북 원유 금수 조치가 사실상 무산되고 현 수준에서의 동결로 매듭지어졌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부터 연간 850만배럴의 유류 제품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 400만배럴, 정유제품 450만배럴로 추산된다. 이번 제재결의안은 400만배럴로 원유 공급을 동결하되 휘발유·경유·등유 등의 정유제품에 대해서는 200만배럴 상한선을 뒀다. 미국은 대북 유류(油類) 제재를 처음으로 결의안에 반영했다는 점에 만족해야 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제재 대상에서 빠진 점, 북한 노동자 해외 송출 금지와 북한 선박에 대한 공해상 검색 권한이 당초 미국 초안보다 완화된 점도 중국 측 입김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초안에 비해 완화된 내용으로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된 데 대해 "중국과 러시아의 힘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인혁 기자 / 박만원 기자 / 박태인 기자]

기사의 저작권은 '레이더P'에 있습니다.
지면 혹은 방송을 통한 인용 보도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