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靑관계자 "대통령, 박성진 부적격 판단 납득 못해"

[레이더P] 조국·조현옥 문책주장에도 "동의 못해"

기사입력 2017-09-14 17:28:31| 최종수정 2017-09-14 17:30:56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임명 결정을 보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로부터 부적격으로 결론 난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전달받았지만 임명 여부를 결론 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받고선 "담담하게 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무적 판단이나 계산을 하지 말고 담담하게 하라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당장 박 후보자 임명 여부를 결정짓지 않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하루 이틀 새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 전 임명 여부를 결론 내긴 상식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한다. 이에 따라 박 후보자 임명 여부는 9월 마지막 주에나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 문제와 박 후보자 거취 문제를 연계시킬 가능성을 내비치던 청와대 기류는 이날 완전히 바뀌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후보자 임명과 김 후보자 국회 인준 건을 연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많은데 현재 야당 상황을 보면 이 문제를 연계할 상황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김 후보자 임명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라며 "박 후보자 임명 건을 갖고 야권과 딜을 할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즉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사법개혁이라는 확실한 명분이 있는 만큼 박 후보자 임명 건과는 별개로 가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이는 대법원장 인사와 중소기업부 장관 인사를 연계하자는 청와대와 여권 일각의 주장을 문 대통령이 단호하게 거부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사법개혁이라는 중대 사안을 놓고 야권과 거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서 "여의도식 거래에 대한 문 대통령의 거부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여야가 박 후보자를 부적격하다고 판단한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부 장관의 정책 능력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하지 않고 역사관과 종교 문제를 놓고 '비토'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갖고 있는 창조신앙은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 예산지원 문제와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한 검증은 하지 않고 사람 머릿속에 있는 성향을 놓고 부적격하다고 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밝힌 "지구 나이는 신앙적 나이와 과학적 나이가 다르다. 신앙적 입장에서 지구 나이는 6000년이라고 믿는다"고 한 답변은 종교인 입장에서 보면 수긍하지 못할 답변도 아닌데, 중소·벤처 정책과 무관한 문제를 놓고 부적격 딱지를 붙이는 게 합당하느냐는 게 문 대통령의 문제 인식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은 최근 불거진 조현옥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 등 인사라인 문책론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 문제가 생긴 데 대해선 사과해야 할 부분도 있다"며 "그러나 그것이 문책으로 가야 할 부분인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의중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박 후보자의 사퇴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당청 갈등으로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침해할 수 있는 수위의 발언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박 후보자가 국민의 정서나 여론에 따라 거취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진사퇴를 해야 한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백 대변인은 "그렇다고 본다"면서도 "(자진사퇴가) 안 된다고 하면 결국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릴 문제"라고 했다.

동시에 민주당은 주위에서 제기되는 당청 엇박자 기류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한 가지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사적인 영역에 대한 검증은 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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