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靑특보 문정인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해야" 주장

[레이더P] 국회 토론회 발언

기사입력 2017-09-14 17:36:28| 최종수정 2017-09-14 17:37:20
"핵동결과 한미군사훈련 잠정중단이 대화 조건돼야"
"전술핵 재배치 비현실적" 비용·탈취가능성 등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1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회 한반도 평화포럼 주최 " 북핵위기 어떻게 풀 것인가" 강연에 참석,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1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회 한반도 평화포럼 주최 " 북핵위기 어떻게 풀 것인가" 강연에 참석,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요즘 가는 곳마다 논란을 몰고 다닌다. 청와대로부터 '주의'까지 받았지만 거침없이 소신을 밝히기 때문이다. 문 특보가 14일 오전 국회를 찾았다.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실이 주최한 국회한반도평화포럼에서 "북한 핵 위기, 어떻게 풀 것인가"란 주제로 발표하기 위해서다.

박 의원은 행사 전 레이더P와 만나 "한 달 전부터 섭외된 행사였고, 당시에도 북핵 문제가 이슈였다"며 급조된 자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지원, 정동영, 문희상, 원혜영 의원 등 김대중(DJ)정부 시절 주축 인사들과 김종대 정의당 의원 등 외교·안보통들이 문 특보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였다.

문 특보는 "오늘은 대통령 특보가 아닌 한 전문가로서 사견을 밝히기 위해 왔다"며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몇 가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레이더P는 강연 내용 중 최근 논란인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문 특보의 생각과 북핵 문제 해결 방안 부분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최근 보수야당이 전술핵 재배치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많은 분들이 전술핵 재배치를 협상카드로 쓰자는데 그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술핵 문제에 대해 미국 전문가나 담당관들이 걱정하는 게 있다.

전술핵을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한 이유가 재밌다. 우선 냉전이 끝나면서 유럽의 전술핵을 철수하며 한국도 철수하자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전술핵을 갖고 있으려면 인력과 비용이 엄청나다. 그 당시 B61 미사일이나 핵배낭 등 한 950기 정도의 전술핵이 한반도에 있었는데, 이걸 관리하는 데 1대당 2명의 핵전문가 있어야 했다.

그 인원만 2000명 되고, 또 그걸 북한 특수군 전력이 와서 탈취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당시엔 학생운동이 활발했기 때문에 한국의 반전세력이나 이런 친구들이 와서 탈취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봤다).

그래서 최소 4000~5000명이 주둔해야 했다. 당시 주한미군 병력이 계속 줄어서 3만명밖에 안 되는데 4000~5000명이 여기에 묶여버리는 건 예산상 낭비가 막심했던 것이다. 지금 전술핵을 들여올 때도 마찬가지 인력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반도에 전술핵이 있으면 안보가 더 단단해지는 것 아닌가.

▷그게 꼭 그렇지도 않다. 괌에서 전투기나 전폭기로 핵공격을 하려면 최소한 2~3시간이 걸린다. 그 최후의 2~3시간 동안 북한과 소통하고 담판할 시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처럼 군산 등에 전술핵을 배치하면 한 15분 만에 북한을 공격할 수 있어 시간적인 압박이 더 커진다. 그럼 북한에서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우리를 선제타격할 가능성이 더 많다는 말이다. 따라서 전술핵을 갖다놓는 게 핵을 억제하기보다 핵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남북 간의 핵 대결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미국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그다음으로는 전술핵 재배치를 하게 되면 사드 배치와 똑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오히려 사드보다 더 강하게 중국과 러사아가 반응할 텐데 이걸 우리가 어떻게 외교적으로 대응할 것이냐가 문제다.

전술핵을 배치한다면 과거처럼 아마 군산쯤에 갖다놓을 텐데 그러면 중국이 군산을 군사적 표적으로 놓게 된다. 만약 한반도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거의 자동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더 큰 전쟁으로 확전할 가능성 있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안 갖다 놓는 게 낫다고 본다.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할 경우 한미가 공유하는 것이 가능한가.

▷일부 의원들은 전술핵을 한반도에 갖다놓고 한미가 공유하자고 하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유가 뭐냐 하면 일단 전술핵을 갖다놓고 기지 공여만 하는 건 당연히 공유하는 게 아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관리비용까지 내면서 공유하자는 거다.

그런데 그건 미국의 국내법상 원자력관리법에 의해 한미가 별도의 군사협정을 맺어야 핵무기와 핵무기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그걸 미 의회에서 인준시킬 가능성은 제로다.

실제 운용면에서도 이탈리아가 미국의 전술핵이 가장 많고 그다음 독일인데, 나토 내에서 공유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전술핵은 미군 장교가 관리하고 실제 사용하려면 미국 대통령에게 코드를 받고 쏴야 한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한다 해도) 전술핵 사용을 위한 코드는 미국 대통령에게 받아야만 가능할 테니 사실상 공유가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북핵 위기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일단 북한이 핵을 실전 배치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이는 꼭 북한이 핵을 사용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북한은 핵무기 안전관리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낮다. 핵을 만드는 데만 신경 썼지 안전관리에 대해선 생각도 못하는 것 같다. 만약 이게 사고로 폭발할 경우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러시아, 한국까지 방사능 낙진 피해가 클 것이다.

그래서 조건 없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이 '4 NOs', 즉 핵을 사용 못하게(No use) 더 많이 만들지 못하게(No more) 더 고도화 못하게(No better) 제3국에 유출 못하게(No export) 하는 게 중요하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봐야 한다는 건가.

▷이제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볼 것이냐, 안 볼 것이냐. 전 학자로서 이야기한다면 핵무기 보유국가라고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이제 와서 비핵화해야 대화 나서겠다고 하면 북한이 받겠나. 그래서 동결을 전제로 한 대화는 가능할지 모르나 처음부터 비핵화를 해야 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건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게 이른바 중국이 주장하는 쌍잠정중단 노선이다. 핵동결과 한미군사훈련의 잠정중단을 전제로 대화를 하는 거다. 이 발언을 놓고 저는 (중국처럼) 중단도 아니고, 한미군사훈련의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발언 하나 때문에 엄청 시달렸다. 그래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해야지 '이건 안돼' 하면 대화가 안 된다.

-대화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대화의 최종 목표는 동북아 비핵화 지대 구축이 돼야 한다.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하에서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받는 미국, 중국과 러시아는 핵무기를 안 가진 나라(남·북·일)에 대해 절대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지 않겠다는 걸 보장하고, 비핵국가는 핵무장 금지 원칙 등에 동의하면 가능한 거 아닌가.

이를 위해선 현재 6자회담이 정체 상태인데 기존의 틀을 발전시켜서 동북아 안보정상회의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차관보급들이 만나서는 되는 게 없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하기보다 이젠 정상들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방법일 수 있다. 김정은이 동의하면 김정은까지 넣고, 안 되면 나머지 5개국 정상이라도 모여서 비핵화 구상을 그 틀 안에서 논의하면 북한의 비핵화도 모색할 수 있지 않겠나. 이는 내 개인 생각이라기보다 일본에서 한 도쿄대 교수가 이야기한 건데 상당히 주목할 거리가 있어서 소개했다.

[윤범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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