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통일장관 "9일 판문점회담 열자"…총리 "北 또다른 대접 요구할 수도"

[레이더P] 정부 고위급 회담 제안

기사입력 2018-01-02 17:40:31| 최종수정 2018-01-02 17:42:18
남북이 새해 벽두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을 연결고리 삼아 대화와 긴장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훈풍이 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당국 간 대화 제안에 곧바로 호응하면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2년여 만에 고위급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비록 예상됐던 양상이기는 하나 북한이 갑작스럽게 대결에서 대화로 국면을 급선회한 의도에 주목하며 치밀한 한미 공조에 기반해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핵화 논의가 결여된 남북 대화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변칙 플레이에 능한 북한의 유화 제스처에 말리지 않기 위해 남북 대화의 단계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남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남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일 정부가 남북 관계 책임자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통해 "오는 9일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한 것은 전날 북측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화답이다. 평창올림픽이 불과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만큼 책임있는 당국자들끼리 만나 현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일단 회담 대표의 격과 급에 대해 정부는 '고위급'을 제시했다. 2015년 12월 박근혜정부 때 열렸던 남북 당국회담 수석대표가 황부기 당시 통일부 차관과 전종수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정부가 말한 '고위급'은 통상 장관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2015년 8월 남북 간 위기 상황에서 개최됐던 남북 고위급 접촉 당시 남측에서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대표로 나섰다. 북측에서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나와 북측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로 촉발된 위기를 수습했다.

이를 문재인정부로 대입하면 남측에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조명균 장관이 나서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 다만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현재 처벌을 받고 강등된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북측에서 안보 분야 사령탑으로 내놓을 인물이 마땅찮다.

현재로선 북측이 여러 사정을 감안해 회담 수석대표의 격을 차관급으로 조금 낮추거나, 일정 또는 장소를 바꿔서 역제안을 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화 국면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열리는 만큼 김 위원장이 역점 사업으로 대내외에 홍보하고 있는 마식령 리조트 등지를 회담 장소로 제안해올 수도 있다.

정부는 회담 대표의 격 등 회담의 구체적 사항과 관련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수석대표의 급과 관련해) 약간은 오픈해 놓은 상태"라며 "북측이 나름대로 편리하다고 생각되는 시기, 장소, 형식을 제안해 온다면 우리로서는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남북 대화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우회 및 회피하려는 의도를 보인다면 이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측이 대북제재 국면에서 나름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남북 대화 속에서 조급하게 경제적 교류·협력을 주문할 수도 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낮은 단계부터 협력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 관계자는 "과거 남북 대화 당시 북한은 거의 모든 남북교류 행사에 대해서 '현금'을 요구해 애를 먹었던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관계가 장기간 막히면서 정부 차원은 물론 민간 부문에서도 대화와 교류 협력 요구가 터져 나올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북측이 경제적인 반대급부를 요구해오더라도 엄격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통일부 고위 관계자도 "북한이 내부적으로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하면서 전략적 입장에서 올해 경제회생 쪽으로 나아가기 위한 연성 외교전략을 쓸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정부에서 너무 조바심을 갖지는 말고 북측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산림 복원이나 조림 등 대북제재와 무관한 분야부터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군사회담 등 남북 대화가 본격화되면 우리 쪽에서 북측을 적극 설득해서 미국과 핵문제와 관련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갑작스럽게 남북 대화 국면이 펼쳐지고 있지만 여전히 올해 남북 관계에 변수가 많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 시무식 신년 인사말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남북관계와 안보 등 대외 상황 개선이 여의치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총리는 올해 우리 정부가 할 일 중 첫 번째로 북한과 관련한 내용을 언급하며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오랜만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데, 만만치 않은 대화가 될 것"이라며 "북한은 또 다른 대접을 요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어 "북은 핵을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안보 환경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며 "우리는 상상력과 용기를 내 이 기회를 잘 활용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면서 새 국면에 맞는 국방의 존재 방식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2일(한국시간) 올림픽 소식을 다루는 인사이드 더 게임스와 인터뷰하면서 "우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한국 정부,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긴밀한 협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북한 지도부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한 발언을 열린 방식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자력으로 출전권 확보가 힘든 북한에 와일드카드를 주는 방안을 고려해온 IOC는 이를 위해 각 종목 국제연맹과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이날 홈페이지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몇 주 후면 동계올림픽의 마법이 최초로 한국에서 펼쳐진다"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은 한국의 현대적인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고 한국민의 열정을 전 세계로 연결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우리는 한반도의 정치적인 긴장 상황에 대해 알고 있다. IOC는 이미 2015년부터 고심하고 각국 정부, NOC와 긴밀하게 협조했다"며 "하지만 평창올림픽이 의심스러운 상황에 놓인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은 언제나 모든 정파를 넘어서야 한다. 올림픽은 희망과 평화의 상징이 돼야 한다"며 "이는 평창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우리는 계속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평화 올림픽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성훈 기자/조효성 기자/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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