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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16년만에 南에서 울린 北선율

[레이더P] 삼지연관현악단 강릉 특별공연

  • 이상헌, 나현준, 김연주 기자
  • 입력 : 2018-02-09 00:02:13   수정 : 2018-02-09 0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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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특별공연에서 노래를 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이미지 확대
▲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특별공연에서 노래를 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8일 저녁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무대 배경 화면에서 한반도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여성 8중창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울려퍼졌다. 일부 관객이 무대 앞으로 나가 악수를 청하자 북한 가수들은 일일이 악수에 화답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한을 찾은 삼지연관현악단의 선율이 끊어졌던 남북 문화교류의 다리를 16년 만에 다시 연결했다. 북한 예술단이 남쪽에서 한 공연은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당시 북한 예술단이 동행해 공연한 이후 처음이다.

이날 공연은 익숙한 선율의 '반갑습니다'로 시작됐다. 모란꽃 문양이 새겨진 분홍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8명의 여가수들이 단숨에 분위기를 달궜다. 분홍색 실크드레스를 입은 여성과 보라색 깃의 짙은 분홍빛 턱시도를 입은 남성으로 구성된 관현악단이 반주를 했다. 무대는 가로 14m, 세로 16m 규모로 기존 객석 70여 석을 무대로 변형해 관객과의 거리는 3m 미만으로 가까웠다.

이어 '흰 눈아 내려라'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등 북한 노래들이 이어졌다. 다섯 번째 곡으로 이선희의 'J에게'가 울려퍼지자 관객들의 호응은 더 커졌다. 왁스의 '여정'을 북한 가수 김옥주가 부른 데 이어 붉은색 톱과 검은 핫팬츠, 흰색 스니커즈 차림의 여성 5인조가 무대에 올랐다. 팔다리를 드러내 건강미를 강조한 이들은 응원가 느낌으로 율동을 곁들여 노래했다.

공연의 절정은 '아리랑'으로 시작해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백조의 호수' '그대 나를 일으켜 세우네(You Raise Me Up)' '빛나는 조국'까지 총 25곡의 서양 클래식 및 외국 곡 메들리였다. 곡이 끝나자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북측 예술단과 남측 관객들이 강릉에서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 가요 메들리로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 나훈아의 '이별',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 등이 이어지자 관객들은 따라 부를 정도로 공연에 몰입했다.

이날 객석에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문순 강원도지사, 최명희 강릉시장, 유은혜 민주당 의원,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진옥섭 한국문화재단 이사장, 소설가 이외수 등 정계와 문화계 인사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공연 시작 전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과 함께 등장해 객석 중앙에 자리했다.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노래 '반갑습니다'로 시작해 '다시 만납시다'로 끝났으며 음악에서 동질성이 느껴졌다. 무대 위와 관객 사이에 묘한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간혹 있었다"고 관람 평을 말했다. 소설가 이외수는 "파워풀한 음악에 놀랐고 통일을 간절히 바라는 북한 예술단의 메시지가 명확했다"며 "특히 공연 도중에 남한 노래인 홀로아리랑이 나오는 순간 가슴에 뜨겁고 뭉클한 무엇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 참석한 관객은 총 812명으로 정부 초청 인사 252명을 제외한 나머지 560명은 추첨으로 선발된 일반 시민들이다. 강릉 시민으로서 초청을 받아온 최찬환 씨(71)는 "아리랑 등 한민족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가 많았다"며 "남측 노래 메들리를 부를 때는 객석에서 다 함께 따라 부르며 박수가 터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현묵 씨(86·평창군 진부면)는 "북한과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다. 이렇게 조금씩 거리를 좁혀 통일로 가는 길이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예정보다 10여 분 늦게 시작했다. '모란봉'과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이라는 두 곡의 공연 여부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회주의가 좋다는 내용과 김일성(태양)의 북한을 상징하는 '태양 조선'에 대해 남측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날 북측은 공연에서 '모란봉'을 부르지 않았고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개사해서 불렀다. 천현식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는 "북한이 남쪽에서 하는 공연인 만큼 최대한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다"며 "북한 곡을 부를 때도 정치색이 짙은 곡들은 피했고 그런 곡이라 해도 가사를 개사해서 불렀다"고 설명했다.

140여 명 규모의 삼지연관현악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조직된 일종의 '프로젝트 악단'으로 오케스트라가 80명 정도고, 나머지는 합창단원과 가수, 무용수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삼지연악단,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조선국립교향악단, 만수대예술단, 국가공훈합창단 등 6~7개의 북한 예술단에서 최정예 연주자와 가수, 무용수를 뽑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강릉 공연 후 서울로 이동해 11일 오후 7시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하고서 육로로 귀환할 예정이다.

[이상헌 기자/나현준 기자/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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