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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한미군사훈련 예정대로"…文 "주권·내정문제 거론 곤란"

[레이더P] 뒤늦게 알려진 한일정상의 충돌

  • 정욱, 강계만 기자
  • 입력 : 2018-02-11 16:19:52   수정 : 2018-02-11 18: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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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아베 일본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이미지 확대
▲ 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아베 일본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9일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 2층 회담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로 신경전을 벌인 데다 한미 군사훈련 연기를 놓고도 정면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설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청와대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비공개 회담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한미 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올림픽 이후가 고비"라며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지한 의사와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경한 대북정책 노선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 말씀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될 때까지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지 말라는 말로 이해한다"며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의 주권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연례적으로 3월께 진행하는 한미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이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이후에 실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일 정상은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는 국가 대 국가의 합의로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야 한다는 게 국제원칙"이라며 "일본은 그 합의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약속을 지켜온 만큼 한국 정부도 약속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가 해결되지 못했다는 결정은 지난 정부 합의 이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국민이 합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그분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며 "정부 간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또 아베 총리가 "북한의 미소 전략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가 비핵화를 흐린다거나 국제공조를 흩뜨리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며 "남북 관계 개선과 대화가 결국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10억엔 등 위안부 합의에 대한 외교부 태스크포스(TF) 결과에 대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서로 진솔하게 나눴다"며 "북한 문제도 서로 의견을 밝힌 정도"라고 전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미래 지향적 관계를 지향한다는 점에 대해서 일치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원론적인 입장이란 것뿐이란 게 일본 사회의 평가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롯한 역사 문제에서 여전히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연결고리였던 대북 압박 강화 역시 한일 간 생각의 차이만 더 부각됐다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북한의 선전전 무대가 됐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는 일본은 남북 대화 분위기가 한껏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밝히고 있는 내용과 진행되는 상황에 큰 차이가 있다는 목소리도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와 언론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서 전혀 언급도 없는 상황이란 점을 한국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한국과 일본은 과거에도 북한의 대화 제의에 번번이 속았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비핵화의 아무런 조치도 없는데 (남북) 정상회담은 가당치 않다"는 외무성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일본 정부의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일본 사회의 불안한 시선을 보여주듯 일본 주요 매체는 11일자 사설에서 '핵을 제외한 관계 개선은 있을 수 없다'(요미우리신문) '비핵화 목표를 유지해야'(아사히신문) '평화공세에 흔들려선 안 돼'(마이니치신문) 등의 평가를 내놨다.

[도쿄/정욱 특파원·서울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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