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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美와 대화할 것"

[레이더P] 유화메시지 쏟아낸 김정은

  • 안두원, 강봉진 기자
  • 입력 : 2018-03-06 23:56:42   수정 : 2018-03-06 23: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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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가 지난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가 지난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북특별사절단에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은 한국을 통해 대화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주 중 미국을 방문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은 북한의 메시지를 미국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렸다.

정 실장은 6일 특사단 방북 결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그동안 한사코 거부해왔던 비핵화 대화도 대북특사단에는 유연한 입장을 전했다. 이러한 입장은 불과 10여 시간 전에 북한 관영 매체가 보도한 내용과 180도 다르다. 이날 오전 보도된 북한 노동신문은 정세 논설을 통해 "우리의 핵무력은 피로 얼룩진 미국의 극악한 핵범죄 역사를 끝장내고 불구대천의 핵 악마를 행성에서 영영 쓸어버리기 위한 정의의 보검"이라고 비판을 쏟아내며 "현실은 우리 국가가 미국의 가증되는 핵 위협에 대처하여 병진 노선의 기치를 높이 들고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온 것이 얼마나 정정당당하였는가를 웅변으로 실증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보도 내용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논의 절대 반대' 입장은 대북특사단의 방북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 실장의 브리핑 내용은 반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압박을 상당히 크게 느끼고 있었다"며 "이 같은 불리한 입장 속에서 미국과 대화에 나서기 위해 우리 정부의 중재 혹은 주선 의지를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대화 의지를 보이며 언급한 '선대의 유훈'은 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남긴 말이었다. 사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유훈'을 내세운 사례는 자주 있었다. 북한은 지난 핵실험 관련 논평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남측을 향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조건부 '불가침 방침'도 천명했다. 정 실장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며 "이와 함께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특사단에 밝힌 북·미 대화의 이유인 군사적 위협과 체제 안전보장은 그동안 북한이 내세웠던 핵 개발의 필요성과 다르지 않다. 정 실장이 전달한 김 위원장의 핵 폐기 의향 조건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이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안전보장이라는 북한의 기존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메시지는 미국에 체제 보장 등에 관련된 답변을 준비해달라는 뜻으로 보인다"며 "북·미 간에도 실무선의 회담이 아닌 고위급 회담을 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보유국'이라고 헌법에 명시한 뒤 북·미 간 '대등한 핵군축 협상'을 주장해왔던 것과 비교해보면 핵 폐기를 전제로 한 북·미 대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특사단이 언론에 공개한 내용 이외의 김 위원장 발언까지 우리 쪽으로부터 듣고 나서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미국으로서 대화를 시작해볼 수 있는 조건은 만들어진 것 같은데, 우리 특사단으로부터 다른 대화의 조건이 있는지 등을 다 들어본 뒤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측이 언급했다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에 함정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 폐기뿐 아니라 미국의 대(對)한국 핵우산 폐지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두원 기자/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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