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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폐기 vs 단계적 비핵화…미북 정상회담 동상이몽

[레이더P] 김정은, 리비아식 해법 반박한 셈

  • 안두원, 강봉진 기자
  • 입력 : 2018-03-28 18:21:33   수정 : 2018-03-28 18: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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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중재로 열리게 된 미·북 정상의 비핵화 협상에 두가지 로드맵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26~28일 방중한 북한 김정은(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단계적 조치 조건 비핵화'를 언급했다. 이는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리비아식 해법'(핵무기 제거 조기 이행)과는 엇갈리는 방식이다. 미·북이 비핵화 협의에서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는 우려가 실현되는 모양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방중 기간에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비핵화 관련 언급이 '단계적 동시적 조치'로 드러나자 핵 문제 담판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카드를 던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북은 그간 한국 미국 북한 등 3자 위주로 돌아가던 비핵화 협의에 중국을 포함시키는 4자 체제를 이끌어냈다는 의미가 있다. 일각에서는 북핵 이슈의 운전석을 차지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시 주석이 주최한 오찬 연설에서 "이번에 우리의 전격적인 방문 제의를 쾌히 수락해주시고…"라고 말했다. 북한이 먼저 방중을 요청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회담하면서 "현재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어 정의상, 도의상 제때 시 주석에게 직접 와서 통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과 정상회담을 할 생각이었으나 그 시기를 앞당기며 레버리지 효과를 크게 키우고 결국 김 위원장이 이끄는 판이 됐다"며 "김 위원장이 언급한 비핵화도 현재 핵 개발을 완성한 단계에서는 핵물질 은닉이 가능하기 때문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가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한반도란 차량의 운전석에는 지금까지 한국이 먼저 앉아 있다가 북한이 앉고 이후 미국이 미·북정상회담으로 앉게 됐는데 중국도 태운 셈이 됐다"며 "판이 커지고 플레이어가 많아지면 아무래도 운전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로드맵은 예전에 북핵 6자회담 과정에서 견지된 원칙인 '행동 대 행동'에 입각한 '단계적 방식'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도 "6자는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하여 단계적 방식으로 상기 합의의 이행을 위해 상호 조율된 조치를 취할 것을 합의했다"는 내용이 있다.

미국의 구상은 북한이 즉각적 비핵화를 하면 상응하는 조치를 한다는 것으로 김 위원장의 단계적 조치와 거리가 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두고 '불완전하다'고 비판하는 것도 이란의 핵능력을 잠재적으로 유지하는 내용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알려졌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가 "북한이 '시간 끌기'를 한다면 회담장을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미국 정부 내 강경론자의 생각도 김 위원장의 단계론과 결이 다르다. 이 때문에 미·북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해법'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와 북·중이 생각하는 북핵 해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풀어내는 묘수를 의미) 정상 차원의 '통 큰 합의'를 염두에 두고 있고, 미국도 곧바로 'CVID'로 들어가길 원하는데, 김 위원장은 '단계적 조치'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한미의 단계적인 조치'가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북·중 간 긴밀한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그간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법으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미·북 평화협정 협상)을 주장해 왔다.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한미연합훈련은 용인하는 상황에 대해 중국이 설명을 요청했을 수 있다. 특히 향후 비핵화의 상응 조치로 한미에 안전 보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위한 핵심 사안으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두원 기자/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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