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정책

최저임금 통계라면서…`최저임금 실직자` 쏙 뺀 靑

[레이더P] 靑 해명…`입맛맞는 통계 골라쓰기` 비판

  • 오수현,·문재용 기자
  • 입력 : 2018-06-03 15:13:02   수정 : 2018-06-05 15: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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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발언이 결국 실직자나 구직 실패자는 제외한 근로소득자만으로 집계한 통계에 근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정책실은 국책연구원에 의뢰해 산출한 이 같은 통계자료를 근거로 문 대통령에게 소득주도성장의 당위성을 설득한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나 구직 실패처럼 밑바닥의 어려운 경제 현실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자료를 내세워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의 장점만 주목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얘기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소득분배 악화 원인 및 소득주도성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개인기준 근로소득 증가율 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소득분배 악화 원인 및 소득주도성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개인기준 근로소득 증가율 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발언 청와대 설명은?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소득분배 악화 원인 및 소득주도성장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이른바 '90% 긍정적인 효과'의 근거가 되는 분석 결과는 가구별 근로소득이 아닌 개인별 근로소득으로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홍 수석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대통령 말씀의 근거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안다"면서 "통계청 발표 내용의 근거가 되는 원자료를 갖고 관련 국책연구기관에 의뢰해 보다 면밀히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가구 중 근로자 가구 소득은 전체 가구 조사 결과와는 다르게 전 분위에 걸쳐 평균 소득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통계청은 올해 1분기 가계소득동향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소득 수준을 10분위로 나눴을 때, 소득이 낮은 1~5분위 계층에서 모두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전년 대비 소득 증감률이 1분위 -12.2%, 2분위 -5.8%, 3분위 -4.9%, 4분위 -3.2%, 5분위 -0.9%라고 밝혔다.

무엇이 논란인가?
이 같은 가구별 소득은 근로소득이 없는 사람(실직자·구직 실패자 등)까지도 모두 포함하는 반면 홍 수석이 이날 밝힌 통계 자료는 통계청의 원자료 중에서 근로소득자만 따로 뽑아낸 것이다.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다시 통계를 산출했다는 얘기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나, 기업활동 위축으로 취업하지 못한 청년 등은 빼놓고 근로자만 대상으로 소득이 늘었기 때문에 90%의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한 셈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는 통상 가구별 소득만 발표한다. 설문으로 이뤄지는 집계가 가구주·배우자·기타 가구원 3개 항목만 측정한다. 소득을 벌어들이는 기타 가구원이 다수일 경우에는 개인별 소득을 알 수가 없다. 이번에 청와대가 선택한 방식에는 기타 가구원 소득을 모두 합쳐 마치 한 명의 소득처럼 가정하고 집계해 분석한 결과도 포함했다. 청와대는 "학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등이 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 농성에 돌입하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과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등이 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 농성에 돌입하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과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논란 이유는?
청와대가 이처럼 근로소득이 없는 사람들을 통계에서 제외한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분위별 소득에 여론의 관심이 쏠린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진단하기 위한 것인 만큼, 실직자·구직 실패자 등을 포함시키는 게 합당하다는 지적이다. 통계적 적합성을 따져봐도 이들을 제외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통계청 관계자는 "개인별 소득을 측정할 때 근로소득이 없는 사람을 포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구자료에 포함 여부를 표기만 해주면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홍 수석은 "실직자가 많을 경우 통계에 왜곡이 있을 수 있지만, 고용률이 작년 1분기하고 올해 1분기에 차이가 없으니 문제없다"고 했지만 굳이 이 같은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역효과 빼버린 셈"
결국 석연치 않은 방식으로 집계된 통계에 근거해 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각료에게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의 긍정적인 부분을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한 셈이다. 이 회의는 문재인정부 경제정책방향이 크게 선회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일주일 앞서 발표된 1분기 가계소득동향에서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역대 최대폭 감소를 보였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을 16.4%나 올려 취약계층의 고용지표는 악화되고, 분배도 오히려 악화됐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 후 이 같은 발언을 하며 소득주도 성장을 주장하는 각료에게 힘이 실렸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부분만 보여주고, 역효과는 아예 빼버린 셈이 됐다.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취직에 실패한 이들이 혜택을 본 사람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며 "중요한 시점에 단편적 통계에 근거한 발언이 나온 점은 많이 아쉽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인 효과를 부각시키려고 '입맛에 맞는 통계'만 뽑아낸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하는 반응이다. 기존 통계는 무시하고, 지금까지 정부가 사용하지 않았던 통계까지 애써 만들어내서 발표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는 얘기다.

[오수현·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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