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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산 엔진이 北ICBM 개발 수년 앞당겨"

[레이더P] 국제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기사입력 2017-08-16 17:45:09| 최종수정 2017-08-16 17:46:16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14형'의 엔진 출처를 놓고 국제적으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자체 제작한 '백두산 엔진'이라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산 엔진을 몰래 밀수입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이클 엘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사진제공=IISS]이미지 확대
▲ 마이클 엘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사진제공=IISS]
'북한 ICBM 성공의 비밀'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마이클 엘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는 16일 매일경와 이메일 단독 인터뷰에서 "백두산 엔진은 북한이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산일 가능성이 있다"며 "냉전 시대 소련의 미사일을 제조했던 우크라이나 유즈마슈 공장 혹은 관련 재고를 보유한 러시아에서 밀수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백두산 엔진'을 자체 개발했다며 '3·18 혁명'을 이뤘다는 주장이 허구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엘먼 선임연구원은 미 국방부 고문 등을 역임한 미사일 방어 분야 전문가로,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통해 북한 미사일 동향을 브리핑하기도 했다.

엘먼 연구원은 "백두산 엔진은 과거 러시아가 사용하던 'RD-250' 엔진 계열과 매우 유사하다"며 "무수단 엔진으로 ICBM을 개발해왔던 북한이 수차례 실패 이후 엔진을 밀수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엘먼 연구원은 북한이 이를 통해 "ICBM 완성 시점을 최대 2년 정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엘먼 연구원은 북한 ICBM 완성의 마지막 관문인 '재진입 기술'에 대해서는 "내년까지 북한 자체 기술로 충분히 완성할 것으로 보이며 2018년이면 '화성-14형' 실전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북한은 이를 위해 앞으로 수차례 ICBM을 추가 발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D-250' 엔진은 구소련 시절 탄도미사일에 장착했던 엔진으로 우크라이나 드네프르에 있는 유즈마슈 공장에서 생산돼 왔다.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구형인데 북한에서 미 본토까지 탄도미사일을 날리기에는 충분한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

엘먼 연구원은 2014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즈마슈가 러시아 측 주문이 끊기면서 큰 경영 압박을 받았고 이후 파산위기까지 몰리는 상황에서 관계자들이 '밀수출 유혹'에 빠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엘먼 연구원은 'RD-250' 엔진 재고 상당수가 현재 러시아에 있어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백두산 엔진을 밀수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6년 전 북한 공작원이 '유즈마슈'에서 미사일 관련 기밀을 훔치려 시도한 것 역시 엘먼 연구원 주장을 뒷받침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북한 국적자 2명은 당시 '액체 추진 엔진과 미사일 연료 공급장치' 등 핵심 미사일 관련 기밀을 훔치려다 현지 경찰에 체포됐고 8년형을 선고받았다. 백두산 엔진은 '액체연료 로켓 엔진'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은 이에 즉각 반박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유즈마슈는 15일(현지시각) 현지 언론에 "북한과 미사일 개발로 연계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 우주청 청장대행 역시 "그런 엔진은 러시아 로켓을 위해 만든 것"이라며 러시아 측의 유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러시아 '국가안보사회응용문제연구소' 소장 알렉산드르 쥘린은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하며 "지난해 유즈마슈 출신 엔지니어 6~10명 정도가 북한에 입국했으며 몇 년 전에도 우크라이나 전문가가 북한으로 갔다. 이들의 머릿속에 모든 것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미 국무부도 우크라이나 미사일 기술의 북한 유입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미사일 엔진 기술의 북한 유출 보도가 확인되면 미국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노어트 대변인은 "우리는 이 보도(NYT 보도)를 알고 있다"면서 "(보도가) 확인되면 우리가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일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미 정보기관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자체적으로 엔진을 제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발언을 전했다. 이에 대해 엘먼 연구원은 "북한은 엔진 밀수입 없이도 무수단 엔진만으로도 ICBM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엔진 개발 방향을 선회해 ICBM 완성 기술을 단축시켰다"며 "북한은 작년 무수단 발사 7번 중 6번을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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