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원조보수` 이회창 "文 간접민주주의 폄하, 그건 좀 아니지 않나"

[레이더P] 회고록 출판 기자간담회

기사입력 2017-08-22 15:52:06| 최종수정 2017-08-23 15:46:54
한나라당·야당 역사 완전히 잊혀질까봐 회고록 집필
보수정당, 합치고 서로 배려해야 존재 가능
북한 절대 핵포기 안해…자주국방 박차 가해야
어마어마한 화학무기·재래식 무기는 어찌할 건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이회창 회고록" 출간기념회에서 회고록에 담긴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이회창 회고록" 출간기념회에서 회고록에 담긴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원조 대쪽'이 돌아왔다. 김대중 대통령(4수)을 제외하면 한국 현대사에서 유일하게 대선 3수를 기록한 정치인인 이회창 전 총리가 회고록을 출간한 것. 이 전 총재는 과거에 대선 슬로건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강조했다. 취임 100일을 지난 문재인 대통령의 ‘나라를 나라답게'와 거의 같다.

이 전 총재는 이제 갓 100일을 지난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회고록 출판 기자간담회를 통해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또 몇가지 정치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하 일문일답.



<문재인 정부 평가>

- 최근 취임 100일을 맞은 문 대통령도 대선 당시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슬로건을 썼다. 문 정부 100일을 어떻게 평가하나.

▶보니까 제 창고에서 막 갖다 쓰더라고요? (웃음) 좋죠.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제 창고는 비워도 됩니다. 이제 100일이 좀 지났으니까 아직 얼마 안 됐죠. 처음하는 일 이니 어설프고 서툴게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본격적으로 평가하기는 이르고, 조금 기다려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힘들거예요. 다만 걱정스러운 대목은 너무 홍보하는데 치중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치는 지지율 지키는 게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취임 100일이 됐는데 벌써 국정보고회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 문 대통령의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말을 자꾸 바꾸면 신뢰가 떨어진다는 점은 본인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처음 말한 것들이 자꾸 바뀌고 의미를 희석시키는 일이 있었는데 그게 걱정입니다. 예를 들어 탈원전 문제는 바로 시행할 것처럼 말을 꺼냈다가 (반발이 생기니까) 6년간 검토하면서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을 바꾸면 국민이 굉장히 불안해 합니다.

- 최근 문 대통령이 100일 기념 기자회견도 했는데, 어떻게 봤나.

▶(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간담회 기자회견을 하면서 그런 말을 했어요. 간접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퇴화 시켰다고 했나요.(실제 문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은 간접민주주의에 만족 못해...집단지성과 함께해야"이다.) 그걸 보고 그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접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진화 과정에서 간접 민주주의로 이행한 것이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이라고 나는 이해합니다. 즉흥적이고 포퓰리즘에 좌우되고 또 다수 집단이나 힘 있는 자의 논리에 매몰되기 쉬운 직접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고 보다 합리적인 정치로 만든 것이 간접민주주의라고 이해하는 것이죠. 그게 대의민주주의이고 그런 것이죠. 물론 (양쪽이) 장단점은 있으니 대의제도 단점이 있지만, 직접민주주의를 안하고 간접민주주의에 치중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문 대통령의) 독단이라고 생각합니다.

- 문 대통령은 촛불집회의 의미를 강조하는 취지에서 한 말인데.

▶(문 대통령이) 집단지성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촛불집회와 같은 집단지성과 함께 갈 것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회고록에서도 언급했지만, 광장에서의 의사표출은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것이 돼야 합니다. 상시적이고 당연한 것이 되면 국정운영의 틀이 흔들립니다. 집단의 의사표출은 필요한 때가 있고 긍정적 면이 있지만 그게 항시적인 것이 되면 안되고 예외적이고 일시적인 것이 돼야합니다. 그래서 문 대통령과 정부가 촛불의 의사대로 가겠다고 한 의도라면 우려스러운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법치주의에 반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의중을 확실히는 모르기 때문에 이 정도로만 말하겠습니다.

- 최근 문 대통령이 우리법연구회 등을 주도한 진보성향 판사를 대법원장에 지명했는데, 대법관 출신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분이 어떤 분인지 개인적으로 잘 모릅니다. 자세한 평가를 드릴 순 없습니다. 다만 법관이든 대법관이든 중요한 것은 보편타당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야하고 법적 판단이든 기타 가치판단에 있어서 절대로 선입견이나 자기의 성장배경이나 교육배경에 좌우되지 않고 정말 어느쪽에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 보편적 가치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분이라면 괜찬다고 생각해요.

그분의 구체적 판결을 모르기 때문에 그 이상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물론 대법원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만큼 새로 지명된 대법원장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하는 입장에 있는 분들은 신중하고 깊이 있는 검색을 해서 발언해주길 기대합니다.



<회고록 집필>

- 회고록을 쓸 때 망설였다고 했다. 그런데 마음을 바꿔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내가 성공한 사람이면 자신있게 쓰겠는데 (대선에) 실패한 사람이 쓰려니 구질구질한 것 같아서 안 쓰겠다고 마음 먹기도 했죠. 그러다 책장에서 우연히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란 책이 눈에 띄여 읽다가 마음을 바꿨습니다. 정약용의 작은 형인 정약종이 이른바 사학사건, 천주교로 붙잡혀서 능지처참형을 당했어요. 정약용도 귀향가서 18년간 귀향살이 하다 나중에 풀려나서 올라왔죠. 당시 정약용은 원래 절필하려고 했답니다. 그러다가 그래도 내가 이 세상에 와서 가는데 내 생각과 내 마음을 남겨야 겠다라고 해서 자서전 비슷한 책을 편찬했다죠.

저는 이런 정약용의 경위를 쭉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정약용의 역사는 승자의 역사에 의해 버려진 역사다, 당시 노론이 조정을 장악하고 정조를 몰아내진 못했지만 정조 사후 그 세력을 누르고 그러면서 정약용의 역사는 실종된 역사나 마찬가지였죠.

물론 제가 감히 정약용과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어떻게 보면 당시 제가 있던 한나라당과 야당의 역사는 완전히 잊혀진 역사입니다. 대통령 당선된 분들의 역사가 정사가 되고 야당은 야사로도 남아 있지 않고 잊혀져 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나와 같이 고생한 동지들, 야당의 역사를 남길 필요가 있겠다고요. 그걸 내가 아니면 누가 쓰겠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쓰게 됐습니다.



<보수정당>

- 지금 현재 보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 어느 정당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보나?

▶현재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대한 평가는 제가 말씀드리기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현재 두 당이 그야말로 땀투성이가 되서 열심히 하고 있고 보는 저도 안타깝고 때론 답답한 생각이 들지만 결국 정치는 뒹굴면서 길을 열어가는 것입니다. 누가 옆에서 코치하고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부딪히고 막혀도 또 부딪혀서 길을 열어가는 것이죠. 오직 진심으로 하고 정도로 간다는 그러한 방향성만 확실히 가지고, 그러면서 진로를 모색하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다. 안타깝지만 그정도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 보수를 혁신하는데 구심점이 될만한 정치인은 누구라고 보나.

▶사람은 누군지 콕 찍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으니 아무쪼록 지혜를 발휘해서 좋은 방향으로 (혁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보수는 어차피 어지럽게 통합했다 분리했다 하는데 결국 큰 선거에 가까워지면 통합을 하게 될 겁니다. 큰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보수는 합치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때가 올 것입니다.

(보수 양당이) 합쳐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땜질해서 합칠 생각을 해선 안됩니다. 부정적인 측면, 신뢰를 잃은 부분을 과감히 털어내서 합쳐야합니다. 어느 쪽이 어느 쪽을 합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고, 인간적으로 서로 믿는 상태가 돼야만 합치는 것이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정치는 좌든 우든 건전한 존재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한국 정치가 건전하게 갈 수 있다고 봅니다.



<대북 문제>

- 최근 북한의 도발 움직임과 한미동맹 등을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북핵은 김정일이 기본적인 틀을 짜고 진행해오다 김정은이 이어 받았는데, 절대 북한을 핵을 축소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김정은은 저 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핵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 첨단화 할 생각을 절대 포기 안할 겁니다. 그런데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얘기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김정은과 전쟁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반도 문제는 어차피 북반부는 김정은 체제라는 독재체제가 점령하고 있는 상태에서 평화적인 공존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어떻게 공존을 이끌어가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 대화를 통한 해결이 어렵다는 건가.

▶김정은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을 포기, 축소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입니다. 지금은 문 대통령이 대화와 협상 꺼낼 때가 아닙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북핵의 완전 폐기 보다 동결, 축소 등의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고 국내에서도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한 북핵의 단계적 축소 같은 방향으로 가면서 그대신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의 포기를 줘야 한다는 입장도 굉장히 위험합니다.

이는 좌우 이념의 문제가 아닙니다. 북핵뿐입니까. 현재 재래식 군비만 보더라도 장사정포, 화학무기 등도 문제입니다. 북한이 가진 화학무기 보유량이 전세계 1위라고 평가합니다. 이런 북한이 북핵에 대해 잠시 숨을 죽이고 동결했다 해서 한반도에 위험이 없어집니까. 그런 재래식 무기의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북한이 위협을 해올 때 우리가 단독으로 막아낼 수 있습니까.

- 한미동맹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건가.

▶이런 단계에서 북핵이나 탄도미사일 문제가 북한 문제의 전체인 것처럼 생각해서 이를 동결, 축소하면 한미 동맹을 양보할 수 있다는 건 위험한 생각입니다. 한미 동맹은 우리의 울타리입니다. 친미 반미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라엔 동맹이 필요하고 동맹은 자유의 울타리입니다. 이건 작은 국가나 큰 국가나 마찬가지죠.

로마에 한니발이 쳐들어왔을 때 로마를 뒷받침해준 게 작은 동맹국가들이었습니다. 미국도 알카에다나 이라크나 아프간 전쟁 때 여러 작은 국가들의 도움이 상당한 있었습니다. 그런 한미동맹이라는 울타리를 북핵 하나 없앴다고 빼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이야기죠. 현 단계에서는 일관되게 핵 완전 폐기 주장해야 되고, 우리가 양보해서는 안 됩니다.

- 문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이른바 '레드라인'은 어떻게 평가하나.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은 탄도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했을 때가 레드라 인이라고 했지요. 사실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발언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서 있습니다. 단거리 미사일이나 중거리 미사일 등엔 이미 (핵을) 탑재할 수 있는 기량이 있습니다. 그러니 괌을 포격하거나 미국 본토를 포격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만 레드라인이다 라는 식의 이야기라면 그건 부적절하죠. 문재인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을 말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싶습니다. 남북관계는 김정은과 미국 간의 주고받기 기 싸움을 넘어서서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차원에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 전술핵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의 핵우산으로 우리를 막을 수 있다거나 전술핵을 다시 들여올 수 있다거나 하는 것은 느슨한 생각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그러한 미사일 공격이나 장사정포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자위 능력을 빨리 키워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경우 우리보다 더 많은 적들에 국토가 둘러싸여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언 돔'이라는 철저한 방어 능력으로 헤즈볼라가 쏘는 미사일을 거의다 떨어트려버리는 방위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왜 이걸 소홀히 했던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술핵 얘기나 하고 말이죠. 자체의 방어 능력을 전혀 못 갖춘 게 아닙니까. 저는 지금 국방관계 전문가가 아니므로 제가 모르는 것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언론에 나와있는 걸 보면서 느끼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래서 방산 업체의 업무와 관련된 부정에 대해서 철저한 감시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회고록에서 특히 애착이 가는 부분이 있나.

▶고생하면서 쓴 걸 생각하면 모든 페이지에 애착이 갑니다. (웃음) 모든 페이지를 관심가지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윤범기 기자/조선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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