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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산과 통합 같이 갈 수 있다고 믿어" 촛불 든 30대

[레이더P] 촛불도 태극기도 우리 이웃이자 가족이다

  • 김수형, 김정범, 조선희 기자
  • 입력 : 2018-03-02 13:33:55   수정 : 2018-03-04 11: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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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촛불집회 참가 이창민 씨
"윗세대와 우리는 다른 삶 살고 있어"
광우병·세월호에 대한 강한 공감
"통합에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대한민국은 둘로 쪼개져 있다. 촛불집회를 거쳐 새 정부 출범 2년 차를 맞은 가운데에도 통합은 멀고 험난하다. 촛불과 태극기가 따로 간다. 하나로 통합되는 일이 없다. 정치권 쟁점인 적폐청산에는 꼭 '촛불 민심'이라는 수식어가 등장하고 최근 화제가 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는 '태극기 부대'가 들고 일어섰다.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통해 촛불과 태극기의 간극을 좁힐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그 가능성이 작더라도 그 길을 향해 '레이더P'가 나아가고자 한다.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에 참가했던 시민을 만나 그들의 삶과 생각을 들어봤다. 이번 순서는 가부장적 세상에 '촛불'을 든 30대 남성의 이야기다.



10/29 광화문 박근혜 하야 집회 현장
트랙터, 소도 함께한 이번주 촛불집회
탄핵 전 마지막 촛불집회


한 블로그에 줄줄이 이 같은 글이 올라와 있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 이 넓은 곳에서 누가 볼까 싶지만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울에 사는 서른 살, 이창민 씨는 2016년 10월부터 촛불집회에 나간 후로 꾸준히 자신이 참가했던 촛불집회의 후기를 써뒀다. 그달 29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으니 그는 첫 촛불집회 때부터 참가한 셈이다. 최근 그를 만났다.

"집회가 열린다는 건 알았지만 가려던 생각은 없었어요. 주위에 약속이 있어서 광화문을 지나가다가 왠지 모를 정의감이 들어 참여하게 됐죠."

그는 특별히 진보적이거나 개혁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첫 촛불집회는 한 명의 국민으로서 '나가야 할 것 같아서' 나갔다고 했다. 그런데 첫 번째, 두 번째 가다 보니 2주에 한 번씩은 꼭 촛불집회에 갔다. 그는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자신이 "진보적 성향에 가깝다"며 "아버지와 반대로 가게 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의 고향은 부산이고 두 살 때부터는 포항에서 살았다. 지역 성향상 보수적인 색채를 띤 집안에서 컸다.

"저희 아버지가 강한 보수예요. 그래서 부딪힌 적이 몇 번 있었죠. 특히 세월호 사태 때 아버지가 유가족을 너무 이해 못 하시는 거예요. 아버지한테 화내다가 맞을 뻔했어요. 원래 저는 중도에 가까웠는데 '아버지처럼 안 돼야지'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경상도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아버지에게 은근한 반항심이 들었다. 함께 TV를 볼 때 아버지가 진보 진영을 욕하면 그는 거꾸로 보수 진영을 비판했다. 일부러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기부도 했다.

"그때 대학생이라 어려운 형편이었는데 50만원을 기부했어요. 아버지한테 내가 저항하겠다는 마음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서요. 나는 아버지와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게서 독립하고 싶었던 이씨는 일부러 서울에 직장을 잡았다. 혼자 서울에 살면서 세월호 집회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 등에 자유롭게 참여했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기부도 시작했고 최근에는 봉사활동도 알아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삶이 바뀐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바뀔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큰 틀에서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일반 소시민의 삶, 나만 봐도 바뀐 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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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씨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촛불집회 이후 남은 과제로 적폐청산을 꼽은 것이다.

"적폐청산이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어려워요. 당장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건 일자리나 비트코인 정책 같은 것이겠죠. 하지만 적폐청산부터 해야 해요."

이어 그는 "나쁜 사람은 벌을 주고 올바르게 사는 사람은 웃고 살아야 한다"며 "(그 부분에서) 적폐청산과 국민 대통합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이들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전에는 거부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분들은) 오랫동안 박근혜가 옳다는 생각을 해왔잖아요. 그들이 받았던 교육은 우리가 받았던 것과 다르고, 보릿고개같이 어려운 삶을 살아오셨고요. 박정희 전 대통령이랑 그 딸인 박근혜에 대해 좋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우리는 좀 다른 삶을 살아왔잖아요."

그는 '통합'을 말했다. 통합을 위해서는 '시간이 답'이란 말을 꺼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신화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옳다고 생각한 걸 갑자기 바꿀 수는 없잖아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봐요."

[김수형 기자 / 김정범 기자 / 조선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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