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태영호 "초코파이, 北모기장에서 새어나간 모기"

[레이더P] 통일부 기자간담회

기사입력 2016-12-28 14:59:46| 최종수정 2017-01-17 18:04:29
개성공단에 모기장 치듯 주민 출입통제한 북한
중국, 완충지대인 북한이 어떤 일 해도 못막아
어머니조차 공개 못하는 김정은, 여전히 집권 명분 약해
황병서·최룡해도 외부정보 못보는 경우 허다
北엘리트, 탈북때 사회적지위 하락 걱정
한국을 대단하지만 경쟁심한 사회로 생각


지난 8월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도중 미소를 짖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이미지 확대
▲ 지난 8월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도중 미소를 짖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북한 출신이 주도한 ‘서구식 스타일'의 기자간담회였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54)는 27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전 질문지 없이 50여명의 한국 기자들과 150분간 질문과 답을 주고 받았다.

김정은 정권의 핵 개발 계획부터, 개성 공단,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 평가까지 수십 개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는 막힘이 없었다. 매우 ‘빡빡하게' 진행됐지만 유럽 주재 경험 덕분인지 매우 자연스러웠다.

탄핵 정국 속 고위 탈북자의 이례적인 공개 행보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일부 태 전 공사의 답변에서는 '준비된' 냄새가 풍기기도 했다. 모두 발언을 마친 그가 “통일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 부분이 특히 그랬다.

하지만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태 전 공사의 주요 발언을 소개한다.



1. 우리 탈북민과 실향민이 통일에 앞장설 때 김정은 정권의 연좌제는 허물어 질 것이다. 3만 명 탈북민 김정은 타도 외침이 임진각에서 울려 퍼질 때 통일의 아침은 밝아올 것이다. 통일된 대한민국 만세."

2. 낮에는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만 주민들 집에서는 이불쓰고 한국 영화 본다. 북한 주민들의 이런 동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과 간부들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고 있다. 조금만 이상 징후라도 보이면 처형하는 공포 통치를 하고 있다"

3. 김정은이 왜 2017년 말을 핵개발 완성 시점으로 정했는가? 한국에서 대선이 진행되고 미국에서도 대권 후 정권 인수 과정이 진행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이때 미국과 한국이 국내 정치적인 일정으로 북핵 개발을 중지할 물리적이고 군사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4.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정권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면 새로운 대북 정책을 취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북한은 빨리 핵개발을 완성해 핵 보유국 지위에서 한미 정부와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계산하고 있습니다"

5. 저는 (항일 빨치산 1세대이자 김일성의 전령병으로 활동한) 태병렬과는 어떤 혈연적 관계가 없다. 아내인 오혜선은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과 혈연관계다.

6. 북에 두고 온 저의 가족과 나 때문에 피해를 본 동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제가 방구석에 앉아서 눈물 흘리고 가슴이나 쥐어뜯는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직 김정은 정권의 소멸을 위해 앞장서 싸우겠다.

7. ‘김정은=핵무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김정은이 있는 한 북한은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1조, 10조 달러를 준다고 해도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8. (본인이 영국에서 보좌했던) 김정철이 김정은 형이라는 이유만으로 제가 여기서 그를 욕하거나 개인에 대한 자질을 이야기하면 저는 연좌제를 실시하고 있는 김정은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 된다.

9. 북한은 중국의 약점을 알고 있다. 북한은 중국이 자신을 동북아의 완충지대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어떤 일을 해도 이 완충지대 유지를 위해 북한이 하자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10. 만일 중국이 결심만 한다면 북한 정권을 끝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중국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통해 번져갈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미군이라는 물리적인 전제를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김정은 정권에 기여하고 있으며 김정은 정권은 이런 중국의 약점을 활용하고 있다.

11.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에 대해 북한 핵개발을 다그칠 수 있는 면죄부라 생각해왔다.

12. 현재 북한이 직면한 가장 큰 아킬레스건 중 하나는 올바른 경제 정책을 주민에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의 경제 시스템은 원시적 자본주의 형태인데, 그 위에 존재하는 상부구조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집단주의 이념에 기초하고 있다.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의 마찰이 북한이 가진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13. 북한의 의사결정 핵심 기구는 어디인가? 다른 말로 하면 컨트롤타워가 어디인가? 북한 사회는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매우 특수한 사회이다. 김정은이라는 신, 수령과 이를 지탱하는 종속관계로 묶여 있다. 북한 사회에 컨트롤타워는 없다. 김정은이라는 수령과 그 밑에 정책을 집행하는 부서가 종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회다.

14. 현시점 까지도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명분과 정체성을 가지지 못한다. 김정은은 자기가 김정일의 아들이니까 백두혈통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집권 5년차가 된 오늘까지도 자신의 어머니를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15. 북한은 외부정보 유입이 철저히 차단 된 상황에서만 존재가 가능하다. 이러한 원칙은 고위층급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에서 황병서와 최룡해가 2인자, 3인자라고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외부정보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16. 북한 외교관 월급을 여러분에게 공개하는 것이 상당히 부끄럽다. 여러분이 들으면 그거 가지고 과연 생존이 가능한가 하는 정도다. 북한은 대사관 월급은 나라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대사의 경우는 월 900~1100불 달러. 참사나 저 같은 공사는 700-800불 정도 받는다.

17. 북한 사람 치고 한국 영화, 드라마 이때까지 안 본 사람 못 봤다. 나 같이 공부를 한 사람은 역사물을 좋아해 불멸의 이순신, 육룡의 나르샤 등을 봤다. 김정은이 한국 영화 보는 것을 막으라고 해도 단속이 안 된다. 그렇지만 김정은도 인간의 속성을 막을 수는 없다.

18. 현재 한국에서 TV를 보면 당장 나라가 끝날 것처럼 보인다. 매주 주말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를 외친다. 그럼에도 집회가 끝나면 한국 사회의 모든 사람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평범한 일상을 지낸다. 제가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세계적으로 백만 명이 하루 저녁 촛불집회 모였다가 흩어질 때 한명도 경찰에 연행된 적이 없는 것을 보고 정말 놀라웠다.

19. 시위 참가자들이 시위장 청소하고 딱지 떼고 이 장면 보고 대단히 큰 감명을 받았다. 한국 정치 상황과 국정 농단 사태가 가슴 아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이 민주화 과정을 새로운 단계에서 선두로 끌고 나가는 것 아니냐. 그런 과정 아니겠느냐.

20. 북한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모순적이다. '30-40년 동안 짧은 시간 안에 압축적인 성장을 이뤄낸 대단한 나라구나'라는 생각. 그러나 한국 드라마, 한국 문화 콘텐츠를 보면 '한국이라는 사회는 대단히 경쟁이 심한 사회다'라고 생각한다.

21. 북한 엘리트 입장에서 보면 탈북을 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본인의 사회적 지위가 내려가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한다. 북한에서는 양반의 지위로 살았는데 특권을 누리고 잘 살았는데 한국에 가면 양반에서 상민이나 천민으로 떨어지지 않겠느냐. 이런 심리적인 부담이 있다.

22. 개성공단에 대해 북한에서 처음에는 부정적인 논의가 많았다. 하지만 일단 해놓고 보니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결론은 '모기장을 치니 모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개성시에 북한 주민들 출입을 통제했다. 하지만 이 모기장에서 모기가 새어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초코파이다.

23. 한국 정부에 저의 탈북 귀순 의사를 밝힐 때 저는 탈북, 귀순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국 정부에 투항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투항이라는 표현이 공개 활동을 시작한 저희 심정을 집중적으로 표현한다.

24. 트럼프에 대북 제재 라인, 국무성 라인은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 대북 강경책을 유지한 공화당 속성을 유지할 때 결국 대북팀은 강경파, 네오콘 세력이 다시 차지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25. 김정은으로서는 중국을 하루라도 빨리 방문하지 못해 몸살이 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개발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건 중국의 뺨을 친거다. 시진핑이 비핵화 언급한 상황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김정은을 초대할 거면 비핵화 약속을 받고 싶을 거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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