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조국 "민생강화·격차해소 안하면 역사가 복수"

[레이더P] 지난 1월 서울대 재직 당시 인터뷰

기사입력 2017-05-16 14:40:48| 최종수정 2017-05-17 16:37:24
대통령의 사법부 인사권 줄여야
경쟁자 정책은 물론 사람도 끌어안아야
진보의 핵심 가치는 공정
보수의 핵심 가치는 준법과 절제


조국 민정수석(왼쪽)이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 브리핑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조국 민정수석(왼쪽)이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 브리핑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선 경쟁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1월 9일 매일경제 레이더P와 인터뷰를 했다. 그가 당시 재직하고 있던 서울대 법학대학원 연구실에서였다. 당시 그는 진보 학자로서 여러 현안들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문재인정부의 개혁, 특히 검찰개혁 등을 추진하고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에 대한 조사를 담당할 핵심 자리인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된 만큼 그의 생각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레이더P는 4개월 전에 이뤄진 조 수석과의 상세한 인터뷰 내용을 게재한다.

무엇보다 그는 2017년의 시대정신으로 '민생 강화'와 '격차 해소'를 꼽았다. 그러면서 "이를 실천하지 않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시대정신의 복수, 역사의 복수를 당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조 수석은 이어 "최순실 사태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민낯은 기득권층이 힘과 돈을 쥐고 부를 세습하는 모습"이라며 "계층 상승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질수록, 흙수저가 노력을 해도 금수저로 가기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수록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개헌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대통령제가 우리나라 정치 문화에 맞는다고 보지만, 대통령 권한은 분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아래 있는 감사원을 국회 밑으로 옮기고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대통령이 갖고 있는 사법부 최고위직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 권한을 줄여야 하며 △지방 분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향을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활로를 모색하는 보수진영에 대해 "시장을 중시하고 사람의 욕망을 인정하면서도, 품위를 유지하고 절제하는 것이 진짜 보수"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한국 보수의 지향점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유로는 상대파의 입장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합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하 일문일답.

-2016년을 어떻게 정의(定義)할 수 있을까.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행동을 통해 헌법을 수호(守護)한 의미 있는 한 해였다. 헌법이 전제하고 있는 국정운영 방식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알게 된 국민이 직접 헌법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정치적·법적 문제 외에 민주공화국 주권자로서 보통 사람들의 자부심과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받았다.

-최순실게이트는 과거 정권들의 권력형 비리와는 어떻게 다른가.

▷사실 진보·보수를 떠나 대통령 및 측근 등에 의한 범죄나 비리는 어느 정권에나 있었다. 과거 '비선'은 권력 내부의 감시와 견제를 통해서 드러나기도 하고 교정되기도 했다. 이번 경우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기 전에는 권력 내부에서 어느 누구도 견제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안은 검찰 공소장에서 확인된 것처럼 대통령이 직접 공모의 주체란 점이 다르다.

-개헌 논의은 어떻게 보나.

▷개헌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용적으로는 대통령제가 우리나라 정치 문화에 맞는다고 보지만, 대통령 권한은 분산시켜야 한다. 첫째로 대통령 아래 있는 감사원을 국회 밑으로 옮겨야 한다. 현재로는 행정부에 대한 감사가 왜곡될 수 있다. 둘째로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대통령이 갖고 있는 사법부 최고위직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 권한을 줄여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지방 분권을 강화해야 한다. 저는 이것을 '협치분권형 대통령제'라고 부르는데,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정부가 협치를 할 수 있도록 구조를 새로 짜야 한다.

-보수의 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보 입장에서 보는 보수의 참모습은 무엇인가.

▷보수는 변화보다 안정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구와 다른, 보수의 안정은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것이다. 부패, 탈세, 병역기피 등 현재의 보수는 불법과 결부돼 있다. 보수가 추구해야 할 또 다른 가치는 품위와 절제다. 시장을 중시하고 사람의 욕망을 인정하면서도 절제하는 것이 보수다. 나는 김구 선생과 장준하 선생 정도가 돼야 진짜 보수라고 본다.

-한국의 보수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한국 보수의 지향점이라고 본다. 기독교 신자로, 전통적인 독일의 보수정당인 기민당 출신이지만 장기 집권하고 있다. 진보적 사람도 좋아한다. 반대당파에서도 메르켈을 인정한다. 무엇보다 상대파 입장도 존중하고 경청하며 합의를 추구한다. 토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방성과 품격을 갖춘 보수주의자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진보가 추구해야 할 모습은 무엇일까.

▷진보라는 이름 아래 여러 그룹이 있을 수 있다. 민족주의적인 진보도 있고, 탈민족주의적인 모습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념적으로 진보의 공통적 가치를 말한다면 공정, 인권, 평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현재 상황에서 공정의 개념이 중요하다. 계층, 계급, 신분과 관계없이 그 사람의 능력과 노동에 따라 공정하게 재화를 분배하는 것이 진보의 중요한 핵심 가치 중 하나다.

-공정은 사회격차 해소와 관련된 것 같다.

▷공정이 실현되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격차 사회' 현상이 해소된다. 최순실 사태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민낯은 '세습 자본주의'다. 기득권층이 힘과 돈을 쥐고, 부를 세습하는 모습이다. 정유라가 "돈도 실력이야"라고 말했는데 '세습 자본주의'의 핵심을 이야기했다고 본다. 계층 상승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질수록, 흙수저가 노력을 해도 금수저로 가기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수록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고위 관료의 '개, 돼지' 발언도 있지 않았나. 귀족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시민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어야 한다.

-대선의 화두, 시대정신은.

▷먼저 정치적으로 국정운영의 정상화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국정운영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둘째는 민생 강화와 격차 해소다. 2012년의 시대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나라 대선에 경제민주화와 복지 프레임이 나온 것은 2012년 대선이 역사상 처음이었다.

소득, 자산, 교육 등 각종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사회·경제적으로 평균적 시민들의 삶의 불안전성, 불확정성을 해결해야 한다. 서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민생 강화를 하면 격차가 해소된다. 이는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 문제가 아니다.

민생 강화와 격차 해소라는 시대정신을 실천하지 않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시대정신의 복수, 역사의 복수를 당할 것이다.



아래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당내 통합과 탕평에 관한 내용이다. 당시 조 수석은 포용력을 강조하며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경쟁 후보를 어떻게 예우하고 배려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선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 측 인사인 박수현 전 의원을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했고, 그에 앞서서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 박원순 서울시장 측 인사로 통하는 다수의 인물들을 핵심 자리에 임명했다.

이하 당시 조 수석의 답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진보 통합은 가능할까.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상당히 수위가 높은 비판도 나온다. 지난번 총선 때 분당을 경험했기에 박원순, 안희정, 이재명 이런 분들이 탈당할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내부 경쟁은 치열할 텐데, 경선에 불복하고 탈당할 일은 없어 안정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

경선 후 끝까지 같이 갈 것인가는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의 정치력과 포용력에 달려 있다. A가 이기더라도 B, C, D의 정책과 사람을 같이 이끌어갈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정책은 쉽게 가져올 수 있는 것 같은데,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경쟁 후보를 어떻게 예우하고 배려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상훈 기자 / 전범주 기자 / 윤은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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