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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위한 ‘김정일 대역`했던 김달술이 본 김정은의 전략

[레이더P] 전 남북회담본부 상임연구위원

  • 김성훈 기자
  • 입력 : 2018-04-04 17:35:17   수정 : 2018-04-04 17: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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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란
주한미군 철수해야 한다는 뜻
"김정은, 트럼프에 공포심 있을 듯"


"겉으로 '비핵화'를 말하지만 속으로는 어떻게든 핵을 놓지 않고 미국을 달래 제재를 푸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했던 모의회담에서 북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대역'으로 나섰던 김달술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임연구위원(88)은 4일 매일경제 레이더P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달술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임연구위원이미지 확대
▲ 김달술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임연구위원
그는 중앙정보부 북한처장과 통일부 남북대화사무국장을 역임하며 30년 넘게 북한 최고지도자들의 심리를 연구했던 최고 전문가다. 김 전 위원은 당시 회담 준비를 하며 ‘내가 김정일이라면’이란 생각 하에 행동까지 비슷하게 하며 상황을 분석했고, 김정일 사후에는 ‘내가 김정은이라면’이란 가정을 하고 그의 판단을 예측하고 해석하며 살아왔다.

그는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당시 국가정보원장 통일특별보좌역이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팀을 꾸려 김대중 대통령의 모의 회담 '스파링 파트너'를 맡았다. 김 전 위원은 김정일 위원장 배역을 담당하고 정 전 장관은 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역할을 맡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그는 자신의 회담 상대였던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공부를 참 열심히 하고 두뇌가 명석했던 분"이라고 회상하며 김 전 대통령이 논리적으로 입장을 펼치며 남북 간 교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김 전 위원은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신문·방송에서 보도되는 한반도 정세를 상세히 파악하며 몸에 밴 습관처럼 북한 김정은(노동당 위원장)이 이달 말 남북정상회담에서 펼칠 전략을 헤아리고 있었다.

김 전 위원은 인터뷰에서 "김정일이든 김정은이든 북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비핵화는 자신들만의 의무가 아닌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라며 북한이 선뜻 핵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희망적 예측을 거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는 기본적으로 언제든지 핵무력을 동원해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는 미군 역시 한반도에서 나가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북측이 비핵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전된 입장을 취하지 않을 가능성도 상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장 밖에서는 한미에 '비핵화할 뜻이 있다'고 했지만 정작 회담에 임해서는 이른바 '근본 입장'을 고수할 공산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 전 위원은 "이번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핵프로그램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북측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면서 크게 나아간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이 어떻게 나오든 문 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입장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북한이 핵문제를 타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펼쳤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은 김정은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겁을 먹은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스마트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국제 정세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학습해 그가 놓는 포석을 보면 위기를 돌파하는 김정은의 수완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또 김정은이 할아버지인 김일성(주석)의 외모와 스타일을 '따라한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김일성 주석을 따라한다기 보다는 할아버지의 아우라를 '활용'하면서 인민을 사랑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김정일 옆에서 자신의 권력승계를 도왔던 인사들을 숙청하고 자기 사람으로 채워나가는 행보를 취하는 김정은의 용인술에 대해서도 "보통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김 전 위원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김정은이 모종의 '공포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핵 위협을 가했지만 막상 지난 연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후에는 자신이 가진 핵무기가 미국의 선제공격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됐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전 위원은 최근 김정은이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중국 측의 '체면'을 세워준 것을 두고 "미국의 직접적인 공격을 막기 위해 한국은 물론 중국까지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이 스스로 한중 양국만으로는 방패막이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곧바로 전용기인 '참매 1호'를 타고 모스크바로 날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미국에 맞서 겹겹이 방패를 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 전 위원은 "문 대통령이 비핵화 등 핵심 사안에 대해 직접 성과를 내는 것도 좋지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실질적인 결과를 맺을 수 있도록 코칭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으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당신이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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