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팩트체커

[팩트체커] 툭하면 갈등... 누리과정 예산 왜 싸움거리가 됐나

[레이더P] 예산처리 때마다 여야충돌 발생

  • 김종훈 기자
  • 입력 : 2016-09-05 11:28:14   수정 : 2018-04-30 16:39:06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공유
  • 프린트
여야가 추경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30일 오전 본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이날 국회는 전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부담으로 급증한 지방채무 상환을 위한 예산 6천억원을 증액하는 안을 단독 처리한 것을 놓고 새누리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여야가 추경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30일 오전 본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이날 국회는 전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부담으로 급증한 지방채무 상환을 위한 예산 6천억원을 증액하는 안을 단독 처리한 것을 놓고 새누리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Q: 당초 8월 말 국회 통과가 예정됐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누리과정 예산 등으로 여야가 막판 대립하면서 지난 2일 겨우 처리됐습니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은 매번 예산안 처리의 발목을 잡았는데요. 이제까지 어떤 갈등이 있었고 이런 갈등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이미지 확대
A: 누리과정은 만 3~5세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비용을 제공하는 교육과정입니다. 보육·교육의 질을 높이고 출산을 장려하려고 도입한 제도로, 누리과정인 국·공립 유치원에는 매달 원아 1인당 11만원 (학비 6만원·방과 후 과정 5만원 지원),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에는 29만원 (학비 22만원·방과 후 과정 7만원 지원)의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그런데 도입 첫해인 2012년 이후 매년 예산처리 과정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매번 야당과 지방교육청에서는 돈이 부족하다고 중앙정부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반면 여당과 중앙정부에서는 부족한 돈은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구체적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안에서 해결하되 부족분은 지방에서 빚을 내(지방채 발행)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중앙정부가 강조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중앙정부가 공립유치원 등 교육기관과 지방교육청 등 교육행정기관에 지급하는 돈입니다. 중앙정부에서 거둔 돈(내국세의 20.27%+교육세)을 지방정부에 주는 셈입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전체 지방교육예산의 70% 정도의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비중이 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누리과정 외에도 여러 용도로 나눠씁니다. 가령 초등학교 교실의 냉난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시설비에도 투입됩니다.

따라서 교부금이 부족하면 지방교육청에서는 다른 사업예산 부족할 수 있습니다. 지방 교육청은 "현재로써는 누리과정과 관련해 돈이 부족하다면 교실 냉방 등 다른 사업 예산을 빼 와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럼 누리과정이 도입되면서 돈이 갑자기 부족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 누가 부담할지 놓고 도돌이표 논쟁

'돈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누리과정 사업이 추가됐는데도 중앙에서 추가로 돈을 지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옵니다. 누리과정에 드는 돈만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늘려야 한다는것이 야당과 지방교육청의 주장입니다.

야권과 지방교육청은 돈을 늘리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우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자체를 늘리는 방법입니다. 구체적으로 중앙정부가 거둔 내국세 중 지방으로 내려주는 비율(교부율)을 현재 20.27%에서 더 올리는 것입니다. 지방교육단체장협의회 측에서는 25.27% 정도로 교부율을 올리자고 주장합니다. 한 지방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누리과정으로 4조 정도의 돈이 추가로 들어가는데 이는 교부율을 22.27%로만 올려도 해결될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에서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태도였습니다. 교부율을 한번 올리면 다시 내리기가 어려운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중앙정부에서 누리과정만을 위한 사업비를 따로 지원하는 방법입니다. 유치원·어린이집 중 어린이집에 투입되는 누리과정 예산만이라도 보건복지부에서 돈을 따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이 방법에도 난색을 보입니다. "이제까지 추가적인 예산지원 없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으로도 잘 운영해 온 지자체가 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현재 광주, 경기, 전북 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서울과 강원은 일부 편성했습니다.

야권에서는 중앙정부가 예측을 잘못해서 당초 계획보다 누리과정에 쓸 돈이 부족해졌으니 어떻게든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태도입니다. 경기침체로 당초 예상보다 내국세 세수가 줄면서 누리과정에 쓸 돈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시 줄어든 것입니다.

정부가 2011년도에 세운 계획(중기재정계획)에 따르면 2015년에는 49조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지방교육청에 내려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그러나 2015년에 지방교육청에 실제로 준 돈은 39조원에 불과했습니다.

정부·여당도 아예 손을 놓은 것은 아닙니다. 교육부 측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기준에서 '학생 수'의 비중을 대폭 늘렸습니다. 어린이들이 많아 누리과정 시행에 필요한 돈이 많은 지역에는 더 많은 돈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초 인구수에 따른 교부금 배정은 지역교육 균형발전에 어긋난다는 취지에서 학생 수 비중이 낮아져 왔습니다.

◆ 어린이집 지원까지 추가되면서 갈등 증폭

누리과정에 쓸 돈이 부족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교육청 소관이 아니었던 어린이집마저 교육청 예산으로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 유치원은 교육공무원법상 '교육기관'으로 원래부터 교육부와 지방교육청에서 돈을 지원받았습니다. 반면 어린이집은 영유아 보육법상 사회복지시설로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돈을 지원받았습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누리과정'으로 묶으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방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유치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도 지원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광주, 경기, 전북 등 일부 지방 교육청에서는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우리 소관이 아니"라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누리과정에 예산을 투입한다면 다른 사업의 예산을 빼 쓸 수 밖에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보통합('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을 추진 중입니다. 누리과정 외에도 시설관리·감독등 유치원과 어린이집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교육청에서 통합·관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야당에서도 유보통합에는 찬성합니다.

다만 현재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유보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청이 어린이집을 지원하는 것은 '위법'문제가 있습니다. 교육청은 영유아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누리과정에 필요한 돈을 어린이집에 줍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하면 '위법'입니다.

지방재정교부금법 제1조는 지방재정교부금으로 '교육기관과 교육행정기관'을 지원한다고 규정합니다. 교육기관이 아닌 어린이집은 지방재정교부금으로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법 체계상 시행령이 상위법인 지방재정교부금법을 위반한 셈입니다.

◆ 부족하다 vs 아껴쓰면 된다

교육부와 기재부·여당은 새는 돈을 활용하는 지방재정 효율화와 지방채 발행 등 임시수단으로 부족한 돈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돈이 부족한 이유는 세수를 잘못 예측한데 따른 일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곧 해결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지금까지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은 지방교육청에서 빚을 지고 (지방채 발행)하고 중앙정부가 지방채 상환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고, 세수예측 실패와 경기 침체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이기 때문에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야당 지적입니다. 19대 국회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었던 김성주 전 의원은 당시 법안소위에서 "내국세가 더 많이 걷히면 교육청이 반발하지 않고 적게 걷히면 교육청이 반발하는 이런 형태가 해결 방식이 아니"라며 "어떻게 하면 그걸 담당하는 지자체에 안정적으로 보육재정을 확보해 줄인가가 핵심"이라고 밝혔습니다.

◆ 세수 부족 속 그때그때 미봉책만

정부가 누리과정을 시행한 2012년 이후 중앙정부는 매년 부족한 돈을 메꿨습니다. 누리과정 예산 논쟁은 도입 첫해인 2012년부터 빠지지 않고 벌어졌습니다. 그동안 지방채 발행액은 3조원에서 14조원대로 증가했습니다. 2015년과 2016년 예산에는 지방채 상환을 위해 각각 목적예비비로 5000억원, 3000억원이 편성됐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정부·여당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안에 누리과정에만 쓸 수 있는 돈을 따로 편성했습니다. 이른바 누리과정 특별회계(공식 명칭은 지방교육정책지원특별회계)입니다. 지방에 편성권이 주어졌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칸막이'간 생긴 셈입니다. 내년 예산안에는 5조2000억원이 누리과정 특별회계로 편성되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예산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정부·여당은 누리과정 특별회계를 도입하기 위해 유아교육법, 영유아교육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과 지방교육정책 지원 특별회계법 제정안을 세입예산 부수법률안으로 발의했습니다. 세입예산 부수법률안으로 채택되면 예산안과 함께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 표결을 거치지만 이를 부수법률안으로 채택할지는 야권 인사인 정세균 국회의장의 권한입니다.

지방 교육청에서는 "별도의 재원 마련은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고 예산 편성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해당 방안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채 내년 예산안을 두고도 누리과정은 또다시 예산안 처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셈입니다.

◆ 대선공약 논란….“무상보육은 되고 무상급식은 왜 안 되나” 반발

야권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이 '누리과정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약을 파기했다는 점이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본인이 한다고 주장했던 사업의 부담을 왜 우리에게 지우냐'는 것입니다. 누리과정은 이명박 정부에서 주도한 후 박근혜 대통령과의 이 전 대통령 간 협의 끝에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국가'에서 책임진다고 한 사업입니다.

정부 측에서는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지역교육청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교육청은 "국가 개념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모두 포함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같은 논리로 '국가가 책임지고'의 '국가'에는 지방뿐만 아니라 중앙정부도 포함됩니다. 또 중앙정부의 행정을 실질적으로 통할하는 대통령이 지자체장과 교육단체장과의 제대로 된 협의 없이 공약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동시에 실질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지방교육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중앙의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대통령은 공약 불이행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결국 교육복지를 두고 여권과 야권이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 측에서는 "무상급식 예산을 줄이면 누리과정 예산은 충분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왜 무상보육은 중요하고 무상급식은 중요하지 않냐"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편 재정부족 문제로 역시 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고등학교 무상교육도 도입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김종훈 기자]

기사의 저작권은 '레이더P'에 있습니다.
지면 혹은 방송을 통한 인용 보도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정치실록

정치실록 2018년 8월 8일 Play Audio

팩트체커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