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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커] 거국중립내각 셈법 달라진 야당 말 바꿨나

[레이더P] 靑도 새누리 제안에 입장 표명 없어

  • 김정범 기자
  • 입력 : 2016-10-31 17:08:10   수정 : 2018-04-30 16: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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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야당을 향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날렸습니다. 정 원내대표는 31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거국중립내각은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먼저 제안한 얘기"라며 "야당이 먼저 제안한 거국중립내각을 우리 당이 수용하니 걷어차 버리는 갈지자 행보는 한두 번이 아니다. 무슨 대안이 있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야당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진솔한 사과 없이 거국중립내각을 촉구하는 주장을 수긍할 수 없고 매일 새로운 의혹이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국면을 전환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정 원내대표 말대로 거국중립내각에 대한 야당의 입장이 달라졌나요?



A: 입장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국중립내각은 대통령은 외치를, 총리가 내치를 맡는 분권 형식입니다.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에 한정되지 않은 중립적인 정부 내각을 의미하며 여당과 야당이 각각 추천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내각을 꾸리겠다는 것입니다.

거국중립내각은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이 극에 달했던 10월 26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처음으로 거론했습니다. 민 의원은 26일 성명을 통해 "여야 정당, 대권주자, 각계 원로들이 모여 난국을 타개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거국내각을 주장합니다. 같은 날 문재인 전 대표 역시 "대통령은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합니다.

일례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27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최소화하고 여야가 합의해 새로 임명하는 총리가 국정을 수습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거국중립내각이란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내용은 일치합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도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의 당론 혹은 의원 전체의 일치된 목소리로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유력 정치인들은 모두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한 것을 사실입니다.

애초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나 남경필 경기지사처럼 비주류 비박(비박근혜)계가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했고 지도부는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당 지도부 역시 최순실 게이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28일 여야가 동의하고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할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합니다. 초강수인 셈입니다. 이어 30일에는 새누리당 최고위에서도 당론으로 채택하고 청와대에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야권 총리 후보까지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여당이 거국중립내각 카드에 적극적으로 나오면서 정국을 주도하는 양상을 보이자 이번엔 야당이 거부감을 보입니다.

민주당은 "개별 의원들이 얘기한 것으로, 당 차원에서 논의한 적은 없고 지금은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며 선을 긋기 시작했습니다. 31일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면전환용 카드에 야당이 응할 것이라 생각하나"라며 "어버이연합 청문회, 세월호 진상 규명, 특별법에 의한 (최순실) 특검에 합의하면 그때 판단하겠다"고 거리를 뒀습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 역시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할 집단이 거국중립내각을 말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거국중립내각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선으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하던 중 "특검과 거국중립내각 등 야당 주장을 다 받아주었는데 바로 걷어차버렸다"고 말하던 중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맨 오른쪽)가 "정치공세 들어줄 수 없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내가 나간다"며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이충우기자]이미지 확대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선으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하던 중 "특검과 거국중립내각 등 야당 주장을 다 받아주었는데 바로 걷어차버렸다"고 말하던 중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맨 오른쪽)가 "정치공세 들어줄 수 없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내가 나간다"며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이충우기자]
먼저 하자고 제안해 놓고는 "당론은 아니었다" "국면전환용이다" 등의 이유를 들어 거부감은 나타내고 있는 겁니다. 여당이 거국중립내각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제안했는데 여당이 '덥석' 받아들이자 당황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당 내부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야권 추천 인사가 중립내각으로 들어가면 현정부 실정의 공동책임을 지게 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실패한 박근혜정부를 만들어야 내년 대선에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지금과 같은 권력 공백 상황에서 거국중립내각에 무작정 반대할 경우 '수권정당' 이미지 구축에 차질이 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습니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은 상황이며 표면적으로 지도부는 반대 입장입니다.

국민의당은 민주당처럼 반대를 내세우기보다는 선결조건을 내세워 완곡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31일 "먼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3당 대표와 협의해 총리를 임명하고 내각을 구성하는 게 거국중립내각"이라며 "(박 대통령은) 그대로 있는 채 야권 인사를 데리고 가는 건 야권을 분열시키고 정국을 혼란시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탈당하면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거국중립내각의 총리에게 외교 권한까지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초 '대통령 권한 최소화'에서 '외교 권한까지 넘겨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조건입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거국중립내각 제안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사실상 '식물 대통령'을 선언하는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죠.

다만 박 대통령이 최근 고건 전 총리에게 따로 차기 총리에 대한 의향을 타진했고 고 전 총리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미 새누리당 지도부로부터 야권 출신 인사들을 추천받은 박 대통령이 고 전 총리에게 의사를 물었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고건 전 총리라는 '실세'가 아닌 '원로'에게 총리직을 제안한 것은 박 대통령이 사실상 대통령의 국정 운영 권한을 내려놔야 하는 거국중립내각보다는 일정 수준의 권한만을 부여하는 책임총리를 선호하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실제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미래를 꿈꾸는 정치인보다는 차기 대권에 욕심이 없는 전직 총리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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