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법인세·건강보험·기초연금…정기국회 곳곳 `지뢰밭`

[레이더P] 100대 국정과제를 둘러싼 100일간의 입법전쟁 시작

기사입력 2017-08-31 18:11:47| 최종수정 2017-08-31 18:23:15
정기국회 개회를 앞둔 31일 국회 본회의장[사진=김호영기자]이미지 확대
▲ 정기국회 개회를 앞둔 31일 국회 본회의장[사진=김호영기자]
문재인 정부 5년의 향방을 가를 국회 입법전쟁이 1일부터 시작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추진을 뒷받침할 법안들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반면, 야당들은 '포퓰리즘 법안'들은 반드시 막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여야간 샅바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91개 과제가 입법화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주요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법률 465건과 하위법령 182건 등 총 600건이 넘는 법률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는 정부와 여야가 내놓은 입법안 중 우선 4당 공통공약을 우선 처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여야 4당 정책위 의장은 1일 회동을 갖고 공통 공약 처리 문제를 논의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야당에 대선 공통공약 62건을 우선 논의하자고 제안했다"며 "정기국회에서 공통공약 및 무(無) 쟁점 법안을 먼저 처리한 뒤 쟁점 법안을 입법화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야3당에 전날 공통공약 62건 중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세종시에 국회 분원 설치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30만 원까지 인상 ▲집단 소송제 도입 ▲미세먼지 특별법 제정 등 17건은 여야 모두 공약한 것으로 집계했다.

다만 공통공약이라고 해도 각론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실제 무(無) 쟁점 법안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야당들은 공통공약 처리를 여당의 포퓰리즘 법안 철회 등과 연계시킬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우선 증세문제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고, 소득세 과세표준 3억원초과 5억원 구간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문재인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쟁점 법안 중 하나다.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야당이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어 합의가 수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법인세율 인상은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 의장은 "(법인세를) 3% 올려서 2조5500억원을 거두겠다는 건데 (각 기업은) 그만큼 영업이익이 줄어들게 된다"면서 "그돈은 월급을 올려주고, 사람을 뽑고, 투자하고, 배당하는 돈이다. 법인세 인상은 서민증세의 다른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한국당과 온도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증세는 최후의 수단으로, 국민적 동의가 수반돼야 한다"며 "'세율은 낮게, 세원은 넓게'라는 조세원칙과 정의의 관점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3~5억원의 새로운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신설에 대해서는 야3당 모두 긍정적이다. 하지만 합의의 전제조건으로 총체적 재정계획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은 국민들의 합의가 이뤄지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고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재정구조개혁 로드맵 마련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복지·노동입법도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분야다.

민주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문재인 케어'가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재원확보 수단을 마련하고 적정부담-적정급여-적정수가 등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체계 구축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내년 4월 예정된 기초연금 인상과 7월 아동수당 도입에 차질이 없도록 정기국회 회기 내에 관련 법안을 반드시 처리할 계획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는 향후 5년간 30조6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된다. 이중 13조~14조원은 현재 20조원 규모인 건강보험 적립금을 활용하고 나머지 16조원가량은 건강보험료 인상분(5년간 약 7조5000억원)과 정부 지원금(7조5000억원) 등으로 충당 가능하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야당은 건강보험 적립금을 재원으로 사용할 경우 5년후 적립금이 모두 바닥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가 늘어나면 1인당 급여비는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도 지적하며 '문재인케어' 관련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8~29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를 이어갔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300인 이상의 기업에는 1년, 50∼299인 기업과 5∼49인 기업에는 각각 2년과 3년의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자유한국당은 각각 1년, 3년, 5년의 유예기간을 적용해야 한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7월말 까지만 해도 주당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환노위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였다. 민주당 환노위 관계자는 "지난 7월 말 환논위 각당 간사들이 결산 이후 8월 말에 소위 열어 근로시간 52시간 단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며 "실제로 각당 의원들간 이견이 거의 없어 통과가 무난하다고 생각했으나 상임위 차원에서가 아니라 야당 지도부에서 논의를 무산시키며 어그러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당장 합의가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허용되는 특례업종을 줄이거나 노동시간 상한제를 두는 방향을 우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9월 국회에서 상대적으로 합의 가능성이 높은 부분부터 손을 대겠다는 의미다.

야당들이 방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입법권을 활용해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을 막을 계획이다. 대표적인 것이 탈원전 정책이다.

자유한국당은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원자력 발전 계획의 심의·확정 권한을 국회에 두게 할 방침이다. 김광림 정책위 의장은 "법적 지위도 불분명한 공론화위가 여론조사로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도록 두고 볼 수만은 없다"며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원자력 발전 등을 포함해 25조 원 규모의 전력수급계획을 현행처럼 상임위 보고로 끝내는 게 아니라 국회가 심의한 뒤 승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도 정부의 탈원전정책에는 국회 입법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여당이 탈원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출하는 법안과 야당이 탈원전을 막기 위해 추진하는 법안이 맞서면서 치열한 입법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기철 김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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