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美 "한미 FTA 폐기 검토 당분간 중단"…일단 수면 아래로

[레이더P] 외교를 사업처럼 트럼프 스타일에 비판 제기

기사입력 2017-09-07 16:35:16| 최종수정 2017-09-07 16:37:36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 2번째)이 마이크 펜스 상원의장(왼쪽 2번째), 라이언(왼쪽) 및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켄터키) 등 의회 지도자들과 대화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 2번째)이 마이크 펜스 상원의장(왼쪽 2번째), 라이언(왼쪽) 및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켄터키) 등 의회 지도자들과 대화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와 관련한 논의를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의회에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된 한미 FTA 폐기 논란은 사실상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6일 로이터는 미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이 한미 FTA 폐기 검토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보도했다. 폭스비즈니스도 "백악관 관계자들이 미 의회의 일부 중진 의원들에게 한미 FTA 폐기는 시급한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미국 통상 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한 미 의회 핵심 인사들이 행정부로부터 한미 FTA 폐기 문제를 당분간 의제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한미 FTA 폐기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나온 직후부터 감지됐다. 미국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무역대표부(USTR)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 4일 "한미 FTA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개정 협상을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폐기가 아닌 '약간의 개정'을 원하는 재협상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폐기'에서 발언 수위가 급격히 낮아진 것이다.

미국이 한미 FTA 발언 수위를 급격히 낮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언급 직후 미 정치권 등에서 반대 여론이 빗발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미 FTA 폐기가 한국보다 미국 경제에 오히려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며, 한미동맹 관계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 미국 내에서 잇달아 나왔다.

다만 한미 FTA 폐기 구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이를 시급한 사안으로 고려하지 않을 뿐이라는 관측이 미 의회 일각에서 제기된 만큼 미국 측 기류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이날 하원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안보 브리핑에서 일정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한미 FTA 폐기는 여전히 옵션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를 깰 것처럼 상대방을 위협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기술'이라고 하지만 기업 경영인이 아닌 국가원수가 국가 간 계약을 그런 식으로 다루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간 오설리번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사업가 시절처럼 거래를 통해 국가 간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상황을 예단하지 않고 차분하게 모니터링을 하면서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미 FTA 폐기와 관련된 논란이 미국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이뤄졌을 뿐 정부에 어떤 공식 통보도 없었기 때문에 굳이 일희일비하며 공식 대응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황인혁 기자 /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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