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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당 대신 휴가`…근로시간 단축 묘수되나

[레이더P] 당·정·청 근로기준법 개정안

  • 박태인 기자
  • 입력 : 2018-02-20 17:53:59   수정 : 2018-02-20 18: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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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주휴일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놨다. 위법한 근무를 강요당한 노동자는 통상임금의 1.5배 수당과 근로시간의 1.5배 휴식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이를 위반하는 사용자를 징역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처벌 조항까지 포함돼 재계 반발이 예상된다.

긴급한 경영상의 필요로 노사가 합의하거나 소방관이나 경찰관처럼 공공 안전을 위한 경우 주휴일근무가 허용된다. 이때는 휴일근로를 한 노동자에게 기존과 같이 통상임금의 50% 할증이 붙어 제공됐던 금전 보상이 사라지고 근로시간의 1.5배 휴식이 제공된다. 사실상 국내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주휴일근무가 법적으로 금지되는 것이다. 여기에 여·야·정이 지난해 합의한 대로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면 사용자는 주 6일 이내에서 노동자에게 최대 52시간의 노동만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에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은 휴일근무에 대한 보상을 금전 보상보다는 휴식으로 유도하는 데 있다.

돈을 받고 더 일하는 것이 아니라 휴일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도 노동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합당한 휴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제 노동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법을 위반하는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두는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하지만 여당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인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이 "여당이 주장하는 법안을 제대로 본 적도 없고, 우리와 협의를 거치지도 않았다"고 반발했다.

당정이 마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우선 주휴일노동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사용자의 처벌과 별개로 위법한 근무를 강요당한 노동자는 통상임금의 1.5배 수당과 근로시간의 1.5배 휴식을 받는다.

휴일노동은 극히 예외적인 때에만 허용된다. 경영상 긴급한 필요로 노사가 합의하거나 재난·재해나 범죄 등 공공 안정과 질서 유지를 위할 때에만 가능하다. 이때는 휴일근로를 한 노동자에게 통상임금의 50% 할증이 붙어 제공됐던 금전 보상이 사라지고 근로 시간의 1.5배 휴식이 제공된다.

여기에 지난해 여야가 합의한대로 근로시간이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면 사용자는 주 6일 이내에서 노동자에게 주 52시간을 초과한 근로를 요구할 수 없다.

관련 문제에 정통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과거 한국 사회에서 노동의 대체물이 돈이었다면 이를 휴식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며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이미 시행 중인 법안"이라고 했다.

이런 방안에 대해 휴일·연장수당의 통상임금 200% 중복할증을 요구해왔던 여당 내 강경파인 이용득·강병원 의원이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것도 당정 모두에 희소식이다. 양대 노총의 분위기 역시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노조 역시 근로시간 단축이란 원칙을 반대하긴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3당 간사는 근로시간을 52시간 단축하되 휴일·연당수당을 중첩해 중복할증을 허용하지 않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당 내 강경파와 노동계의 반발로 합의안의 법안 통과가 무산돼 이런 입장 변화는 의미가 있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의원은 20일 매일경제와 만나 "휴일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 근로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며 "개정안에 만족한다"고 했고 강병원 의원도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큰 틀에서 개정안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여당이 야당의 협조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언론 플레이만 한다는 것이다. 임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한국당의 입장은 지난해 여야 3당 간사 합의안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며 "협의가 안 된 것이 아니라 협의 시도조차 없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의 김 의원 역시 "여당의 개정안을 제대로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만 "관련 개정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아직 입장을 말하긴 이르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와 함께 당정은 주휴일근로가 법적으로 금지될 경우 추가 근로 소요를 메우려 고용을 늘려야 하는 사용자 측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연장·휴일 수당의 중첩을 허용한 고등법원 판결에 이어 4월께로 예상되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 200% 중복할증의 합법화를 기다리자는 일부 노동계의 목소리도 있다.

당정은 이번 개정안을 갖고 2월 임시국회에서 야당과 업계를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을 위반한 사용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거나 휴일근무 예외 사례를 확대하는 방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야당과 협조해 2월 임시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비관적으로 보진 않고 있다"고 했다. 환노위에서 여야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여야 원내대표 등 지도부 간 최종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환노위에서 이견을 최대한 좁혀본 뒤 여야 지도부가 최종 타결을 맺는 방안도 하나의 옵션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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