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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유급휴일·150% 등…근로기준법 개정 5가지 사항

[레이더P] 국회 환노위 통과

  • 손일선, 석민수, 김태준 기자
  • 입력 : 2018-02-27 17:43:51   수정 : 2018-02-27 17: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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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한 가운데, 3당 간사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홍영표 위원장,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왼쪽부터)이 기자간담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이승환기자]이미지 확대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한 가운데, 3당 간사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홍영표 위원장,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왼쪽부터)이 기자간담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이승환기자]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에서 개정안 논의를 시작한 지 5년 만의 일이다.

이 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한민국에 '주 52시간 근로 시대'가 도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가장 길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근로자 1명당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신규 고용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홍영표 환노위원장이 이번 개정안을 '역사적 사건'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낙관적 기대와 달리 현실에서는 무시하지 못할 부작용이 우려된다. 우선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기업들이 감내해야 할 부담이 크다는 게 문제다. 줄어든 근로시간 속에서 같은 생산을 유지하려면 종업원을 더 고용해야 하거나, 같은 시간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제공해야 할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주 52시간' 단축 이후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12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비용 가운데 70%(약 8조6000억원)는 근로자 300인 미만의 중소 사업장에 집중된다. 가뜩이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충격을 받고 있는 중소·영세 사업자들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많은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힘든데 근로시간까지 줄어들면 중기 산업현장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며 "서비스업이나 소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노사가 협의해 도입 시기를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1. 일주일, 5일→7일

그동안 우리나라 근로자의 1주일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이었다. 68시간이라는 숫자가 나온 데는 사연이 있다. 2004년 이후 우리나라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라 1주일에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노사가 합의한 경우 1주일에 12시간의 연장근로(근로기준법 제53조)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연장근로를 하게 되면 1주일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기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1주일은 5일이었다. 평일의 연장근로와 주말의 휴일근로를 별개로 판단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주 최대 노동시간은 평일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 여기에다 휴일근로 이틀의 16시간까지 허용돼 총 68시간까지 가능해진다.

이 같은 정부의 행정해석은 1954년 노동부(현 고용노동부)가 "1주일에 휴일은 제외된다"고 내린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1981년, 1990년에도 이 같은 해석이 이어졌다. 가장 최근의 행정해석은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0년에 있었다. 김대중정부 당시에도 1주일에 토·일요일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같은 여건에서 지난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멕시코(2255시간) 다음으로 긴 수준이었다. 이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7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이 같은 행정해석을 무력화시켰다. 토·일을 포함한 주 7일을 모두 '근로일'로 정의하는 법문을 명시해 주 근로시간의 허용치를 52시간(1주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못 박기로 합의한 것이다.

일주일이 5일이 아니라 7일이라고 명확히 함으로써 앞으로 한국 근로자의 주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으로 과거보다 16시간 줄어들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주중에 연장근로 12시간을 했다면 주말에는 추가 근무가 불가능해진다.이처럼 법이 개정되면서 앞으로 일주일에 52시간 이상 일을 시키는 사업장은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이 된다.

다만 국회는 시장의 충격을 고려해 기업 규모별로 적용 시기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직원 300명 이상 사업장은 주 52시간제를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해야 한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각각 적용된다.



2. 공직만 적용받던 유급 법정휴일 민간에 확대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에서 눈여겨 볼 대목 중 하나는 공무원·공공기관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던 법정 공휴일('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공휴일) 유급휴무 제도가 민간까지 확대된다는 점이다.

우선 기업 규모에 따른 휴일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측면이 있다.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과 노조가 있는 대기업의 근로자들은 돈을 받고 법정공휴일에 쉬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은 쉬지 못한다"며 "휴일 양극화라고 말을 많이 하는데 그 분들에게도 휴일을 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민간 영세 사업장의 근로자들에게 임금상승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동안 민간 기업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일요일 제외하고 국경일과 명절 등 1년 중 15일 가량의 법정 공휴일에 일을 해도 휴일 근로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상 법정공휴일은 휴무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평일에 일하는 것과 똑같은 대우를 받았다.

이 때문에 예를 들어 과거에는 삼일절에 출근하지 않으면 돈을 받을 수 없었고, 나가서 일을 하더라도 휴일근로수당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법정공휴일 유급휴무 제도가 민간기업으로 확대되면서 삼일절에 근무할 경우 휴일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고 쉬더라도 유급휴일이 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록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포기했지만 이렇게 된다면 근로자 입장에서 받는 임금은 더 늘어나게 된다"며 "실리적으로 따져본다면 기업들이 앞으로 휴일근무를 줄일테니 (법에) 중복할증을 고수하기 보다는 1년에 약 15일 정도의 유급휴일을 확보하는게 임금인상 측면에서 더 실익이 크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행시기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30~299인 사업장은 2021년 1월 1일부터, 5~30인 미만 사업장은 2022년 1월부터 시행된다 환노위는 이중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올해 연말까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실태 조사를 보고하도록 해 지원이 필요한지를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환노위 소속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3. 휴일 8시간까지 150%, 초과땐 200%

이번 개정안은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휴일 근로수당은 현행 기준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과 마찬가지로 8시간 이내의 휴일근무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0%를, 8시간을 넘는 휴일근무에 대해선 200%의 수당을 지급받게 된다.

그간 환노위에서 여야는 휴일근무 수당에 대해 150%(야당안)로 할지, 200%(여당안)로 할지로 갈등을 겪어 오다 여당이 중복할증 대신 법정공휴일 유급휴일로 선회하면서 결론이 났다.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은 주중에 40시간 이상을 근무한 근로자가 휴일에 일하면 기본 수당(통상임금의 100%)에 휴일근로수당(50%)과 연장근로수당(50%)을 각각 더해 200%를 지급하는 것이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어떻게 하더라도 중복할증을 금지하는 방식에 대해 노동계가 손을 들어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른 한 면으로 보면 법정공휴일 유급휴무 규정을 전면 도입함으로써 조직돼 있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휴일 양극화, 즉 공휴일만 되면 자괴감에 빠지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희망의 불씨를 피워 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야가 막판 이런 빅딜을 한 까닭은 휴일수당을 둘러싼 대법원 판결이 3월로 예정됐기 때문이다. 휴일근로 수당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계류 중으로 그간 고등법원은 여러 차례 200%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중복할증 논란은 2008년 경기 성남시 환경미화원 35명이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서 시작됐다. 환경미화원들은 당시 주중에 40시간을 일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하루 4시간씩 총 8시간을 일했다. 성남시는 휴일 8시간에 대해 평일의 1.5배를 지급했으나 미화원들은 "휴일근로 수당에 연장근로 수당까지 가산해 평일의 2배를 달라"며 소송을 냈다. 소송은 대법원까지 갔지만, 대법원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노동계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여야가 합의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200%로 최종 판결이 내려질 경우 법을 다시 바꿔야 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여야 합의에 따른 법 개정인 만큼 이번 안이 존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다.



4. 30인 미만 직장 주당 60시간 당분간 적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7일 법정 근로시간 단축에 합의하면서 30인 미만의 기업에 대해서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특별연장근로시간 8시간을 추가로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1100만명으로 추산되는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더라도 4년간 주당 근로시간 한도가 60시간까지 유지되는 것이다. 중소기업계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내용을 반영한 결과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계는 그간 30인 미만 규모의 영세 사업체의 경우 구조적 인력난이 심해 근로시간을 일괄 단축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 영세업체들이 모두 고사할 수 있다고 호소해 왔다.

고용노동부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지난해 1분기 산업별 부족 인원은 제조업이 9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뿌리산업에 해당하는 기타 기계·장비 제조업(1만4000명)과 금속가공제품 제조업(1만2000명)에서 인력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인력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인력부족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된 이후에 30인 미만 소기업에 1년6개월간 특례를 허용한 것에 대해 30인 이상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등에서 근로시간 차별 논쟁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노동계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노동계는 이날 국회가 근로시간 한도를 단축하면서 5인 미만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은 보호대상에서 제외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현재 전체 임금 노동자는 199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 수는 28.1%인 558만명에 이른다.



5. 초과근무 특례 업종 26개→5개 축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합의한 근로시간 단축 개정안에는 그동안 법정 근로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던 근로시간 특례업종이 대폭 축소됐다. 금융·방송·통신·운수 등 26개였던 특례업종이 운송 관련 4개 업종과 보건업을 남기고 모두 제외된다. 그간 26개 업종에 근로시간 특례를 적용했던 것은 이 업종의 근로시간을 제외할 경우 일반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노사 양측이 합의하면 주 12시간 이상 초과 근무도 가능하고,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어 사실상 무제한 근로를 할 수 있었다.

이번에 환노위 합의로 제외된 특례업종은 △물품 판매 및 보관업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 △도매 및 상품중개업 △소매업 △보관 및 창고업 △금융보험업 △금융업 △보험 및 연금업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 △영화 제작 및 흥행업 △영상 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 △방송업 △통신업 △우편업 △전기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사업 △연구개발업 △광고업 △접객업 △미용·욕탕 및 유사 서비스업 △전산업 등이다.

이제 밤을 새우면서 영화 촬영이나 TV 프로그램 제작을 하려면 근로시간 조건에 따라 스태프 2개 조를 편성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콘텐츠 제작 분야가 대거 특례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CJ E&M 소속 PD가 과로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비롯해 영상제작업계 전반의 열악한 근로환경 문제가 부각된 결과로 보인다.

미용사, 소매, 목욕탕 등 일반인의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 분야도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미용실이나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 찜질방에서는 기존 영업시간을 유지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 곧바로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특례업종으로 남은 업종은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서비스업 △보건업 등이다. 운송업종은 업무 특성상 불가피하게 근로시간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참작됐다. 민항기 기장이 근로시간을 초과했다고 운항 중 조종간을 내려놓을 수 없는 이치다. 하지만 최근 운전자의 졸음운전 등으로 인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노선버스의 경우 육상운송업이지만 예외적으로 제외됐다. 과로사 등이 문제가 된 우편업도 제외 업종에 포함됐다.

[손일선 기자/석민수 기자/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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