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강골` 윤석열 발탁, 검찰개혁의 서막…1993년 하나회 척결 연상시켜

[레이더P] 지검장 승진 동시에 서울중앙지검장·호남출신 박균택 검찰국장

기사입력 2017-05-19 15:57:29| 최종수정 2017-05-21 12:41:19
전격 서울지검장 인사, 대검 차장 사의표명
검찰항명 막고 국정농단 수사 완결 포석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걸린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돈 봉투 만찬 파문"에 연루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 지시와 좌천 인사,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등 청와대의 파격 인사 단행은 본격적인 검찰개혁을 위한 인사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걸린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돈 봉투 만찬 파문"에 연루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 지시와 좌천 인사,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등 청와대의 파격 인사 단행은 본격적인 검찰개혁을 위한 인사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57·사법연수원 23기·차장검사급)를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기용했다.

아직 검사장 승진도 하지 않은 윤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승진과 함께 발탁한 것은 검찰 직급상 깜짝 인사다. 윤 신임 지검장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댓글 사건' 수사 때 박근혜정부의 외압 의혹을 폭로하는 등 이른바 항명파동으로 좌천됐다가 이번에 핵심보직으로 복귀했다.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11년 만에 호남 출신 인사인 박균택 대검찰청 형사부장(51·21기)을 임명했다. 전날 '돈봉투 만찬' 파문으로 사의를 밝힌 뒤 법무부·검찰의 감찰을 받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59·18기)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을 각각 부산고검과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전보 조치했다. 이창재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52·19기)은 이날 오전 청와대 인사 발표에 앞서 "이번 사건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른바 '빅2'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을 한꺼번에 교체하면서 공직기강을 바로잡고 인적쇄신을 통해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나타냈다. 또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추가수사도 검찰에 지시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인사가 1993년 3월 대통령 취임 11일째부터 전격적으로 시작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군부사조직 하나회 척결을 떠올리게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군 핵심 보직이나 하나회 출신이 차지한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비하나회 출신으로 전격 교체했고, 이어 수방사와 특전사의 사령관까지 교체다. 그리고 각군 사령관과 사단장급까지 교체하는 일이 4월 동안 벌어졌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사는 최근 돈봉투 만찬 논란으로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이 실시되고 당사자들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서울중앙지검의 최대 현안인 최순실게이트 추가 수사와 관련해 사건 공소 유지를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를 승진 인사했다"며 윤 지검장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김이수 신임 헌법재판소 소장으로 지명에 관한 브리핑을 위해 춘추관(기자실)을 찾은 문 대통령은 윤석열 지검장 인선 배경을 묻는 질문에 "현재 대한민국 검찰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역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라고 생각한다"며 "그 점을 확실하게 해낼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기존 고검장급에서 검사장급으로 낮춰 수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윤 수석은 "서울중앙지검장이 2005년 고검장급으로 격상된 이후 정치적 사건 수사에 있어 검찰총장 임명권자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계속돼온 점을 고려해 종래와 같이 검사장급으로 환원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안팎에서 업무능력이 검증된 해당 기수의 우수 자원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발탁해서 향후 검찰개혁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윤 수석은 "이번 인사를 통해 검찰의 주요 현안 사건 수사 및 공소유지, 검찰 개혁과제 이행에 한층 매진하고 최근 '돈봉투 만찬' 등으로 흐트러진 검찰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검찰 인사를 발표하면서 서울중앙지검 인사 배경과 의미부터 설명한 뒤에 '윤석열 승진' 명단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이 이번 검찰 인사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고심 끝에 결정했으며 앞으로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신임 지검장은 이날 "갑자기 너무 벅찬 직책을 맡게 돼 어떻게 (잘) 할지 깊게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제 지위에서 언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 지검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은 충격으로 술렁였다. 인사 소식이 알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점심시간, 식사를 하러 가기에 앞서 삼삼오오 모여 있는 검사들의 화젯거리는 단연 이날 단행된 인사였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통해 인사의 뒷배경을 검색해보는가 하면 헛웃음을 지으며 충격이란 반응을 내보였다. 이들 사이에선 "윤석열이 이렇게 되돌아올 줄이야",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특히 이번 인사는 전임자에 비해 사법연수원 기수를 다섯 단계나 건너뛴 인사여서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번 인사를 보고 "상상도 못한 일이라 그야말로 '멘붕'"이라는 말로 첫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인사를 하는 입장이 아니라 인사를 받는 입장이라 뭐라 반응을 내놓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이렇게 되면 윤 지검장 윗기수 검사장은 모두 물러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후폭풍이 얼마나 커질지 짐작하기 어렵다"며 "너무 큰 변화를 주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서울중앙지검의 윤 지검장 윗기수만 나가라는 것이 아니고 고검장·검사장급은 전부 나가라는 뜻이 된다"며 "결국 일괄 사표를 받아놓고 취사선택해서 수리하겠다는 뜻밖에 더 되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윤 지검장의 인품이나 실력을 봤을 때는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차고 넘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대폭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교적 젊은 평검사들 중에서는 이번 인사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최근 들어 검찰의 신임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이런 식으로라도 쇄신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윤 지검장이야 수사 능력에서 워낙 정평이 난 분이니 비 온 뒤에 땅이 굳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 역시 "검찰 조직이 안정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성호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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