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치일반

인물·정책은 사라지고 대통령만 보인 지방선거

[레이더P] 6·13 지방선거 특징

  • 김효성, 김태준 기자
  • 입력 : 2018-06-13 17:16:49   수정 : 2018-06-14 17: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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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는 다른 선거와 달랐다. 4·27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미·북정상회담의 추진과 취소, 재추진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관심은 북한과 미국에 향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비공식적으로 열면서 미북 대화의 물꼬를 튼 점에 유권자들은 '인물'이나 ‘정책'보단 '문재인의 정당'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정당' 여부가 관건
그동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거시적인 이슈보다는 자신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미시적인 이슈에 반응해 왔다. 대표적으로 2010년 천안함 사태 직후에 치러진 제5회 전국지방동시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광역지자체 중 6곳을 차지해 민주당(7곳)에 패했다. 특히 당시 한나라당은 텃밭인 경남을 진보진영(김두관 당시 무소속 후보)에 뺏기기도 했다. 당시 유권자 표심을 움직인 이슈는 '무상급식'이었다.

5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 출장식에서 추미애 대표 등 참석자들이 필승을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5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 출장식에서 추미애 대표 등 참석자들이 필승을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에는 달랐다.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시작된 남북 간 훈풍이 6월까지 계속됐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으로 문 대통령의 인기는 치솟았고, 4·27 판문점 회담에서 정점을 찍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3%까지 치솟았다. 연초 가상화폐 대책과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 등으로 조정기를 겪기도 했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에는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지방선거까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미투 논란' 등 악재를 겪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기대어 정당 지지율을 방어할 수 있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50% 내외 정당 지지율을 꾸준히 기록했다. 사실상 문 대통령의 인기에 업힌 셈이다.

지지부진 보수야당
야당의 실패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은 선거 전날까지 미북정상회담으로 외교·안보 이슈가 계속되자 경제실정과 과거 정부 실패에 대해 사과하는 읍소 전략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경제 이슈를 파고든 게 아니라 외교·안보 이슈 몰이를 시도하려다 역풍이 불자 급격히 선회한 것이라 파급력이 미미했다고 평가된다. 야권이 '대안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정책 선거는 희미해졌고, 이런 가운데 '구도'만 남고 '인물'은 사라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선거 후반 판세 분석회의에서 위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선거 후반 판세 분석회의에서 위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수야당 목소리가 먹히지 않은 또 다른 이유로는 아직 유권자들 마음속에서 '적폐 청산'이 지워지지 않은 것이 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이후 지난해 대선을 거치며 중앙권력은 진보진영에 넘어갔다. 하지만 지방권력과 의회권력은 아직 그대로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권력의 교체기를 맞는 선거인 만큼 보수야당의 선거전략이 구시대적인 것으로 평가받은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로 합리보수 정당의 재탄생이 예상되는 이유기도 하다.

파란색이나 빨간색이냐가 기준된 듯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이번 지방선거가 단순히 지방의 인물을 뽑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정치 질서를 전반적으로 바꾸는 '투표를 통한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생각을 유권자가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과정에서 정책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정책보다는 '민주당' 혹은 '파란색'이라면 투표하는 이상현상을 보였다. 대구·경북(TK)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에는 전폭적인 지지를 표하는 지역이 없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이후 시·도정을 이끌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들의 행정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효성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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