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치일반

中·日까지 숟가락 얹기…文 중재외교 험로 예고

[레이더P] 사공 많아진 한반도 비핵화

  • 정욱,오수현,홍혜진 기자
  • 입력 : 2018-05-07 17:38:28   수정 : 2018-05-07 19: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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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역내 경제회의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아베 총리는 4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사상 처음으로 전화 통화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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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역내 경제회의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아베 총리는 4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사상 처음으로 전화 통화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특별성명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표현을 넣을지를 놓고 한일 간에 이견이 불거졌다. 일본 정부가 한·일·중 정상회의 후 발표할 특별성명에 CVID 표현을 담길 원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7일 "CVID가 한·일·중 정상회의 성명에 담기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변국 잇따른 개입, 난감한 靑
앞서 향후 한반도 종전 선언에 중국 참여를 두고 한중 양국 간 온도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처럼 미·북정상회담이 가까워질수록 북한 비핵화를 놓고 주변국들의 개입이 잦아지면서 '디테일'이 중요해진 시기에 청와대가 교통정리에 애를 먹는 형국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특별성명에는 판문점선언을 지지한다는 내용만 담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이번 특별성명은 판문점선언을 지지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준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3국 공동선언과 별도로 추진하는 특별성명에 판문점선언 지지 내용만을 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런 내용으로 된 초안을 중국과 일본 두 나라에 회람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특별성명에 CVID 내용을 담길 원하고 있다.

실제 일본 언론은 최근 CVID 내용이 담긴 선언을 한·일·중 3국이 채택할 것이라고 보도한 데 이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의 CVID를 비롯해 가장 중요한 납치 문제에 대한 한·일·중 간 협력관계 심화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일 이 같은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해 "공동선언과 별도로 추진하는 특별성명에는 CVID나 대북제재 등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며 부인한 바 있다.

청와대가 특별성명에 판문점선언 지지 내용을 담으면서도 비핵화의 핵심 사안인 CVID 표현을 넣지 않기로 한 것은 미·북정상회담이 임박한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 제3국이 개입하면 미·북 간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미국 당국자들이 CVID보다 강력한 비핵화 개념인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를 언급하고 나선 상황에서 한·일·중 정상이 CVID를 언급하는 것은 백악관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한반도 주변국들의 잇따른 개입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中·日 정상 통화 기민한 대응
앞서 지난 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상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북한 비핵화 논의가 그동안 소원했던 양 정상 간 접촉으로 이어진 셈이다.

아베 총리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일 간 의견 차이를 좁히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활용해 이번 북한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일본 측 입지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통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총리는 특히 북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제재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남북 경협에 대한 견제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 (NSC) 국장도 이날 백악관을 방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회담하고 미·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야치 국장은 북한이 보유한 생물·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와 중단거리를 포함한 모든 탄도미사일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엔 대화 국면에서 배제돼 있는 일본의 현실도 한몫했다. 미·북정상회담이 임박하면서 그동안 대북 압박만을 고집해 오던 일본 정부는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다.

대화 국면에서 납북 피해 일본인 문제 해결 등에 대한 일본 여론의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또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에 집중하느라 일본의 현안인 중단거리탄도미사일에 대해선 관심을 쏟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도 커지고 있다.

속내 드러내며 압박 이어져
시 주석은 같은 날 문 대통령과도 전화 통화를 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미·북정상회담의 성패가 관건인 만큼 앞으로도 한중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공조를 유지·강화해 나가자"고 했다. 시 주석이 강조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중 공조는 사실상 향후 한반도 종전 선언 및 평화체제 전환 과정에서 중국의 참여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쌍궤병행, 쌍중단 등 구체적인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언급하며 중국 정부의 속내를 구체화했다. 환구시보는 7일 사설에서 "미·북정상회담이 무산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국제사회는 매우 실망에 빠지고, 양국 역시 손해를 볼 것"이라며 "양국의 난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상호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미국이 반드시 더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현은 두루뭉술하지만 사실상 미국이 양보하라는 것이다. 인민일보도 이날 해외판 1면 논평에서 "북한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면서 "이와 동시에 미국의 계속되는 압박과 군사 위협에 불만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미 한반도 종전 선언·평화체제 전환에 중국의 참여를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중국이 청와대의 기대를 넘어 향후 한반도 상황에 과도하게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비핵화가 궁극의 목표는 아니며, 결국 남북이 공동 번영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향후 포스트 비핵화 국면에서 주변국들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시도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이들 국가의 과도한 개입을 적절히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욱 기자/오수현 기자/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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