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치일반

"평양서 10만달러 아파트도 등장"…北주택거래 보편화

[레이더P] ‘입사증` 거래…재건축·증개축도 빈번

  • 김정범 기자
  • 입력 : 2018-07-19 14:08:47   수정 : 2018-07-20 14: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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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오전 고려호텔에서 내려다 본 평양역과 인근 도시의 모습.[사진=사진공동취재단]이미지 확대
▲ 7월 5일 오전 고려호텔에서 내려다 본 평양역과 인근 도시의 모습.[사진=사진공동취재단]
북한에서 주택 거래가 늘고 있다. 북한에서 부동산 재산권은 사유가 아닌 당국에 귀속돼 있지만 물밑에서 거래가 활발하기 이뤄지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거래가 활발한 만큼 가격 또한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통일연구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부동산 매매 보편화…입주권 거래
북한에서 주택은 당국이 관리한다. 주택용 토지, 부동산 관련 소유권은 모두 당국에 있으며 당국은 주택을 지어 개인들에게 나눠주는 시스템이다. 주민들은 주택의 사용권한만 갖는다.

하지만 이 같은 공식이 허물어지고 있다. 최근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의 '북한 부동산 가파른 성장세'라는 제목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 부동산 매매는 불법이지만 점차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주택 분배를 기다리지 않고 수요자가 스스로 매입하고 있다. 주택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주택 이용 허가를 보증하는 사용권인 '입사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로 치면 일종의 입주권이다. 개인 간 금전 거래로 입사증을 주고 받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북한에서 주택 거래는 허가증에 사용자의 이름을 구매자의 이름으로 바꾸는 식으로 이뤄진다.

김병욱 북한개발연구소장은 "공급자는 수요자를 찾아서 (주택을) 판매한다. 돈이 오가지만 드러내지 못한다"면서 "입사증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 주는 것이다. 매매가 이뤄지는 것을 알면서도 당국 담당자는 양도 문건을 작성해 준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거래를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7월 3일 오전 평양 시내에 세워진 고층 빌딩. [사진=사진공동취재단]이미지 확대
▲ 7월 3일 오전 평양 시내에 세워진 고층 빌딩.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평양선 부동산 투자로 부 축적한 부유층 등장
북한에서는 아파트 건설 때 원칙적으로는 소요되는 노동, 건설자금, 자재, 설비 등 모든 비용과 자재를 당국이 보장한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1980년대 말 완공된 광복거리아파트, 1993년 완공된 통일거리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2014년 미래과학자거리아파트, 2016년도 여명거리 등이다.

북한이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맞아 야심 차게 추진했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여명거리[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북한이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맞아 야심 차게 추진했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여명거리[사진=연합뉴스]
특히 중앙당 기관을 비롯한 극장, 영화관, 학습당, 도서관 등 문화공간과 대학, 병원 등 편의시설이 집중된 중구역 인근은 중앙당 가족만 거주 가능하도록 할당된 곳이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부동산 개발업자의 등장과 함의에 관한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탈북자 말을 인용해 "돈 있는 사람들은 별장도 있다. 2014년 현재 가장 비싼 아파트는 10만달러에 거래가 되고 있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투자로 100만달러 이상의 부를 축적한 신흥 부동산 부유층의 등장 소식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가령 이들은 30평대 아파트를 3만~4만달러에 분양받아 자신이 돈을 더 들여 인테리어 내부 장식을 한 뒤 최고 10만달러에 팔아 수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 기관은 허가·개인 돈주는 자금
기관이나 기업소(공기업)는 건설주로서 아파트 건설을 위한 행정·법적 절차 문제 등을 처리하고 나머지 자재 등 물질적 부문은 개인 돈주를 모집해 해결하는 방식이 널리 퍼져 있다. 아파트가 완공되면 돈주의 자금 기여도에 따라 아파트를 분배하기로 내부적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북한은 건물과 주택을 건설할 계획은 있지만 자금이 없어 계획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당국이 추진하는 주택 건설도 5~10년 이상 걸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수요에 비해 주택 공급이 부족해 일단 주택이 건설되면 쉽게 매매가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돈주들은 기관에 접근해 기관 명의로 집을 짓고 완공 후 주택 몇 채를 제공하고 이를 팔아 이윤을 남긴다.

증·개축 빈번…재건축 노린 주택 교환도
최근에는 상당수가 당국이 추진하는 주택 건설에 개인이 참여하는 상황이다. 통상 5~15층 정도 소규모 아파트를 지어 판매한다. 개인이 실질적 건설주가 되어 아파트를 건설하면 시공뿐 아니라 분양권까지 행사해 그만큼 이윤도 크다. 정 연구위원은 "이렇게 지어진 집은 2008년도 만해도 평양, 청진 등 대도시에서 5만~8만달러에 거래됐다"고 설명했다. 신규 설계로 건설된 주택은 싱크대가 있는 주방, 베란다, 3개 이상 방, 2개 이상 화장실, 승강기가 있는 아파트다.

그러나 개인에 의한 건설은 아파트가 아닌 기존 주택에 대한 증축과 개축이 보다 활발한 상황이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은 주택 구조나 크기가 국가설계에 따라 획일화됐고 증·개축은 불법이며 처벌의 대상"이라며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했으며 증·개축 형태로 표출됐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들어 살던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집을 건설하는 수요도 생겨났다. 증·개축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넓은 공간에 더 좋은 집을 지어 살기를 원하는 수요층이 생겨난 것이다. 재건축인 셈이다. 북한에서 주택 교환은 매매와 달리 합법이어서 제도적 규제를 피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교환 과정에서 아파트를 낡은 땅집과 교환하는 사례가 등장한다. 재건축을 노린 것이다.

7월 4일 오전 평양 고려호텔에서 내려다본 시내의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이미지 확대
▲ 7월 4일 오전 평양 고려호텔에서 내려다본 시내의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북·중 접경 지역에서는 위안화로 거래
북한에서 부동산이라고 하면 주로 평양 지역이 각광받았지만 '부동산 열기'는 이제 주요 지방 도시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코트라는 평양 외에도 남포, 개성, 청진, 신의주, 나선 등의 부동산 시장도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평양 부동산 거래는 달러로, 중국 접경 지역은 위안화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평양선 평당 400만원…평양>신의주>남포>개성>청진 순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이 중국 외국부동산 중개전문 사이트인 유루(uoolu.com)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평양 중심 아파트는 1㎡당 5000~8000위안(약 80만~130만원)에 형성되고 있다. 1평당 약 3.3㎡라는 것을 감안하면 평당 270만~440만원 정도인 셈이다.

평양 이외 다른 도시 가운데 중국 국경과 맞닿아 있는 신의주는 주택 매매가격인 1㎡당 5000위안(약 80만원)으로 중국 단둥 지역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코트라는 전했다.

또 경제특급시 개성은 주택 공급이 충분해 ㎡당 2300~4000위안(약 40만~6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돼 있다. 남포는 평양과 인접해 있지만 상대적으로 고급 아파트가 부족해 ㎡당 3500~6000위안(약 50만~100만원)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며 경제특구가 있는 청진과 나선은 정부 정책 불안정으로 부동산 가격이 ㎡당 1000위안(약 17만원)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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