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1분에 최대 1000만원…정당 대선경선 참여비용

[레이더P] 돈없어 경선불참한 경우도

기사입력 2017-03-20 17:33:06| 최종수정 2017-03-20 17:40:15
예비경선은 한국당, 본경선은 민주당 가장 비싸
2억2천~4억 써야


대선판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차떼기'로 금전을 살포하던 과거와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아직도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넘보기 어려운 돈의 장벽 너머의 얘기다.

아무리 돈을 아껴 쓴다고 해도 쓰지 않고 배길 수 없는 돈이 기탁금이다. 무소속으로 나와서 혈혈단신 싸워볼 배포가 없다면 당내 경선에 참여해야 하는데, 여기서만 돌려받을 수 없는 돈을 2억~4억원가량 써야 한다. 정당의 대선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에는 전당대회와 여론조사 등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를 기탁금 명목으로 후보들에게 갹출한다. 각 정당의 선거관리위원회가 재량껏 경선비용을 추계해서 기탁금을 정하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룰'로 작용한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 후보 선거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공정경선 서약을 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 원유철, 신용한, 김진태, 김진, 김관용, 안상수, 이인제, 홍준표.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 후보 선거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공정경선 서약을 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 원유철, 신용한, 김진태, 김진, 김관용, 안상수, 이인제, 홍준표. [사진=연합뉴스]
유력 대선후보 없이 조기 대선을 치르는 자유한국당은 19대 대선 경선에서 사상 첫 '컷오프' 제도를 도입했다. '후보난 속 후보 난립'으로 요약되는 한국당 경선에서, 당은 예비경선과 본선경선을 나눠 기탁금을 걷기로 했다. 당초 한국당은 예비경선 1억원, 본선경선 3억원의 기탁금을 내걸었다가 군소후보들의 집단 반발로 본선경선 기탁금을 2억원으로 내렸다.

실제로 1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조경태 의원,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은 15분 정견발표에 1억원이라는 값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1분에 700만원 넘는 액수다. 정견 발표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한국당 계정을 통해 전달됐지만 실시간 시청 인원은 1000여 명에 그쳤다.

지난 17일 열린 한국당 비전대회 정견 발표 당시 김진태 의원은 "이 연설은 1분에 700만원이 넘는다"며 "제 이야기를 잘 들으셔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짧은 기간 기탁금을 마련하지 못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박판석 전 부대변인 등은 출마를 아예 접었다. 김 전 지사는 "첫째 돈이 없다. 3억이란 돈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나는 60년 모은 재산이 4억원이 안 된다. 전 재산이 다 들어가야 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실 당내 예비경선 기탁금만 보면, 한국당이 압도적으로 비싸다. 더불어민주당은 예비경선 기탁금이 따로 없고 한국당은 1억원, 국민의당은 5000만원, 바른정당은 2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는 난쟁이 후보들이 난립하는 한국당의 상황이 녹아들어 있다. 군소후보 난립을 막기 위한 기탁금의 경제적 역할이 십분 발휘됐다는 얘기다.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지만 바람만 타면 제2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당이 최적의 요금체계를 그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당은 과거 두 차례 대선에서 2억5000만원의 경선기탁금을 받았고, 본선과 예선을 나눠 기탁금을 걷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당 당직자는 "9인의 예비경선과 4인의 본경선 참여로 당이 거둬들이는 기탁금은 총 17억원으로, 당에서는 전당대회 TV토론회 여론조사 등의 비용을 추계해 총비용을 맞춘 것"이라며 "기탁금은 모두 비용으로 쓰이고 당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예비경선에서 5000만원의 기탁금을 책정한 국민의당에서도 잡음이 생겼다. 국민의당은 지난 17일 예비경선에서 후보 6명에게 5분씩 정견 발표 시간을 준 뒤 3명을 탈락시켰다. 시간당으로 보면 '1분에 1000만원짜리' 정견 발표로, 한국당보다도 비싸다. 양필승 후보는 "컷오프는 무효, 이 선거는 불법"이라고 외치다 당직자들에게 끌려 나가 5000만원짜리 5분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이미지 확대
우여곡절 끝에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은 이제 본선경선 기탁금을 준비해야 한다. 민주당 4억원(예비경선 없었음) 국민의당 3억5000만원,, 한국당 2억원, 바른정당 2억원(예비경선 없었음)이다. 일찌감치 최종 후보를 선출한 정의당은 예비경선과 본선경선 구별 없이 500만원을 기탁금으로 책정했다.

당의 후보로 뽑히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3억원의 대선 후보 기탁금을 내야 한다. 예비후보로서 법이 인정하는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싶다면 대선후보 기탁금의 20%인 6000만원을 미리 선관위에 납부해야 한다.

도지사나 시장 등 지자체장을 제외하고는 당내 경선에 참여한 대부분 후보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위한 6000만원의 기탁금을 따로 납부했다. 예비등록을 해야 캠프 사무실을 빌리고 현수막을 걸고 길거리 지지 호소나 명함 배포 등을 할 수 있어서다. 다만 당내 경선에 참석해 탈락한 경우에는 6000만원 기탁금 전액을 돌려받는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완주하는 후보는 최대 509억원까지 사용할 수 있다. 대선에서 일정 득표율 이상을 얻으면 선거자금의 전부나 일부를 반환받을 수 있다. 득표율 15% 미만은 절반만 보전받을 수 있고, 10% 미만은 한 푼도 건질 수 없다. 특히 후보자 본인이나 보좌진 개별 차량, 사무실 경비 등은 보전받을 수 없어 후보자의 사비가 투입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전범주 기자]

기사의 저작권은 '레이더P'에 있습니다.
지면 혹은 방송을 통한 인용 보도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