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명사특강] 김병준 "지방정부, 재정자립보다 재정자주가 중요"

[레이더P] 5강. 자치와 분권

기사입력 2017-12-06 14:10:05| 최종수정 2017-12-06 14:21:05
지방자치가 더 나은 제도라고 보장 못해
그럼에도 '자치'는 옳기 때문에 필요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지방자치론자'로 꼽힌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30일 레이더P 명사특강의 마지막 강의에서 다른 방향의 질문을 던졌다. 지방자치는 과연 중앙집권보다 더 나은 제도일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분권을 하면 중앙에 집중된 권한이 내려가 지방자치가 활성화된다고만 알고 있죠. 하지만 지방자치가 제대로 안 된 사례가 수도 없이 많아요."

지방자치를 주장하는 정치인이나 시민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민주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지방자치가 더 나은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김 교수는 미국 동부 델라웨어주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델라웨어주는 세계적 화학그룹 듀폰의 영향을 받는다. 주의 재정적 기여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학교부터 은행, 신문사도 그렇고 듀폰의 지지를 못 받으면 상·하원 의원도 영향력이 작다"고 설명했다. 주마다 자치권이 높다 보니 한 기업이 도시를 주무르는 일도 생긴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State of Delaware'가 아닌 'Company State'화한다"며 "우리가 '민주주의' 하면 자치와 분권을 떠올리지만 이게 잘 안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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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와 분권은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자치와 분권을 지지할 때는 기능론적 입장과 규범론적 입장이 있을 수 있다. 기능론적 입장은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이로운 점이 더 많으니 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규범론적 입장은 '하는 게 옳기 때문에 무조건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자신이 '규범론적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중앙 집권이라고 해서 비효율적·비민주적 행태가 발견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규범적으로 지방 분권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권력은 될 수 있으면 주인인 시민, 국민 가까이 가져다주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방자치가 제대로 서기 위한 방안으로 '네 가지의 기둥'을 제시했다. △권한과 사무의 적절한 배분 △자율성 △경영능력·행정능력을 갖춘 자치 △주민의 참여 및 기여 등이다. 특히 지방자치의 권한과 사무에 대해 '지방자치법'에서 제한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지방자치법 제22조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는 조항과 같은 법 제9조 2항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예시하면 다음 각 호와 같다. 다만 법률에 이와 다른 규정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조항을 지적했다. 그는 "법령이 대한민국에 4688개가 있고 그것은 모두 중앙정부의 권한인데 그것을 뚫고 남으면 무엇이 남겠느냐"고 말했다.

여유롭지 못한 재정 또한 지방자치의 고질적 문제점이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현재 '지방 재정자립도'라는 개념이 갖고 있는 오해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정자립도는 중앙정부가 보조를 많이 할수록 떨어지는 개념"이라며 재정자립도보다 중요한 것이 '재정자주도'와 '재정력지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은 재정자립도가 20%를 넘지 않고 미국도 평균 60%에 그치지만 지방자치를 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강의 전체 영상은 레이더P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윤범기 기자 / 조선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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