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국이 조세회피처 국가가 된 사연…황당 EU, 안일 정부

[레이더P] 동향 파악 실패

기사입력 2017-12-06 17:39:10| 최종수정 2017-12-06 17:40:28
유럽연합(EU)이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17개 국가'에 한국을 포함한 것은 공직사회에 만연한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이 낳은 참사로 밝혀졌다. 정부는 이미 올해 초 EU 측 움직임을 인지했음에도 늑장대응으로 일관하다 뒤통수를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연합(EU)의 유로화 사용국가 재무장관 협의체 "유로그룹"의 새 의장으로 선출된 마리우 센테노 포르투갈 재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U는 5일 브뤼셀에서 28개 회원국 재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재정경제이사회에서 한국을 비롯한 역외 17개 국가를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국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유럽연합(EU)의 유로화 사용국가 재무장관 협의체 "유로그룹"의 새 의장으로 선출된 마리우 센테노 포르투갈 재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U는 5일 브뤼셀에서 28개 회원국 재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재정경제이사회에서 한국을 비롯한 역외 17개 국가를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국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EU는 지난 5일(현지시간) 한국과 함께 미국령 사모아, 바베이도스, 마카오, 마셜제도, 팔라우 등 총 17개국으로 구성된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를 공개했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경제 규모가 작거나 자치령 섬지역이라는 점에서 국가적 망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단 "EU가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외국인투자지역 등 외국인 세제지원제도를 유해 조세지원제도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책임을 EU 측으로 돌렸다. OECD에서는 적용 범위를 금융·서비스로 한정하는데 EU가 이를 자의적으로 제조업으로 확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EU 측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이 안 된다는 것이 세종시 안팎의 지적이다. 기재부 내부에서조차 "국가 위신이 걸린 중대 사안의 경우 본부는 물론 청와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심지어 국가정보원까지 나서 선제적으로 공동으로 대응했어야 마땅했는데 너무 안이하게 움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재부 세제실은 EU가 처음으로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를 만든다는 사실을 올해 초 인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OECD 결정에만 집중한 나머지 EU 측 움직임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 EU 측 사정에 밝은 벨기에 브뤼셀의 주EU대표부도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세제실이 EU로부터 한국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사실을 확인한 것은 지난달 24일이었다. 이때부터 뒤늦게 주EU대표부와 공동 대응에 나섰지만 EU 관계자들을 만나지조차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을 허송세월하다가 막판 열흘간 뛰어다녔지만 아무런 소득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한마디로 '눈뜨고 당한' 셈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무신경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조시영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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