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대선판에 셀리브리티 안보이는 이유…블랙리스트·낙인공포 탓

[레이더P] 소극적 지지선언에 그치고 선거운동 나서진 않아

기사입력 2017-04-20 17:13:25| 최종수정 2017-04-20 18:26:52
선거를 앞두고 연예인을 비롯해 저명한 문화예술인들의 몸값이 치솟는다. 소위 셀러브리티(Celebrity)들로 불리는 이들이다. 여럿이 모여 지지 선언을 하거나 유세장에서 지지 연설을 하는 방식으로 특정 후보에 지지를 보낸다.

이 같은 '선거운동'의 바탕이 되는 것은 그들이 활동하며 쌓아온 '이미지'와 '대중적인 인기'다. 이런 이유로 큰 선거를 앞두고 각 당에서는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치열하게 공을 들이기도 한다.

◆문재인·안철수에만 몰린 지지선언

올해 대선에서도 셀러브리티들이 후보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예년 대선과 달리 드러내놓고 선거운동을 하는 유명인을 찾기 어려워 졌을 뿐만 아니라 아예 유명인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후보도 있을 정도로 편차가 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2월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 북콘서트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 김형석 작곡가,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문재인, 이외수 작가,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2월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 북콘서트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 김형석 작곡가,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문재인, 이외수 작가,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사진=연합뉴스]
가장 많은 지지층을 형성하는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문화·체육·예술계 등 각계에서 다양한 인사들이 문 후보 곁에 모여 있다. 지난달 5일 부산에서 열린 문 전 대표의 북콘서트에는 만화 '미생'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 가수 강산에, 방송인 김미화 씨가 함께 무대에 올라 토크쇼에 참석했다. 직접 후보를 지지한다는 적극적 발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자리함으로써 사실상 지지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그 밖에 코끼리 김응용 전 야구감독, 가수 이은미,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장진 영화감독, 소설가 이외수, 기타리스트 신대철 씨 등 유명 인사들도 문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경우 개그맨 김제동 씨와 친분이 두텁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당시부터 김제동 씨와 함께 전국을 누비면서 청춘콘서트를 진행했고 대선 출마 당시에도 함께 정책토론회를 가졌을 정도다.

최근에는 가수 전인권 씨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과정에서 과열양상을 띠기도 했다. 지난 19일 안 후보와 오찬을 갖고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한 후 문 후보 지지자들의 공연 예매 취소 요청이 이어졌으며 일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전씨를 '적폐 가수'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양강 후보가 유명인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반면 홍준표·유승민·심상정 후보는 지지하는 유명 인사를 찾기 어려워 대조적인 모습이다.

과거 대선 때에도 유명 인사들의 적극적이면서 조직적인 지지가 있었다.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가수 설운도·김흥국·현미 씨 등을 비롯한 약 120여 명의 연예인으로 구성된 '누리스타 유세단'이 전국을 누볐다.

그에 앞서 2002년 대선 때에는 유력 주자였던 이회창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1000여 명에 이르렀을 정도로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당시 연예인홍보단이라는 단체를 별도로 발족하기도 했는데 홍보단에는 탤런트 석현 씨가 단장을, 가수 설운도, 코미디언 이용식 씨 등 30여 명이 부단장을 맡았다.

뿐만 아니라 당시 한나라당은 연세대 의대 외래교수이자 각종 TV 프로그램을 통해 '신바람 박사'로 얼굴이 알려진 황수관 박사를 선대위 부본부장에 임명하기도 했으며, 영화배우인 문소리 씨는 민주노동당 TV 광고에 공짜로 출연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예외가 아니다.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을 비롯해 코트의 악동으로 불리는 데니스 로드먼, 프로레슬링 선수 헐크 호건 모두 트럼프의 팬이었다. 반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은 조니 클루니,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제시카 알바 등 스타 군단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예전에 비해 소극적, 현장 유세는 거의 없어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는 수많은 유명 배우와 가수들이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던 모습을 찾기 어려워졌다. 예년에 비해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문화계 인사들의 숫자 자체가 줄었고 스타급 연예인들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으로 대선 기간이 대폭 짧아졌기도 했고,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놀란 문화계가 몸을 사린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탄핵 정국이 각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됐지만 스타 마케팅 전략을 쓰기에는 다소 애매해진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번 선거는 탄핵으로 인해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라 준비된 시간이 많지 않았고 지지하는 유명 인사들도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또한 정치 편향적인 인물로 보일 경우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활동이 위축됐고 낙인찍기에 대한 두려움도 작용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명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만큼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선거에 연예인을 동원할 경우 시민들의 이목을 끌 수는 있지만 그것이 득표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광고계약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조항 등으로 인해 과거처럼 전면에 나서기가 힘들다는 점도 점차 정치권의 대중연예인 동원이 줄어드는 것에 한몫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일례로 유명 인사가 후보 연설 전에 나타나 대중들의 관심을 집중하게 함으로써 분위기를 띄우는데 효과적이지만 연예인의 영향을 받아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결정할지는 미지수"라며 "뿐만 아니라 유명 인사들이 대선주자를 돕고 이를 인정받아 공천도 받고 정계에 진출하기도 했는데 그같은 관행에 대한 자기반성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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