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무제한 작전가능 핵잠, 효능은

[레이더P] 北 SLBM 위협 막을 비장의 카드

기사입력 2017-08-10 17:37:18| 최종수정 2017-08-10 17:43:35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 있는 잠수함 사령부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이미지 확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 있는 잠수함 사령부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정부가 자주국방 기조 아래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은밀성이 가장 중요한 잠수함의 특징을 최대한 구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군사적, 전략적 효용이 매우 크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적이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이 항상 원하는 것이었다.

핵추진잠수함은 추진 동력을 원자력에너지로 공급받는다. 민간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과 원리는 같지만 추진 체계의 크기는 잠수함에 들어갈 수 있게 소형화됐다.

원자력발전소가 수십 년 가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핵추진잠수함은 추가 연료 보급 없이 작전을 할 수 있다. 핵추진잠수함의 작전 제한 요인은 승조원의 식재료가 떨어졌을 때뿐이라고 한다.

◆ 사드로는 북 SLBM 못 막아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신포급 잠수함을 동해 남쪽으로 내려보내 미사일을 발사하면 성주에 있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로는 막기 어렵다고 군은 평가하고 있다.

사드의 레이더가 북쪽을 감시하고 있는데 동쪽 혹은 동남쪽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탐지해 대응하기에 물리적인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이 보유한 그린파인레이더나 군사위성 등 지상·공중 전력으로도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킬체인은 잠수함을 이용한 미사일 공격에 취약하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군의 관계자는 "북한 잠수함기지에 정박해 있던 잠수함이 물속으로 사라지면 기지 인근부터 남쪽으로 향하는 항로로 추정되는 해역을 해상초계기, 구축함을 동원해 모두 감시해야 한다"며 "이런 방식으로 잠수함을 추적하는 것은 확률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핵추진잠수함은 동력이 무제한 공급되기 때문에 대잠수함 작전에서 우월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게 도입론자의 주된 논거다.

해군 잠수함 전대장을 지냈던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핵추진잠수함은 장시간 매복과 고속 운항 능력에서 디젤 잠수함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적의 잠수함기지 앞바다에 숨어있다가 나오는 잠수함을 쫓아다니며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에 발각됐을 때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서 생존성에도 유리하다"며 "잠수함이 고속 기동을 하면 디젤엔진은 한 시간, AIP 체계 잠수함도 길어야 10시간이면 방전된다"고 덧붙였다.

◆동북아 전략적 우위 포석도

핵추진잠수함은 북한 SLBM 대응 이외에 우리나라의 군사적 잠재력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포석이라는 의미도 있다.

한 예비역 해군 제독은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들은 전통적 군사 강국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며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뒷받침이 되는 군사력으로 연결시켜 주는 것이 바로 핵추진잠수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추진잠수함이 전략무기로 분류되는 것은 국익 추구라는 관점에서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핵추진잠수함이야말로 우리나라를 다른 나라가 두려워할 수 있게 만드는 잠재력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핵추진잠수함은 5000~6000t급 이상으로 제작이 가능하고 여기에 핵 미사일이 아니더라도 재래식 탄도미사일을 탑재한다면 주변국을 상대로 강한 억제력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군사 강국들이 2차 세계대전 후 디젤잠수함을 퇴역시키고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한 이유다.

핵추진잠수함은 대형 선체에 어뢰·기뢰·SLBM 등 다양한 무기를 탑재할 수 있지만, 디젤잠수함은 소형 선체로 동력의 크기가 제한돼 어뢰와 기뢰 외에는 파괴력이 SLBM에 비해 떨어지는 잠수함발사크루즈미사일(SLCM) 탑재만 가능하다.

◆ 실현하기까지 첩첩산중

핵추진잠수함 보유는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언급됐을 정도로 정부의 관심사다. 특히 노무현정부 때 추진된 핵추진잠수함 개발용 '362사업'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현 정부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2003년 6월 2일 사업 승인이 난 것을 의미하는 '362사업'은 당시 국제사회의 반발을 정부가 극복하지 못한 채 포기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 SLBM에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부각돼 있어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해군 3000t급 잠수함을 개발하는 '장보고Ⅲ'의 2차 사업(3척 예상)은 아직 추진체계를 확정짓지 않고 있다.

핵추진잠수함으로 정책 결정이 나면 그동안 축적된 국내 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일체형 국산 원자로 스마트(SMART)를 개발한 상태이고, 원자로 독자 설계·제작 기술력도 확보된 상태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규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 핵물질의 군사적 전용 금지를 위한 핵물질 사찰을 의무화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핵물질의 군사적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핵폭발물질을 의미하고 연료로 쓰는 핵물질과는 무관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다만 20% 미만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 정부와 별도의 협상을 해야 한다.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예산과 최소 5년으로 추정되는 개발 기간이 고민거리다.

핵추진잠수함은 척당 건조비용이 1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장보고Ⅲ' 2차 사업에 개발 예산도 포함되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북한 SLBM이 향후 1~2년 내에 실전배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5년이 걸리는 것도 부담이다.

◆ 문 대통령, 핵잠수함 보유에 강한 의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면서 우리 군의 자체 방어 전략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핵잠수함의 필요성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미사일 탄도중량 확대를 위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그 문제(핵잠수함)도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우리 군의 자체 방어 전략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미사일의 탄도중량 확대 문제와 핵잠수함 추진을 전체적으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핵잠수함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이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핵잠수함을 운용하려면 연료로 쓸 농축도 20% 이상의 우라늄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핵잠수함 도입은 박근혜정부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핵잠수함 도입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공론화에 나섰다. 송 장관은 자신의 재임 기간 중에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여부와 원자로 설계 등 내부적인 검토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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