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사퇴 압력 받는 박기영의 공과 따져보니

[레이더P] 글로벌 과학계에서도 문제 제기 등

기사입력 2017-08-11 16:40:25| 최종수정 2017-08-11 16:45:29
청와대가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선과 관련해 사과하고 "공과를 함께 봐달라"고 요청했지만 과학계의 반대 여론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청와대가 여론 추이를 보고 판단한다고 한 만큼 주말께 자진 사퇴 형식으로 박기영 본부장 논란을 매듭지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0일 박 본부장의 기자 간담회와 청와대의 사과 이후 반대 목소리는 더 힘을 얻고 있다. 11일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공과 과를 함께 봐달라는 청와대의 해명은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박기영 교수 임명은 전체 과학계가 쌓아올린 연구 진실성 확립의 역사를 무시하고 과학자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박기영 본부장 임명 취소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11일 오후 2시 현재 300여명의 교수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서명인에는 이 교수 외에도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출신 호원경 교수와 황우석 사태 때 연구처장을 맡았던 노정혜 생명과학부 교수 등이 포함됐다.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오후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오후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청와대가 박기영 본부장의 공으로 내세운 성과들도 사실상 과장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참여정부 당시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고 과학혁신본부를 만든 것을 박 본부장의 공이라고 내세웠다. 이에 대해 서울대 공대 한 교수는 "참여정부 초대 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김태유 서울대 교수가 큰 그림은 물론 실행 계획까지 모두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과학계 내에서도 원로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박기영 본부장을 지지하는 움직임도 있다. 김창우 한국기술사회 상근부회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과학기술의 국가경쟁력이 가장 높았다고 평가된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9년만에 과학기술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졌는데, 노무현 정부 당시 현실에 맞는 계획을 입안했던 박 본부장이 실무를 맡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과학기술계와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박기영 본부장 불가론이 확대되고 있어 청와대는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구국의 심정'이라는 박 본부장의 말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적폐청산을 내세운 정부가 국민들을 향해 과학계가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인물에 대해 '공과 과를 함께 봐달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한편, 박기영 본부장 임명 문제는 국제 과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 과학기술학술대회(UKC2017)에 참가한 한 재미 한인 과학자는 "리트랙션 워치(Retraction Watch)라는 과학 연구 윤리를 다루는 저널에서 박기영 본부장 관련한 취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트랙션 워치는 과학 분야 유명 언론인인 이반 오랜스키와 애덤 마커스가 2010년 개설한 연구윤리 감시 사이트로 현재까지 1000여건이 넘는 논문 조작, 철회 등을 고발했다.

[김기철 기자 / 김명환 기자 / 원호섭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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