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대선 ‘외전`의 시작… 유력대선주자 모두 ‘대표` 자리

[레이더P] 文대항 보수·중도통합 내걸어

기사입력 2017-11-13 17:20:31| 최종수정 2017-11-13 17:36:20
13일은 보수정당 두 곳에 변화가 있었다. 바른정당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난파 직전인 당을 이끌 당대표에 선출됐다. 자유한국당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당내 친박근혜(친박)계 반발 속에서 보수 통합 카드를 전격 꺼내 들었다.

13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유승민 신임 당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인숙·하태경 최고위원, 유승민 대표, 정운천 최고위원. [사진=김호영기자]이미지 확대
▲ 13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유승민 신임 당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인숙·하태경 최고위원, 유승민 대표, 정운천 최고위원. [사진=김호영기자]
유 의원은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하태경·정운천·박인숙 의원, 정문헌 전 사무총장, 박유근 재정위원장을 제치고 1위에 올라 바른정당 신임 대표에 선출됐다. 유 대표는 책임·일반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1만6450표를 획득해 1위에 올랐다.

'바른정당 창업주'격인 유 대표가 취임하면서 5·9 대선 이후 약 6개월 만에 유력 대선 주자가 모두 정치 무대 전면에 서게 됐다. 한국당의 홍 대표,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에 이어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표가 등장한 것이다. 유 대표가 당내 지도부에 오른 것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원내대표에서 사임한 2015년 7월 이후 약 2년4개월 만이다.

유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여러분은 저를 가짜 보수당이 아닌 진짜 보수당의 대표로 뽑아주셨다"며 "지난 1월 국민 앞에 무릎꿇고 용서를 빌고 새로운 보수를 하겠다는 그 초심으로 돌아가서 같이 가자"고 밝혔다.

그는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 철학도 정책도 없는 무능한 보수의 과거를 반성하고 진정한 보수의 새 길을 열어가겠다"며 "나라의 미래와 개혁의 길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중도 보수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유 대표는 "지금 우리는 죽음의 계곡에 들어섰다.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져 춥고 배고픈 겨울이 시작됐다"면서도 "우리가 똘똘 뭉쳐 강철 같은 의지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어느새 겨울은 끝나고 따뜻한 새봄이 와 있을 것"이라는 수락 연설로 '자강'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다만 최근 보수 진영에서 제기되는 '보수 통합' 주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문을 열어뒀다.

유 대표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건전한 보수 세력의 결집, 중도 개혁 세력까지 포함하는 결집을 위해 바른정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이 함께 논의할 수 없다면 바른정당이 한국당, 국민의당에 대해 창구를 만들어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12월 중순까지 한 달 정도 기간 안에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자는 합의도 있었기에 당연히 지킬 것이고 진지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에 대한 솔직한 심경도 드러냈다. 유 대표는 "한국당과는 교감된 것이 별로 없다.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시작하는 대화고, 저도 좀 막막한데 창구를 정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유 대표는 "원칙·명분 있는 통합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고, 제가 일관되게 주장한 통합의 연장선상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대선 이후 6개월여 만에 정치 일선에 복귀했지만 앞날은 대선 때보다 더 험난하다는 평가다. 유 대표가 취임한 이날 바른정당 당대표 전당대회 관리를 위해 탈당을 미룬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하는 등 여전히 어수선한 모양새다.

바른정당은 지난 1월 창당 당시 33명의 의석을 가진 원내 4당으로 출발했지만 두 차례에 걸친 탈당으로 의석이 11석으로 줄어들었다. 원내교섭단체 지위가 무너진 만큼 당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유 대표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는 분석이다.

같은 날 홍 대표는 보수통합을 내걸었다. 정부와 여당의 적폐청산 움직임이 이명박 전 대통령(MB)까지 겨냥하자 전날 MB가 직접 "적폐청산을 보면서 정치 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정면으로 반발한 지 하루 만이다.

이런 MB의 공개 선언과 홍 대표의 목소리는 문재인정부가 검찰 등을 동원해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나선 가운데 보수 분열이 계속될 경우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행태를 보니 마치 조선시대의 망나니 칼춤을 연상시키고 있다"며 "한국당과 보수 우파 세력은 하나가 돼 정치 보복에 혈안이 된 망나니 칼춤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적폐청산 활동을 겨냥해 "정부·여당이 이 나라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미래를 열어달라는 국민적 여망을 뒤로하고 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이런 망나니 칼춤에 동원되는 기관이라면 정권의 충견에 불과하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정치 보복의 칼날이 전임 정권을 떠나서 전전임 정권을 향하고 있다. 퇴임한 지 5년이 지난 대통령을 정치 보복의 한가운데 세운다는 것 자체가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풀이 굿판식의 정치 보복은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 대표는 이날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도 '보수 통합'을 강조했다. 이날 의총이 최근 바른정당 탈당파 복당에 대해 반발한 친박이 요구해 소집된 의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홍 대표가 공개적으로 보수 통합을 강조해 당내 분열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우리가 적전분열을 하면 힘든 세월에서 더 힘든 세월을 보내야 할 것"이라며 "(탈당파에 대한) 정치적 앙금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남아 있는 사람이나 나갔던 사람이나 잘못은 같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모두가 잘못했기 때문에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붕괴가 됐고, 한국 보수 진영이 분열되고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됐다"며 "이제 정치적 앙금을 서로가 풀어주시기를 바란다. 모두가 한마음이 돼 망나니 칼춤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당내 친박 중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정리 작업을 이어가되 '온건 성향'의 친박을 끌어안아 당내 통합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화합을 위해 모든 것을 잊을 테니 자중해달라. 국민과 당원만 보고 가는 국민 우선 정치를 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MB 측과 가까운 한국당의 몇몇 의원은 보수 통합의 움직임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날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가까운 조해진 전 의원이 바른정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한국당 입당을 타진했고, 정병국 의원도 최근 MB와 만나 보수 통합에 대해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홍 대표가 보수 통합을 외치고는 있지만 당내 리더십 강화 등을 위해 서청원·최경환 의원과의 기싸움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의총에 서청원·최경환 의원과 탈당파 '좌장'으로 활동한 김무성 의원은 불참했다.

홍 대표가 보수 통합을 계속 강조한다면 바른정당에 잔류한 의원 중 추가 탈당을 결정하는 의원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의 칼날이 사실상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겨냥한 상황에서 '보수 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만 주어지면 바른정당 의원들의 부담도 다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해 13일 취임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남은 의원들을 바른정당에 남도록 ) 최대한 설득하고 있다. 많이 안정을 찾으신 분들도 계시고, 아직 좀 더 설득이 필요한 분도 있는 상태"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당 내 친박들은 향후 행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바른정당 탈당파가 복당하는 과정에서 친박들은 강한 불만을 표출했지만 집단행동에 나서기에는 구심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중심으로 뭉치기 쉽지 않은 만큼 홍 대표 리더십에 대한 불만은 지속적으로 표출해도 집단행동에는 나서기 어려워보인다.

친박으로 꼽히는 이완영 한국당 의원은 이날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대전제인 대통합을 위해서는 제2의 창당 정신으로 한다고 해도 짚을 것은 짚어야 한다"며 "의총에서 '홍 대표가 당을 독단적으로 운영한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강경했던 이전의 태도보다는 다소 물러나기는 했지만 서청원·최경환 의원 관련 조치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은 "홍 대표가 '나간 사람, 남은 사람 모두의 책임'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서청원·최경환 의원도 통합 차원에서 봐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청원·최경환 의원 거취에 대해서는 홍 대표와 친박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향후 당 원내대표 선거 등을 통해 언제든 갈등이 분출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석환 기자 / 홍성용 기자]

기사의 저작권은 '레이더P'에 있습니다.
지면 혹은 방송을 통한 인용 보도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