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예산정국에서 `한국당 패싱`…있는 `표`도 못 사용

[레이더P] 개헌논의 앞두고 칼가나

기사입력 2017-12-06 17:48:04| 최종수정 2017-12-13 08:45:55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 입장을 내비쳤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심하면서 국회를 통과했다. 당초 여당인 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40석)이 합심하면 한국당(116석)의 동의 없이 의결정족수(151석)를 넘겨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구도였다. 양당의 의석수 총합인 161석이 과반에 충족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다. 공무원 증원과 관련해 여당인 민주당은 1만500명 아래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한국당은 7000명, 국민의당은 9000명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결과적으로 내년에 9475명의 공무원을 늘리기로 여야 간 합의를 했다. 또 다른 쟁점인 일자리 안정자금은 국민의당이 민주당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타결됐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제1 야당인 한국당의 전략 부재에 대해서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구체적인 성과도 없었고 단결된 모습조차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4일 오전 협상 타결 전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의 요청에 따라 양자회동을 했다. 반면 이 자리에서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속에 소득세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속에 소득세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의 전략 부재는 예산안 표결 직전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당은 법인세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5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불참하면서 법인세법 개정안은 재석 117명에 찬성 133명, 반대 33명으로 가결됐다.

되레 한국당이 불참한 덕분에 법인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만약 116명의 한국당 의원이 반대 표결에 나섰으면 부결될 수 있었지만 한국당은 결국 이를 저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소속 의원들이 사오분열하면서 회의장에 들어가서 반대 토론을 하자고 하거나, 바깥에서 항의하자고 하는 등 주장이 엇갈리며 우왕좌왕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본회의에서는 국회의장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한국당을 향해 바른정당 역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5일 "평소 보수의 맏형을 자임했지만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존재감 자체가 없었다. 반대만 했지 막아낸 것은 없다"면서 "오죽했으면 내부에서도 자유시장의 가치조차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본회의장을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본회의장을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은 표면적으로 실리를 취한 모습이다. 국민의당은 예산정국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며 정부안을 수정하면서 민주당으로부터 호남고속철도 무안공항 경유 사업 추진 예산 1조3000억원 이상을 약속받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여야 합의가 이뤄진 데 역할이 컸다는 것을 강조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예산 정국 내내 민주당과 한국당이 대립한 가운데 국민의당이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며 협상력을 발휘해 끝내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 운신의 폭을 넓히고 유리한 협상카드를 쥐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국민의당이 학수고대하고 있는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 논의를 위해 한국당과의 공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행 소선거구제하에서는 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 양당을 제외한 소수 정당이 의석을 얻기 어려운 구조다. 대신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소수당의 의석 배분이 늘어날 수 있어 원내 3당인 국민의당의 존립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개헌이 이뤄지기 위해서 국민투표 전에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한국당의 의지만으로 저지가 가능하다. 한국당이 칼을 갈면 내년 개헌에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원식·김동철 원내대표 간 양자회동에서는 국민의당 주도로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오갔지만 말 그대로 논의 차원이지 확실히 못을 박지는 못한 모습이다. 앞서 개헌과 관련해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곁다리로 투표하는 개헌 투표는 내용도, 형식도 맞지 않는다"고 부정적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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