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탄핵 1년…달라진 건 여야 공수 바뀐 것뿐

[레이더P] 격돌과 집안싸움 여전

기사입력 2017-12-07 17:37:29| 최종수정 2017-12-07 17:42:07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34명이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가결됐다. 1년이 지난 지금 옛 여권과 옛 야권의 의석수엔 변화가 없지만 오히려 탄핵 당시보다 정국은 더욱 복잡해진 양상이다. 탄핵에 찬성했던 새누리당 탈당파는 대거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고,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탄핵 선봉에 섰던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 통합을 놓고 혼돈이다.

각 당의 변화된 상황은 정국을 더욱 안갯속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내홍을 겪는 동안 민주당은 '한국당 패싱' 전략을 사용하며 근근이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가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탄핵 1년 동안 국회는 '정치공학' 외엔 일어난 일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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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으로 집권…여소야대 답답

탄핵이 불러일으킨 가장 큰 변화는 정권교체다. 탄핵 민심을 등에 업고 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 탈바꿈했다. 지지율도 정권교체 이후로 50% 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내년 지방선거 전망도 아주 밝은 상황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어도 여당 의석수가 늘어난 건 아니다. 문재인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밀어붙이는 적폐청산 드라이브는 국회에서 번번이 막히고 있다. 여당은 12월 임시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지만 한국당이 반대하면 본회의는커녕 상임위 통과도 불가능하다.

여권 관계자는 "쟁점 법안은 사실상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이 아니라면 본회의에조차 올라가기 어렵다"며 "설사 본회의에 올라가도 재적 의원 과반 찬성을 얻기 위해 야당에 읍소해야 하고 그마저도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의석수가 비슷한 한국당이 상임위에서 반대해버리면 패스트트랙 외엔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나마 여당은 상임위를 피해 본회의 투표가 가능한 예산안, 예산부수법안, 인사투표 등에서는 제법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예산안 표결 등에서 한국당을 견제하고 국민의당을 우군으로 만들어 실리를 챙겼기 때문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낙마 외에 이 전략은 모두 성공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힘겨운 중도 투쟁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한국당 패싱'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 역시 탄핵에 있다. 탄핵 이후 정치 구도는 적폐 대 적폐 청산 구도로 재편됐는데 이 과정에서 제3지대, 중도를 위한 공간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이런 구도는 탄핵 주도 세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의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국민의당이 한국당과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당이 한국당 등 보수 야당의 편을 들게 되면 호남과 결별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안철수 대표가 최근 정치적 시련을 겪는 이유다. 최근 대선 패배 이후 중도통합론으로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런 구도로 인해 민주당은 국민의당을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당만 오케이하면 (한국당은) 빼고 가도 된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국민의당과 합의하는 게 최선이고 국민의당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당이 당론을 결정하지 못한 경우에도 호남파 의원 20여 명만 찬성하면 절반을 넘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선별적 포섭도 병행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표결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수당은 집안싸움 중

탄핵의 직격탄은 보수 야당이 맞았다. 새누리당의 분당과 한국당으로의 재집결 등 이 모든 혼란의 시작은 탄핵 투표였다. 탄핵 표결 결과를 놓고 보면 전체 172명에 달하는 야권의 이탈표가 없다고 전제할 경우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에서 62명의 찬성표가 나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결과는 지금의 보수 정당 이합집산에도 유의미한 해석의 틀을 제공한다. 60여 명으로 추정되는 이 의원들 중 강경파 33명은 올해 초 바른정당을 창당했지만 탄핵 주역인 김무성 의원은 지난달 동료 의원 8명을 이끌고 한국당으로 복귀했다. 보수 정당의 판도가 한국당으로 재편되는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한 지붕 두 가족'일 뿐이라는 평가가 주류다. 살기 위해 다시 뭉쳤을 뿐 아직도 화학적 결합은 요원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집안싸움에만 매몰돼 제1야당으로서 여당을 견제하고 생산적인 비판을 가하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데 있다. 한 친박 중진은 "(원내지도부가) 우왕좌왕했다. 예산안 본회의 표결에서도 할 게 없으니 샤우팅만 하고 말았다"며 "캐스팅보트를 국민의당이 쥐고 있다는 게 구조상 명백한데, 그걸 놓치고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된다는 패배주의에 젖어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준 기자/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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