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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비트코인 투자하는 이유…낙오될까봐+막막한 미래

[레이더P] 거래소에서 만난 가상화폐 투자자들

기사입력 2018-01-12 17:26:43| 최종수정 2018-01-14 10:54:01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방문자가 차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정범 기자]이미지 확대
▲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방문자가 차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정범 기자]
12일 서울 여의도동에 위치한 A가상화폐 거래소. 깔끔하게 정리된 사무실 안에서 각종 가상화폐 시세가 나온 전광판 화면에 방문객들 시선이 쏠린다. 상당수가 20~30대 젊은이들이었다. 커플이 함께 이곳을 찾은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상담을 받거나 거래소 곳곳을 둘러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처음 거래소를 찾았지만 신규 가입이 불가하다는 얘기를 듣고 발길을 돌린 이도 있었다.

A거래소 관계자는 "방문자가 많을 때는 하루에 110명까지 거래소를 방문해 상담을 받았다"면서 "거래 초창기에는 중년층 이상의 비중이 높았지만 지금은 20~30대 방문 비중이 역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젊은 층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하고 있다는 30대 직장인 B씨는 레이더P에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3개월 전부터 가상화폐에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B씨는 "일단 요즘엔 주변에서 만나면 다 비트코인 이야기 하고 여기저기서 일확천금했다는 소식 들리니까 남들 다 하는데 나도 해볼까, 용돈이나 벌어볼까 이렇게 시작했다"면서 "그러다 보면 용돈만 벌려고 했던 게 차값 벌어볼까 이런 식으로 점점 판돈이 커켰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B씨는 얼마나 수익을 냈을까. 그는 "최근까진 장이 엄청 좋았거든요. 아무거나 사도 다 돈 벌었으니까"라며 "저는 500만원 정도 투자했고 2000만원 정도까지 갔다가 요 며칠 정부에서 압박하면서 다시 본전에서 100만~200만원 번 수준으로 폭락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원금 이하는 많이 없고 대신 막 TV에 나오는 것처럼 몇십억 몇백억 벌었다는 경우는 솔직히 못 봤지만 1억원 수준으로 번 사람들은 꽤 있다"고 덧붙였다.

가상화폐 투자는 B씨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그는 "거의 잠도 제대로 못 자죠. 자고 일어났는데 수익률이 마이너스 30~40% 되어 있기도 하고 이게 24시간 돌아가는 장이다"라며 "시세만 맞으면 웬만하면 1초면 팔린다. 솔직히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언제 빼야 할지 타이밍을 보고 있다. 도박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향후 투자 계획에 대해 "추가적으로 더 시드머니(종잣돈)를 늘릴 생각은 없고 지금 들어가 있는 금액으로만 계속 굴려볼 생각"이라며 "비트코인으로 시작했고 그 이후로 수십 개 코인으로 분산했지만 지금은 비트코인만 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거래소 폐쇄 논란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선진국들이랑 비교했을 때도 역행하는 느낌"이라며 "차라리 과세를 하거나 거래소 투명 운영 등 이런 걸 제대로 잡아서 제도권으로 안착시켜야 하지 않나 싶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거래소 폐쇄하면 불법으로 환전해주는 음성적인 거래소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국내 거래소가 아닌 중국 거래소를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가상화폐 투자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 근원에는 일반적인 투자로는 돈을 벌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시류를 타지 못하면 나만 돈을 벌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낙오심리도 있다.

20대 C씨는 "물가는 비싼데 수중에 돈은 궁하다. 살기 팍팍한 2030 청년들뿐 아니라 넉넉하지 않은 시민들이 이 시장에 들어오는 이유 같다"며 "돈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 당장 여유롭게 살고 싶은데 그 가능성이 제일 높은 곳이 여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규제에 대해서는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따르는 '규칙'이 있어야 불확실성도 잡고 투자자도 보호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폐쇄는 극단적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만든 '키'가 가상화폐인데 거래소 폐쇄는 투자심리 위축과 함께 블록체인 개발에까지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가상화폐 열풍에 대해서는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생각을 비난한다. 쉽게 얻은 돈은 쉽게 나간다, 건강하게 땀 흘려 벌 생각 안 한다는 것이다"라며 "청년 실업 뿐 아니라 중장년층 실업도 심각한 상황에서 노동하지 못해 이거라도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상화폐 인터넷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D씨는 "전세자금 대출금 갚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 보려고 투자 중"이라며 "진짜 절박해서 투자하고 있다. 주식보다는 좀 더 접근하기 쉽다"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대학원생 E씨는 "주변에서 많이 추천하길래 따라 사봤다. 예전에 사둔 코인이 4배 정도 가격이 올라서 팔면서 여윳돈이 생겼다"면서 "그 돈으로 다시 재투자를 하고 있다. 재투자한 이유에는 한탕주의가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여윳돈이다 보니 크게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규 거래가 막히면서 투자를 계획한 이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F씨는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낙오심리가 있다. 나만 돈 못 버는거 같기 때문"이라며 "도서관에 가서 가상화폐 관련 책을 구해서 분석해보고 있지만 비트코인에 가치투자라는 개념이 있나 싶기는 하다"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조선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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