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유승민 "국방백서에 북한은 우리 주적이라고 한다”

[레이더P 팩트체커] 1995~2003년 사용...현재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

기사입력 2017-04-20 16:30:23| 최종수정 2017-04-20 17:24:53
"2014 국방백서"에는 북한군의 전력 변화, 동북아 안보상황, 한미동맹, 주변국과의 군사외교 현황 등 우리 군의 활동과 주변국 군사 동향이 담겨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2014 국방백서"에는 북한군의 전력 변화, 동북아 안보상황, 한미동맹, 주변국과의 군사외교 현황 등 우리 군의 활동과 주변국 군사 동향이 담겨 있다[사진=연합뉴스]
Q: 19일 열린 TV토론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할 것인지를 놓고 대선후보들 간 공방이 벌어지면서 실제로 정부의 북한에 대한 공식 표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토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가?"라고 물으며 "우리나라 국방부 국방백서에 북한은 우리 주적이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이 말을 사실인가요? 국방백서에는 어떻게 표현돼 있나요?



A: 결론적으로 표현을 엄격히 따지면 거짓, 의미를 따지면 사실입니다. 현재 주적이란 표현을 쓰지는 않지만 맥락적으로는 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주적'이란 용어를 사용해오다 2004년 삭제하고, '적'이란 표현으로 바꿨습니다. 올해 1월 발행된 '2016 국방백서'에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지난 19일 TV 토론에서 "우리 국방백서에 주적이라고 나온다. 정부 공식 문서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나오는데 국군통수권자가 주적이라고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따졌죠.

국방부 관계자는 20일 "주적 개념을 우리가 쓰지는 않는다"며 "여러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북한 정권을 적으로 규정한 것만으로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표현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백서에 주적 표현은 1995년 처음 나왔습니다.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남북 특사교환을 위해 열린 제8차 실무접촉에서 북측 박영수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등장했습니다. 당시 박 대표가 "서울이 여기서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되고 만다"는 공격적인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국방백서에서 처음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 때인 2004년 주적 표현은 삭제됐고 현재 국방백서의 표현은 2010년부터 바뀌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군 통수권자인 역대 대통령 중 북한을 명시적으로 '주적'으로 언명한 사례는 찾기 힘든게 사실입니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적이라는 표현을 언급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맥락은 좀 다르죠.

2013년 6월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배포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과 발췌본에는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어쨌든 자주…자주국방이라는 말을 이제 우리 군대가 비로소 쓰기 시작합니다. 주적 용어 없애버렸습니다"라고 말했다고 나옵니다.

2004년 국방백서에서 주적 용어를 삭제한 것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5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국민원로회의에서 "우리 군이 지난 10년 동안 주적 개념을 정립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주적 개념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죠.

그해 3월 천안함 피격사건을 계기로 대북 강경론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이 발언이 나왔고, 정부는 내부적으로 주적 개념의 명문화 여부를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주적 표기로 인한 정치·사회적 논란을 우려해 이듬해 초 발간된 2010 국방백서에는 결국 '주적' 표현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북한은 통일의 대상이자 한국의 안보위협이라는 이중성이 있지만 군사적으로 한국의 주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이후 북한을 주적으로 표현한 적은 없습니다.

통일부는 북한 주적 규정과 관련해 "북한은 적이자 동반자"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주적이냐'는 질문에 "대한민국 법체계도 북한을 적으로 보면서 동반자로 보고 있다"면서 "북한과의 무력 대립도 예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통일로 끌고 간다는 두 가지 시각을 다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헌법 66조를 보면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북한을 적으로서 응징해야 하지만 통일된 한반도를 끌고 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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