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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팩트체커] 日정부 아닌 우리정부에 위안부소송 가능?

역할부작위 민사소송 가능

기사입력 2017-06-15 15:38:23| 최종수정 2017-06-18 12:45:09
Q: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2015년 이뤄진 일본과의 합의에 대해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약속이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은 이 합의와 관련없다"는 입장을 법원에 최근 제출했습니다. 일본을 상대로 하는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 특별세션 주제발표 직후 관련 질문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이후 한일간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여러 현안이 있었고 아직 다 해결되지는 못한 상태"라며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으로 합의했다"고 답했다. 이어 "최종적인 합의에 따라 일본은 해야 할 역할과 의무를 다했다"고 강조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일본의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 특별세션 주제발표 직후 관련 질문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이후 한일간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여러 현안이 있었고 아직 다 해결되지는 못한 상태"라며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으로 합의했다"고 답했다. 이어 "최종적인 합의에 따라 일본은 해야 할 역할과 의무를 다했다"고 강조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965년 협정으로 법적 책임을 다했고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입장이어서 우리 정부의 해석이 공허한 것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가 아닌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나요?

A: 결론적으로 말해 소송이 가능합니다. 다만 일본군 위안부 당시 피해라는 '원죄'가 아닌 개인 청구권 행사를 관철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민사소송이 가능할 것입니다.

우선 개인 청구권 문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15년 위안부 합의에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문구가 포함되면서 할머니들이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위안부 피해를 입은 할머니 12명이 위안부 합의로 개인 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다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위안부 합의와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 관련성에 대한 견해를 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했습니다.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지난 4월 재판부에 제출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즉 개인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동안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뿐만 아니라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이르기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청구권 행사 가능 여부를 놓고 여러 해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 정부가 청구권 협정과 위안부 합의는 국가 간 합의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은 합의와 관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힘으로써 기존 논란을 법리해석으로 불식한 셈이 됐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위안부 합의 안에 청구권 관련 내용이나 규정이 없다"며 "이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법리적 해석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송은 불가능합니다. 일본 정부나 사법부는 우리 정부와 입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 일본 정부는 1965년 협정으로 법적 책임을 다했으며 그때 이미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입장입니다.

또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 9명은 일본을 상대로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 보상청구를 했으나 2004년 우리나라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까지 간 결과 패소로 끝났습니다. 앞서 항소심을 다룬 도쿄고등재판소 역시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청구권 협정으로 이는 모두 소멸됐다고 판결했습니다.

선종문 썬앤파트너스 변호사는 "과거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최고재판소에 소를 제기 했을 때도 1965년도 맺은 한일 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대며 원고 패소 결정을 했다"며 "결국 이 문제를 개별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며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이 법적 배상 책임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할머니들은 우리 정부에 역할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들은 2011년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내용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헌재는 2011년 8월 30일 "일본국에 의해 자행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불법 행위에 의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당한 자국민들이 배상청구권을 실현하도록 협력하고 보호하여할 할 헌법적 요청이 있다"고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정부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죠.

급기야 위안부 피해자 12명은 지난해 8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합니다. 2015년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들에게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입혔고 헌법재판소 결정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소송을 지원하는 정의재단 측은 "지난해 12월 28일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에서의 비난·비판 자제,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우려를 해결하기로 합의해줬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습니다.

선 변호사는 "위안부 피해를 입었던 당시에는 한국이 국권을 박탈당한 시기였던 만큼 당시 입은 피해에 대해 한국 정부에 소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그 이후 우리 정부의 외교적 책임에 대해서는 청구권 제약 등의 이유를 들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과 일본이 아닌 제3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령 미국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 당사자나 가족, 친척, 후손 중 시민권자를 통해 현지 법원에 제소하는 식입니다. 실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유희남·김경순 할머니가 2015년 7월 아키히토 일왕, 아베 신조 총리, 닛산·도요타 등 기업을 상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 소송은 지난해 6월 기각됐고 할머니는 모두 그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정범 기자 / 윤은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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