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레이더P 팩트체크] 핵잠 도입·전술핵 재배치 주장, 가능할까

원자력협정 개정·주변국 반발 등 과제 산적

기사입력 2017-08-09 11:13:17| 최종수정 2017-08-11 17:21:53
지난 7월29일 북한의  화성-14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시험 발사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지난 7월29일 북한의 화성-14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시험 발사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Q: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 이후 한반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대칭무기인 북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핵잠수함 도입과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언급하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필요성을 말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사안은 실현 가능한 건가요? 이를 추진하기 위한 향후 절차와 과제는 무엇인가요?

A: 결론적으로 두 가지 모두 실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지 않습니다.

우선 핵잠수함과 전술핵의 차이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핵잠수함은 핵을 연료로 하는 잠수함입니다. 핵무기를 실었는지 여부는 상관없이 추진 동력이 소형 핵에너지인 잠수함을 의미하며 사실상 연료 보급이 필요 없기 때문에 최장 6개월간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아도 됩니다. 작은 원전을 싣고 다니는 잠수함인 셈이죠. 현재 핵잠수함을 보유·운용 중인 국가는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인도 등 6개국입니다.

전술핵은 미군의 핵이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한반도는 미국의 '핵우산' 체제로 편입되고 이른바 '공포의 균형'으로 북한에 대한 핵억제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입니다. 1950년대 주한미군의 전술핵이 한반도에 배치됐고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전술핵은 모두 한반도에서 철수됐습니다.

◆핵잠수함, 군비경쟁 유발에 미국도 망설일 듯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핵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밝힌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4월에도 핵잠수함 보유론을 꺼낸 바 있습니다. 당시 문 후보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핵추진 잠수함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본다. 미국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보고에서 '현 정부가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미 참여정부인 2004년 핵잠수함 건조를 추진했지만 핵연료 확보 등의 문제로 중지된 바 있습니다. 핵잠수함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등을 막기 위해 도입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해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국제사회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미국이 제공하는 핵물질 등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한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이 필요합니다. 현재 이 협정에 따라 제공받은 우라늄 등은 핵잠수함이나 핵미사일 등 군사적 목적에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에 관한 협정'을 맺어야 합니다.

하지만 중국의 강력한 반발, 일본·대만의 연쇄 핵무장 촉발 및 동북아시아 군비경쟁 가능성에 따라 미국이 협정 개정에 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레이더P와 만난 한 여당 의원은 문 대통령의 핵잠수함 추진에 대해 "미국은 결코 협정 개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정부의 대북 메시지의 일환"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전술핵 재배치, 文정부 반대

미군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주장은 보수정당에서 주로 제기됩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거대 정당에서 당론으로 추진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7일 "전술핵 재배치를 본격적으로 한미 간에 논의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당은 당론 추진 이후 국민을 대상으로 서명받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바른정당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는 한국당과 의견이 같습니다. 이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유 의원은 지난 2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으로 미국과 전술핵을 공유해야 한다"며 "국방부는 대통령을 설득해 한미 전술핵을 공유하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전술핵 재배치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우선 우리나라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스스로 어기는 상황에 처합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핵폐기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잃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가 현재 정부의 기조인 것입니다.

또 지난해 9월 '미국 전술핵무기 한반도 재배치를 둘러싼 주요 쟁점과 전망' 보고서를 발간한 국회 입법처에 따르면 주변국 반발 등의 우려에 따라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트럼프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달라진 미국의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지난 4월 미국·중국 정상회담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겁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ICBM에서 촉발된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미국의 전술핵을 우리 것처럼 사용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안병욱 기자]

기사의 저작권은 '레이더P'에 있습니다.
지면 혹은 방송을 통한 인용 보도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