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정치읽기] 다당제에 필수 연동형비례대표제, 누가 앞장설까

[레이더P] 대협치 바란다면 文대통령이 나설 필요

기사입력 2017-11-24 13:42:23| 최종수정 2017-11-24 17:34:46
"다당제가 아니었으면 탄핵이나 정권교체는 어려웠다."

탄핵 1주년을 맞는 정치권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야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있었더라도 국민의당 창당과 바른정당 분당 사태로 다당제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과연 탄핵이나 정권교체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 최근 정치권을 차분히 복기해보면 다당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보수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탓하던 지금 여권의 우려는 옛이야기가 됐다.

그런 다당제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제기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문제로 국민의당은 내부 갈등이 치열하다.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으로 아홉 명의 의원이 빠져나가며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박탈당했다. 결국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은 민주당으로, 바른정당의 남은 의원들은 한국당으로 추가 복귀하며 다시 '신(新)양당제'로 복귀할 거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당 의석수는 116석이다. 바른정당 의원 중 5명만 더 옮기면 121석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같아진다. 그 이상이면 원내 1당을 탈환할 수도 있다. 원내 1당이 되면 국회 관행에 따라 하반기 국회의장을 한국당이 가져갈 수도 있다. 더구나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법안 통과에는 사실상 180석 이상이 필요하다. 한국당이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법안을 막을 수 있는 '절대 방패'를 갖게 되는 셈이다. 그렇게 된다면 문재인정부는 '식물정부'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신양당제로의 회귀를 막는 방법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시정연설에서 밝힌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법'이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면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받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1위를 할 수 없는 군소정당들도 지지율만큼의 의석은 가질 수 있다.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도 생존의 위기를 벗어나 미래를 모색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연동형 비례제를 시행하려면 지역구 인원을 줄이거나 비례대표 인원을 늘려 국회 정원이 늘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역구를 줄이는 건 지역구 현역 의원들 반대로 쉽지 않다. 국회 정원을 늘리는 건 국민 여론이 반대한다. 결국 누군가 국민에게 욕먹을 각오로 국회 의석을 늘리자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상황이다.

누가 해야 할까.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예산 총액을 동결한다는 전제하에 국회 정원을 비례대표 위주로 50석 정도 늘리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이 작았기에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공은 역시 문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문 대통령 역시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공약했다.

결국 문 대통령만이 이 제안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대국민 기자회견이든 국회 시정연설이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연동형 비례제 도입과 의원정수 확대를 위한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 물론 지지율 10% 정도 까먹을 각오는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를 통해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바른정당이 동의하는 공통공약을 입법할 수 있는 '대협치'의 기반이 만들어진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6개월 이상 70%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높은 지지율로 무엇을 할 것인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작은 변화라도 임기 중에 세상을 바꾸라는 것이 촛불의 명령이고 정권교체를 이뤄준 국민의 뜻이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통해 다당제 구도를 지켜내고 4당이 합의하는 법안이라도 통과시킨다면 문재인정부의 최대 업적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윤범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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