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현 대통령 권한 유지, 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레이더P] 靑개헌안 윤곽…토지공개념·수도 조항

  • 강계만, 홍성용, 박태인 기자
  • 입력 : 2018-03-13 17:59:41   수정 : 2018-03-13 18:50:54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공유
  • 프린트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장(가운데)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헌 자문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특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위가 마련한 정부 개헌안 초안을 전달했다. 왼쪽부터 김종철 부위원장, 정 위원장, 하승수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장(가운데)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헌 자문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특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위가 마련한 정부 개헌안 초안을 전달했다. 왼쪽부터 김종철 부위원장, 정 위원장, 하승수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13일 청와대에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변경하는 등 권력구조 개편까지 포함한 '정부 개헌자문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일주일간 검토를 거쳐 오는 21일 정부 독자적인 개헌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헌법자문특위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있다.

그러나 정책기획위가 31년 만에 개정하려는 개헌자문안의 골자만 공개하고 세부 문구와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청와대에 전달했다. 또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을 받았던 대통령 권한이 대부분 유지되는 데다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거나 시장자유주의를 침해하는 조항도 있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개헌안이 실제 발의돼 공고되면, 변경이 불가능하고 찬반 여부만 국회에서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정부안이 결국 폐기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책기획위는 개헌자문안에 대통령 4년 연임제 변경과 함께 대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담았다. 4년 연임제는 4년씩 연이어 두 번의 임기 동안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현직 대통령이 대선에서 지더라도 재출마할 수 있는 4년 중임제와는 다르다. 이번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문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고 차기 대통령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결선투표제의 경우 1차에서 과반수 등 일정 득표율 이상 얻지 못했을 때, 상위 1~2위 후보 간에 2차 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정책기획위는 국회에서 줄기차게 요구하는 총리 선임 요구권과 관련해 현행 대통령 추천 방식 유지, 국회 추천 후 대통령 임명 등 복수안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개헌자문안에는 국회의원 구성에서 비례성 강화 원칙 △수도 조항 명문화 △국회의원 소환제 △구체적인 경제민주주의와 토지공개념 반영 △공무원 노동3권 확대 △근로를 노동으로 변경 △감사원 독립기관화 △소상공인 보호 등 신규 조항을 담고 있다.

아울러 5·18 민주화운동, 부마 민주항쟁, 6·10 민주항쟁 관련 내용이 헌법 전문에 포함된다. 이념논쟁이 있었던 자유민주주의 문구에서 '자유' 부분은 현행 그대로 유지된다.

◆토지공개념v

개헌자문안에는 경제민주화 조항을 강화하면서 토지공개념을 포함했다.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토지의 특수성을 명시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국가적 노력의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 헌법에서는 이미 경제민주화를 위해 국가가 공공 필요성과 규제 차원에서 재산권의 사회구속성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정책기획위원회 관계자는 "토지공개념과 관련해서 개헌의 주요 목적 중 하나로 민생 개헌에 포함했다"며 "토지 소유 집중과 불균형이 우리 사회·경제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선 이미 현행 119조 제2항('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만으로 충분하다"며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다 보면 자유시장경제 사고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국가 간섭주의'로 인해서 가야 할 길을 역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 번영의 원천은 자유를 허용해 기업이 성장할 것"이라며 "국가가 개입하려면 국가가 그만큼 많이 알아야 하는데 불특정다수에 의해 작동하는 시장에서 이해 충돌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노동 3권, 5·18민주화운동

공무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포함했다. 그러나 국민이 낸 세금을 받고 안정적인 직장과 연금을 보장받은 공무원이 단체행동까지 나서는 것을 헌법으로 인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있다.

5·18 민주화운동, 부마 민주항쟁, 6·10 민주항쟁 등 역사적 사건이 지난 세월 충분한 재평가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헌법 전문까지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대를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 정체성을 세우는 헌법에는 자칫 이념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내용을 배제해야 하는데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헌법 전문에 포함시키고,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것은 문제라는 평가다. 다만 지난해 촛불혁명은 이번 개헌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행 헌법전문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사건으로 '3·1운동'과 '4·19 민주이념'만 명시돼 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민간금융위원회 위원장)는 "좌파, 우파를 떠나 헌법은 이 국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를 담는 것"이라며 "이러한 헌법에는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내용만 담으면 되는데 정부가 자기들의 정치적인 이념을 넣으려고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수도 조항 포함

아울러 수도 조항을 헌법 1장 총강에 반영하는 것도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수도 조항이 삽입될 위치는 헌법 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 조항 뒤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신행정수도 지정을 둘러싼 헌법재판 과정에서 관습헌법에 따라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로 인정된다는 법리가 확립됐으나, 새 헌법에 수도 조항이 명시되면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은 효력을 잃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참여정부 당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추진이 중단된 세종시 등 '행정수도 구상'을 재추진할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4년 연임·국회의원 소환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변경하고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담겼다. 대통령 권한 축소의 일환으로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특별사면을 추진할 수 없도록 국회의 통제 권한도 강화됐다.

국민의 의사가 대의기구에 올바로 수렴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의 비례성 강화 내용이 명문화됐고 지방 자치 입법권과 재정권의 확대를 포함한 지방 분권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구체적인 선거 제도 변경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이유로 자문안에는 빠졌다.

기존 지방의회의 조례는 기존 법령의 위임을 받는 범위 내에서만 시행될 수 있어 헌법상 보장된 지방 분권이 실효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문안에는 조례가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적용할 수 있도록 자치 입법권이 대폭 확대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권을 확대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 불균형을 제한하는 재정조정제도가 도입됐고 지방정부의 자치 사무를 보장할 수 있는 보충성의 원칙도 들어갔다.

번 자문안에는 국회 권한을 강화하는 대신 국회를 견제하는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포함됐다. 국회의원 국민 소환 제도와 시민이 직접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국민발의 제도가 신설됐다.

기본권 조항에선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해 그 범위를 넓혔다.

[강계만 기자/홍성용 기자/박태인 기자]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장(가운데)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헌 자문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특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위가 마련한 정부 개헌안 초안을 전달했다. 왼쪽부터 김종철 부위원장, 정 위원장, 하승수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장(가운데)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헌 자문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특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위가 마련한 정부 개헌안 초안을 전달했다. 왼쪽부터 김종철 부위원장, 정 위원장, 하승수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기사의 저작권은 '레이더P'에 있습니다.
지면 혹은 방송을 통한 인용 보도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정치실록

정치실록 2018년 5월 22일 Play Audio

전체 기사 더보기